[창간기획] 도심지 지역소멸 위험신호
‘저출산-노령화’ 사회적 양극화 심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출입문을 통과하면 드넓은 운동장에 아름드리 숲이 학생들을 맞이하던 곳이었다. 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는 병풍처럼 들어선 건물이 대신하고 있다.

제주 아라초등학교의 모습이다. 2010년 17학급에 불과했던 학급 수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73학급으로 폭증했다. 올해 248명의 신입생이 입학하면서 전체 학생 수는 1861명이 됐다.

북쪽으로 3.9km 떨어진 일도초등학교. 정겨운 돌담 너머 푸른 잔디가 깔린 학교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돌담을 따라 심어진 수십 그루의 나무가 매일 학생들의 등하교를 맞이한다.

1968년 18학급으로 문을 열었지만 현재는 7개 학급으로 쪼그라들었다. 6학년 2학급에서 32명이 졸업했지만 올해 신입생은 1학급 22명에 그쳤다. 전체 학생 수는 126명이다.

인구 유출은 매섭게 진행됐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청년들은 결혼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예비 학부모들이 줄면서 학력 인구는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시작했다.

동문시장과 지하상가, 칠성로, 탐라문화광장을 품은 일도1동은 상권의 중심지였다. 주요 금융기관과 의료시설, 숙박시설, 영화관, 의류전문점 등 각종 상업시설이 즐비했던 곳이다.

1980년 인구가 1만1760명에 달했지만 1990년대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0년에는 445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현재는 제주시 동지역에서 가장 적은 2288명으로 급감했다.

빈자리의 공허함은 컸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각종 상업시설도 수요를 찾아 원도심을 떠났다. 영화관은 모두 문을 닫고 의료기관과 금융기관도 인구 밀집 지역에 새로운 둥지를 텄다.

반대로 아라동은 1980년 인구가 5668명에 불과했다. 조용하던 마을이 2010년 택지개발사업을 기점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 기준 인구는 4만1132명에 이른다.

사람이 몰리면서 영화관과 피트니스센터도 생겼다. 소아청소년과와 치과, 내과 등 각종 의료기관도 경쟁적으로 들어섰다. 대형 은행과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도 줄줄이 문을 열었다.

일도1동에서 진료 중인 의료기관은 13곳이다. 이중 절반인 6곳이 치과다. 한의원은 2곳, 안과는 1곳이다. 이곳을 제외하면 일반 진료를 하는 동네의원은 4곳에 불과하다.

반면 아라동의 의료기관은 40곳에 육박한다. 이중 5곳은 30개 이상 병실을 갖춘 병원이다. 치과는 9곳, 한의원은 7곳이다. 진료 범위가 넓은 일반 동네의원도 16곳에 달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소아청소년과의원이다. 일도1동은 단 한 곳도 없지만 아라동은 6곳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학령인구의 급격한 변화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인구 유입은 연령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도1동의 평균 나이는 53.3세로 부속 섬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이어 중앙동(52.2세), 한경면(51.4세), 성산읍(51.3세) 등의 순이다.

아라동은 이보다 15세가량이 어린 38.6세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20~30대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학령인구가 평균 나이를 끌어 내렸다.

43개 읍·면·동 중 평균 나이 30대는 아라동을 포함해 외도동(38.9세), 삼양동(39.0세), 오라동(39.1세) 등 4곳이다. 이들 모두 청년층과 신혼부부 유입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행정시로 나누면 서귀포시 평균 나이는 46.6세, 제주시는 43.1세다. 서귀포시는 읍·면·동 12곳 중 7곳의 평균 나이가 50세를 웃돌 정도로 노령화 속도가 빠르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라동은 사람이 몰리면서 주거와 일자리, 교통이 덩달아 발전했다. 인프라 확대와 함께 소비도 늘면서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반대로 젊은 층이 빠져나간 원도심은 소비가 줄면서 상권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격차는 문화와 체육 시설 이용에도 차이를 만들어냈다.

아라동은 체육 관련 시설만 39곳이다. 피트니스 등 체력단련시설은 13곳, 실내외 골프연습장은 10곳이다. 학생들이 주로 찾는 태권도 등 체육도장업도 9곳이 영업 중이다.

이와 달리 일도1동은 체육시설이 3곳에 불과하다. 골프연습장과 헬스장, 당구장이 각각 1곳씩이다. 스크린골프장과 체육도장 등의 시설은 한 곳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과 주거의 균형도 깨지기 시작했다. 신규 주택 사업이 신도시에 쏠리면서 주거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주거 안정성도 동반 하락했다.

사람들이 떠나간 원도심과 읍·면지역에서는 45~49세 연령대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이 시작됐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됐다.

이에 정주하지 않더라도 체류인구를 지역민으로 인정하는 ‘생활인구’ 개념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 전라도와 강원도에서는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인구가 정체 시작되고 고령화도 본격화 됐다. 제주도 평균 나이는 44.1세. 더늦기 전에 지역소멸을 늦추고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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