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 쓴소리 단소리] 박진우 전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한반도 내 언론은 본연의 역할인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며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기레기’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성공을 이루지 못하다 보니 시대의 아픔을, 진실을 밝히는 대안언론의 출범을 더 학수고대했다. ‘제주의소리’ 창간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더 컸던 이유다. 이제 창간 20주년을 맞는 ‘제주의소리’는 성인이 되었고, 그간 걸어온 길을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어 몇 가지 의견을 더한다.

첫째, 섬은 고립이 아닌 교류를 통해서 살아가지만 고유성과 정체성을 유지할 때 존재성이 커진다. 모든 생명체는 본연의 유전자를 유지하며 진화해 나가는 것이며, 인류의 먹거리인 생명산업도 유전자 보존의 원칙에서 진화해 나가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제주는 춥고 배고픔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50여 년을 제주의 살점을 뜯어내는 개발로 심한 고통을 당하면서 고유성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고, 심지어는 언어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제주의 삶의 질은 섬 제주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담보할 때 지속가능함을 교훈 삼아 ‘지속가능한 소리’를 담았으면 한다.

둘째, 고려 이전까지 제주는 섬의 공동체 정신으로 시대와 교류했다. 그러나 조선 시대는 유배의 섬으로, 해방 후에는 빨갱이 섬으로, 독재정권부터는 관광의 섬으로 변화하면서 국가에 의해, 중앙정부의 입맛에 따라 강제적으로 재편되었다. 강정해군기지는 지금도 많은 고통을 겪고 있으며, 제주 제2공항도 국가가 밀어붙이며 섬 제주민들은 대상화시키고 있다.

국민은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을 통해 지방자치를 부활시켰다. 1991년에는 지방의회가,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까지 선출하며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다. 제주의 행정체제도 개편될 예정이다. 제주도의 미래는 제주민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공론화를 통해 도민들과 소통하며 합의를 이끌어 가기 위한 ‘자치의 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셋째, 한때 제주 섬은 주민들이 떠나고 싶은 섬이었고, 국가는 떠나지 못하게 막는 섬이었다. 그러나, 섬은 들어온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다문화가 어우러진 오늘의 섬 제주문화를 형성하였다.

오랫동안 정착해 온 토박이와 입도한 지 길지 않은 선주민, 이제 입도한 이주민, 불가피하게 들어온 난민, 경제적 활동으로 들어온 외국인 등 모두가 오늘의 제주도민이다. 어제의 제주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오늘 제주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하나가 되기 위한 ‘통합의 소리’를 담아야 한다.

넷째, ‘제주의소리’는 제주도 내에 거주하는 섬사람들만의 신문이 아니다. 제주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제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하며 살아가며 소통하고 있다. 재외 제주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부산 영도와 옆나라 섬 오사카는 제주의 아픔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곳이다. 특히 오사카는 제주민들이 제주4.3항쟁과 한국전쟁 이후 피폐화된 제주민들을 위해 살점 같은 돈을 모아 제주민들을 도왔다.

박진우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공동회장. ⓒ제주의소리

변방의 섬을 호롱불에서 전깃불의 시대로, 돌밭 길에서 아스팔트 길로, 용천수의 시대에서 상수도의 시대로 이끌었지만, 그들의 역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제라는 역사가 오늘 우리가 만나서 내일을 준비 할 때 내일은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제주 밖에서 섬을 고민하는 섬사람들의 역사가, 오늘의 시대와 만나는 과정인 ‘시대의 소리’를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년이 되는 동안 정론직필과 진실보도의 가치를 추구해 온 ‘제주의소리’가 섬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지키며 범지구적 사고를 담아내고 지역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나뿐인 지구를 구하고 인류가 함께 공존하는 지혜를 모으는 ‘제주의소리’가 되길 기대한다. / 박진우 전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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