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충분하지 못한 쓰레기-하수-교통 인프라에 진통

현대화 사업에 들어가기 전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현대화 사업에 들어가기 전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4년 16만5000톤에서 20년이 지나 23만1500톤으로 늘었다. 또 12만2000톤 추가 증설 공사가 한창이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하루에 제주에서 처리되는 하수량만 35만3500톤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 ‘설마’, ‘혹시’로 시작된 제주의 걱정은 20년이 지나기도 전에 현실이 됐다. 

[제주의소리] 창간해인 2004년 제주에는 색달하수처리장(1983년 가동), 제주하수처리장(1994년), 보목하수처리장(1996년)까지 3개 뿐이었다. 

대정하수처리장(2005년), 성산하수처리장(2005년) 제주서부하수처리장(2007년), 제주동부하수처리장(2007년), 남원하수처리장(2008년)까지 5곳이 추가로 들어서면서 [제주의소리] 창간 20주년을 맞은 2024년 현재 제주에는 총 8곳의 하수처리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별로 제주시 3곳, 서귀포시 5곳이다. 

하수처리장이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소위 ‘똥돼지’가 있어 자체 처리가 이뤄졌고, 도심지를 중심으로 재래식 화장실이 존재했다. 재래식 화장실에 쌓인 배설물은 제주민속오일시장 인근에 있던 위생시설에서 처리됐다. 그 외는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냈다. 

수도권과 부산 등 인구가 많은 도시를 중심으로 하수와 오·폐수 방류 문제가 대두되면서 1970년대에 들어서야 제주에도 하수관로가 설치되기 시작됐다. 

하수처리용량 포화 문제로 하수처리장 곳곳에서 증설 공사가 진행됐고, 현재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하수처리장은 국비 반영이 더뎌 준공 지연 우려가 있다. 동부하수처리장의 경우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는 1심 법원 판단이 확정되면 전면 백지화된다. 그나마 서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정도가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3개의 하수처리장 증설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제주지역 전 하수처리용량은 35만톤이 넘는다. 2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설되는데도 부족할 경우 삼화지구에 하수처리장을 신설할 수도 있다. 최적의 입지로 삼양동이 거론되는 가운데, 혐오 시설에 속하는 하수처리장 신설을 위한 주민 설득은 쉽지 않은 난제다. 

2024년 새해 도두봉에서 발라본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하루 하수처리용량 13만톤에서 22만톤으로 증설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2024년 새해 도두봉에서 발라본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하루 하수처리용량 13만톤에서 22만톤으로 증설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1992년부터 운영된 봉개매립장을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에는 쓰레기 처리 인프라도 여유가 있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유입 인구와 관광객 급증에 따라 2010년대 들어 쓰레기 처리 문제가 제주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초반에는 봉개매립장에서 1~3공구 매립이 이뤄지던 시기로, 2011년 4공구 매립까지 협의된 상황이었지만, 사용종료 기간을 4차례나 연장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준공이 늦어지면서 큰 갈등을 겪었고, 색달동 광역음식물처리시설 준공이 지연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 색달동에 위치한 소각시설이 내년쯤 운영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도는 2029년까지 신규 광역폐기물 소각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주민 공모를 통해 안덕면 상천리가 최종 낙점됐지만, 인근 마을 주민들의 반발로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개장으로 제주는 쓰레기대란으로부터 잠시 한숨 돌렸다. 다만, 신규 광역폐기물 소각시설 등 신설 문제로 주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개장으로 제주는 쓰레기대란으로부터 잠시 한숨 돌렸다. 다만, 신규 광역폐기물 소각시설 등 신설 문제로 주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약 20년 전인 2005년에는 제주시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연북로’ 개통이 이뤄졌다. 인구와 자동차대수에 비해 도로가 너무 많다는 비판 속에서도 행정은 연동과 노형동을 중심으로 한 신제주권과 이도지구 등 지역 인구 증가 예상을 명분으로 아스콘을 깔았다. 

연도별 제주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년 16만4360대 ▲2005년 21만3310대 ▲2010년 25만794대에 머무르다 급증하기 시작해 2013년에 30만대 돌파, 2015년 40만대 돌파, 2017년 50만대 돌파, 2020년에 6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 등록 자동차대수는 70만3291대로 사상 처음으로 70만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을 포함한 제주 전체 인구 70만708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20년 사이 차량이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이미 제주·서귀포시 동(洞)지역 등에서 교통체증은 일상이 됐다. 차량 증가 억제 대책으로 행정은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했다. 

20년 전 제주 사람들에게 하수대란, 쓰레기대란, 교통대란 등 사회 인프라는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아니었다. ‘설마’, ‘혹시’ 정도의 우려였는데, 인구 급증과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제주를 괴롭히는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제주 주민등록인구는 ▲2000년 54만2368명 ▲2005년 55만7569명 ▲2010년 57만1255명 ▲2015년 62만4359명 ▲2020년 67만4635명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10년 단위로 보면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가 2만8887명이 늘어난 것에 비해 2020년 인구는 2010년보다 무려 10만3380명이 늘었다. 

제주 방문 관광객은 ▲2000년 411만934명 ▲2005년 502만275명 ▲2010년 757만8301명 ▲2015년 1366만4395명 ▲2020년 1002만3678명 등이다. 지난해 2023년에도 무려 1266만1179명에 달하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2000년부터 5년단위 제주 인구, 관광객 변화 추이. 2023년 인구와 관광객은 각각 2000년에 비해 약 16만명, 약 850만명 증가했다. 인구와 관광객, 자동차대수 모두 2010년대 들어 급증하면서 사회 인프라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 ⓒ제주의소리

20년 전 사회 인프라와 관련된 현안을 꼽으라면 2005년 도입된 ‘클린하우스’를 맨 먼저 떠올릴 수  있다. 1990년대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도입되면서 “왜 쓰레기를 돈 내고 버려야 하느냐”는 항의가 수년간 이어졌고, 잠잠해질 때쯤 클린하우스가 도입됐다. 

쓰레기봉투를 집 앞 골목에 내놓으면 수거하는 시스템에서 정해진 위치의 클린하우스에 분리 배출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시민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도시미관 저해와 개나 고양이 등이 봉투를 훼손해 수거가 어렵다는 행정의 설명에도 도민들은 “행정이 해야 할 일을 시민들에게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클린하우스 제도는 안정적으로 정착, 현재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도와 재활용도움센터 운영 등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구·관광객 증가가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20년 전 제주는 다가올 미래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고, 이는 제주를 갈등의 섬으로 만든 요인 중 하나가 됐다. 

고령화와 함께 인구 밀집 지역, 인구 소멸 지역, 지하수 고갈, 환경 훼손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2024년 제주는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 해결이 아니라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민해야 한다.  

충분한 사회 인프라 구축은 뒤로 미룰 사안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할 현실의 과제다. 환경훼손 없이 주민 설득이 이뤄진 상황에서의 추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반대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당장은 더딘 것 같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일방 통행하다 좌초되거나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비해 속도도 빠르고 품질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0년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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