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인터뷰] 제주도교육청 ‘제주 항일운동 명예교사’ 김동호 씨

“항일운동 역사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자 이 땅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 선조들은 굴하지 않고 일어섰습니다.”

제주도교육청 항일운동 역사교실 명예교사 김동호. ⓒ제주의소리
제주도교육청 항일운동 역사교실 명예교사 김동호. ⓒ제주의소리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제주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항일운동 역사를 알리는 명예교사 김동호(77)씨는 제주에서 일어난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교육청(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연말까지 ‘찾아가는 제주 항일운동 역사교실’을 운영한다. 교육청이 위촉한 명예교사가 제주지역 초·중·고등학교 학급을 직접 찾아, 학생들에게 제주 항일운동사를 설명한다. 올해는 110여개 학급을 찾아갈 예정이다.

명예교사는 고영철, 김동호, 양수열, 이호빈, 하명실 씨까지 모두 다섯 명. 이들은 초·중등 교원을 역임하고 역사를 전공하거나 평소 역사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 가운데 김동호 씨는 제주의병항쟁에 참여한 독립유공자 김석윤 선생의 손자다. 2009년 오라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고 나서 역사연구소를 운영했고, 올해로 3년째 교육청 항일운동 명예교사로 활동 중이다.  

3.1절을 하루 앞두고 [제주의소리]와 만난 김동호 씨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날 때 항일의병에 대해 소개하면서, 김석윤 할아버지 얼굴을 보여주면서 내가 저 분의 손자라고 알려주면 반응이 달라진다”면서 “그 당시 선조들이 얼마나 힘들게, 몸부림치듯 투쟁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 학생들도 많은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제주항일운동 역사교실 사업을 통해 ▲제주의병항쟁 ▲제주학생 항일운동 ▲법정사 항일운동 ▲제주해녀항쟁 ▲조천만세운동 ▲을묘왜변 제주대첩 등을 전파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찾아가는 제주 항일운동 역사교실 수업 모습. / 사진=제주도교육
제주도교육청의 찾아가는 제주 항일운동 역사교실 수업 모습. / 사진=제주도교육

제주의병항쟁은 1906년 일본이 통감부를 설치하는 등 국권 강탈이 본격화되자, 1909년 2월 25일 고승천, 이중심, 김석명(김석윤), 노상옥, 김만석, 김재돌, 양남석, 한영근 등이 기병할 것을 결의하고, 이후 의병 300여명을 모았지만 경찰에 의해 진압된 역사다.

제주학생 항일운동은 1920년부터 제주북초등학교, 대정초등학교, 조천초등학교, 제주고등학교(제주농업고등학교)를 비롯해 박규훈·채순병·김성숙·강평국·최정숙·고수선·김대원·김시성·김시황·강윤석·강문범·신휴근·이신형·송두현·홍원표 등 제주 출신 학생들이 3.1운동과 광주학생항일운동 에 참여한 역사다.

법정사 항일운동은 1918년 법정사 신도 등 700여명이 제주도청 서귀포지소를 향해 진격해 경찰과 전투를 벌인 역사다. 당시 종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제주해녀항쟁은 해녀들이 1930년 성산포 해초부정판매사건에 항의하자 이를 탄압한 사건을 계기로, 해녀조합의 부당한 착취에 저항하고 항일운동가들을 지켜낸 역사다. 무려 연인원 1만7000여명이 참가해 한 달 동안 이어간 전국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조천만세운동은 3.1 만세운동에 동참하고자 1919년 3월 19일부터 조천지역 일대에서 2000명이 넘는 인원이 만세 시위운동을 벌인 역사다.

을묘왜변은 임진왜란 전인 1555년 6월 왜구 1000여명이 제주에 상륙하자, 제주도민 전체가 힘을 모아 3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격퇴한 역사다.

이밖에 ▲독립군 군자금 모금운동(1919) ▲신인회 활동(1925) ▲제주야체이카(1927) ▲정의면 체육대회 사건(1927) ▲추자도 어민 항쟁(1926, 1932) ▲아나키즘 운동(1929) ▲한영섭 비문 사건(1931) ▲자주운항운동(1931) ▲적색농민조합운동(1934) ▲무극대도교의 항일운동(1937) ▲천주교 항일 활동(1941) ▲미륵교 항일 운동(1942) 등 일제 강점기 동안 제주 섬 구석구석에서 제주도민들의 뜨거운 항일 투쟁은 지속됐다.

김동호 명예교사. ⓒ제주의소리
김동호 명예교사. ⓒ제주의소리

김동호 씨는 “지금까지 일본에 의해서 ‘대한민국은 후진국’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퍼져있다. 하지만 한국은 5000년 역사와 문화를 가진 자랑스러운 강국이다. 3.1운동을 비롯해 제주에서 벌어진 항일운동역사는 우리나라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친 당당한 역사다. 그런 역사를 세상에 더 많이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김동호 씨는 “국사를 전공했고 독립유공자의 후손이기에 나름 역사를 공부했다고 생각했지만, 항일운동 역사교실 명예교사로 활동하면서 미처 몰랐던 제주 선조들의 훌륭한 투쟁 역사를 알게 되면서 공부가 되고 있다. 특히 제주학생 항일운동은 저도 명예교사로서 가르치기 위해 공부를 해보니 정말 대단한 역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학생들은 학생 신분임에도 불의에 당당히 대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제주 안에서 지역 항일독립운동사를 연구·정립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씨는 “제주도가 1996년 제주항일독립운동사를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제주지역 독립유공자가 100여명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200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제주도 자체적으로 항일독립운동사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끝으로 “항일운동 역사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 한반도와 제주도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 선조들은 굴하지 않고 일어섰다. 깨어있던 선조들의 노력과 희생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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