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67) 남의 남편은 정 들어도 같이 살지 못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놈이 서방 : 남의 남편
- 못 산다 : 같이 살지 못한다. 부부가 되지 못한다.

남녀 관계란 한번 정들면 쉬이 갈라서지 못한다. 그래서 겪어야 하는 우여곡절은 한두 가지일 것이겠는가. / 사진=픽사베이<br>
남녀 관계란 한번 정들면 쉬이 갈라서지 못한다. 그래서 겪어야 하는 우여곡절은 한두 가지일 것이겠는가. / 사진=픽사베이

남녀 관계처럼 복잡 미묘한 게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서로 눈이 맞아 정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헤어지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남녀 간의 애정이다. 하지만 그 고비를 어떻게든 잘 넘겨야만 한다. 정에 끌린 나머지 남녀 관계를 떼지 못하면 상황이 복잡해지게 마련.

여자 입장에서 보면, 남의 남편을 빼앗아 불륜을 저지른 나쁜 여인으로 낙인이 찍혀 주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불륜(간음)은 사회 가치에 배반하는 행위다. 까딱하다가 두 집안이 모두 파탄 지경에 이를 수도 있는 일이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놈이 서방은 정들어 못 산다’고 정신적인 경각심을 고취한 것일 테다. 설령 유부남과 눈을 맞춰 정이 깊었다손 치더라도 일찌감치 단념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는 것이다. 

또한, 이미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것을 힘주어 환기시키고 있다.

남녀 관계란 한번 정들면 쉬이 갈라서지 못한다. 그래서 겪어야 하는 우여곡절은 한두 가지일 것이겠는가. 냉수 먹고 정신 차리라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이를 악물고 독한 마음을 먹는다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어쨌든 냉정히 정리해야 하는 일, 그게 순리다.


# 김길웅

김길웅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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