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을 가다 / 사라지는 아이들] ②초등 4개교 250명 미만
중·고교는 도심 팽창으로 이전…사라지는 아이들 웃음·울음 소리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수도권 집중, 저출생, 경기침체 등으로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가 20년 전 전성기를 누리다, 지금은 침체의 늪에 빠진 원도심에서 해답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2004년 제주와 2024년 제주 사회를 비교해 보며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고, 내일의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글]

제주북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제주교육 발상지' 표석
제주북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제주교육 발상지' 표석

제주 원도심의 인구감소는 학교마저 400명 미만 소규모 학교로 전락시키고 있다.

제주북초등학교는 '제주교육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대한제국시기인 1907년 제주도 최초 근대학교인 '제주공립보통학교'로 개교, 3학급 78명의 학생으로 출발해 1908년에는 4학급에 100명을 넘겼다. 

당시 학제가 4년으로 1910년 제1회 졸업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관 주도로 강제 입학한 학생들이 자퇴하면서 78명의 입학생 중 2명만 겨우 졸업했다. 

제주북교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 재학생이 남자 854명, 여자 186명으로 1000명이 넘어섰고, 1945년 해방 이후에는 재학생이 2000명을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제주동초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개교됐고, 해방 직후인 1946년에 제주남초가 개교한 데 이어 1950년 광양초, 1968년 일도초 등이 잇따라 원도심에 둥지를 틀었다.

제주북초등학교 전경
제주북초등학교 전경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도시개발로 신제주권과 일도지구, 이도지구, 삼화지구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원도심의 인구가 빠져 나가기 시작했고, 학교 역시 부침을 겪게 된다.

제주북교는 1980년 46학급에 학생수 3000명이 넘는 제주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1990년 1889명으로 2000명대가 깨지더니 1995년에는 942명, 2000년 631명, 개교 100주년인 2007년에는 40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원도심에 몰려있던 중·고등학교 역시 도시 팽창과 함께 외곽으로 이전하게 된다. 제주북초와 같이 1907년 설립된 제주고(옛 제주농고)는 오현단에서 광양부지, 제주시 노형동으로 이전했다. 제주고에서 1951년 분리돼 설립된 제주일중은 오현단 부지에서 제주일고와 함께 있다가 1979년 지금의 제주시 이도2동으로 옮겼다. 

1951년 개교된 오현중·고 역시 오현단 인근에서 1973년 화북으로 이전했고, 제주여중·고는 아라동, 신성여중·고는 도남동에서 다시 아라동으로 이전했다. 1955년 문을 연 제주일고는 광양에서 1983년 현재의 제주시 노형동으로 옮겼다. 

제주북초등학교와 남초등학교 전경
제주남초등학교 전경

중·고교가 도시 팽창으로 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원도심 인구 역시 신도시나 도시개발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계기가 됐다.

2023년 기준 제주북교는학생수 240명, 제주남초 104명, 제주광양초 227명, 일도초 137명으로 학생수가 400명도 안되는 소규모 학교로 전락했다.

그나마 학교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 제주서초(606명)나 제주동초(507명)의 경우 500명대 학생수를 유지하며 원도심의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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