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 ② 오름의 분포

해발 1169m,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한 어승생오름은 수려한 경관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며 대표 오름으로 꼽힌다. 제주의 자연·문화·인재를 위해 공익사업을 진행해오는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은 지질학자, 식물학자, 동물학자, 여행작가와 함께 1년 조사를 거쳐 ‘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저자는 김은미, 송관필, 안웅산, 조미영이다. 그림은 송유진이 그렸다. [제주의소리]는 제주 오름 보전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자 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 일부를 매주 한차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제주의 오름들은 화산체가 비교적 작고, 화산활동 기간이 짧으며, 마그마 조성도 비교적 단조로운 단성화산체에 해당한다. 단성화산체는 지구상에 분포하는 화산들 중 가장 흔한 형태의 화산이다. 수많은 단성화산체들이 지구상의 다양한 지구조적 환경(수렴경계, 판내부 화산지대, 발 산경계 등) 하에 분포하는데, 군집으로 무리 지어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

제주의 오름들은 무질서하게 분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상 혹은 특정 패턴으로 무리 지어 분포한다. 360여 개의 오름들은 대체로 제주도의 장축방향으로 분포하며,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장축방향에 비스듬한 각도로 오름들이 선상으로 배열된다. 짧게는 10km에서 길게는 23km에 걸쳐 오름들이 일직선상에 분포한다. 작은 소화산체들은 지각의 균열 즉, 열극(Fissure)을 따라 분포한다.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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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극을 따라 소화산체들이 분포하는 것은 제주에서만 관찰되는 특징은 아니다. 북대서양의 카나리 열도에서 가장 큰 화산섬인 테네리페 화산섬(면적 2034㎢, 최고 높이 3718m)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관찰된다. 제주도와 유사한 면적에 297개의 단성화산들이 분포하는데, 섬 중앙으로부터 세 방향으로 발달한 열극을 따라 무리 지어 분포한다. 제주도의 단성화산들이 한라산의 동북동-남서남 방향으로 길게 분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지하의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기 위해서는 마그마의 이동통로, 즉 지각에서의 균열과 같은 틈을 따라 상승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제주도에서 오름(단성화산체)들은 마그마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균열을 따라 분포한다. 이러한 균열은 제주도 주변의 광역적인 힘의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제주도 화산활동이 지속되어 온 과거 2백만년 동안 제주도 주변에 가해진 힘의 방향을 보면, 제주도의 장축방향(N70°E)으로 압축력(그림 8-1의 적색 화살표)이 작용한다. 이러한 압력이 작용하면 압력에 직각방향으로 인장력(그림 8-1의 파란색 화살표)이 발생하여 균열(인장균열, 그림 8-1의 점선)들이 발생한다. 균열의 발생 방향은 제주도의 장축방향과 나란하다. 이와 더불어 인장균열(제주도가 장축방향)에 비스듬한 방향(검은 실선)으로 전단력이 발생하면서 N40°E 또는 N80°W 방향으로 균열(전단단열)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균열들을 따라 마그마가 지표로 상승하면서 화산분출과 함께 오름들이 선상으로 배치되었을 것이다.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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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주도는 동북동-남서남 방향으로 우세한 균열 및 그와 연계된 균열들을 따라 지속적으로 화산활동이 반복되면서 현재와 같이 동서로 길쭉한 타원형의 화산섬이 된 것이다.


* 이 기사의 출처는 ‘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입니다. 본 연구는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의 오름 가치보전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원 받아 수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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