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발파 12주기 ‘끝나지 않은 강정마을 이야기’’…“새로운 평화운동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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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7일 오후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강정’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6139일.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이어진 지 햇수로는 어느덧 17년을 향해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를 놓고 극심한 갈등이 이어지면서도 평화의 상징, 구럼비를 잇는 평화의 물결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강정에 모여 평화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에게 강정의 투쟁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고 미래다.

구럼비 발파 12주기를 맞아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7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일대에서 100배, 성명서 낭독, 인간띠 잇기를 갖고 오후 제주인권교육센터로 자리를 옮겨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강정’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열었다.

1부 최혜영 강정친구들 사무국장의 ‘강정이 16년 동안 평화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 발표를 이어 2부에서는 강정에 살고 있는 청년 3명이 ‘지금도 강정에 청년들이 모이는 이유’를 들려줬다. 3부에서는 정선녀 강정 공소 회장이 ‘강정 투쟁을 계속 이어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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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7일 오후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강정’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열었다. ⓒ제주의소리

최혜영 사무국장은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은 주민들의 결사 투쟁과 강정지킴이들의 자발적 평화운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군사기지의 섬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 살아간다는 목표를 공유해 왔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군사기지 건설에 맞선 평화운동, 지역 주민과 외부 사람들이 연대한 운동이며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이들이 현재 운동의 상당 부분을 이끌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럼비 발파 12주기를 맞아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7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일대에서 100배, 성명서 낭독, 인간띠 잇기 행사를 가졌다. 사진 제공=강정평화네트워크
구럼비 발파 12주기를 맞아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7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일대에서 100배, 성명서 낭독, 인간띠 잇기 행사를 가졌다. 사진 제공=강정평화네트워크

또 이들은 평화운동의 연장선상으로 기지 감시와 강정 바다 밑 연산호를 모니터링한다고 했다.

최 사무국장은 “공사 전 강정 등대 부근에는 해송, 큰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연수지맨드라미, 별혹산호, 둥근컵산호, 둔한진총산호 등 9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있었다”며 “해군기지 준공 이후 강정 연산호 군락 면적은 50% 이상 감소했다. 산호 군락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이미 훼손된 강정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망가진 풍경의 반복 속에서 무력감이 더해지고 할 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산호를 비롯한 비인간 존재는 인간이 보호하고 지켜야 할 안타깝기만 한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고 스스로 저항하는 능동적인 주체”라며 “국가 권력과 군사주의가 겉으로는 자연스럽고 거대하고 당연한 것처럼 보여도 국가를 막아선 연산호의 존재는 국가 권력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정마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평화를 향한 행동과 실천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 사무국장은 “‘운동이 끝났다’고 대중이 이해하는 해군기지가 준공된 이후에도 새로운 모습의 평화운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오히려 떠나기는커녕 강정에서 평화운동에 관심 갖고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이 생긴다. 이들의 등장은 강정마을에만 머물지 않고 제주지역 난개발, 평화 이슈, 싸우는 사람들과의 연대로 확장돼 나타난다. 전장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전장이 된 강정마을에서 활동과 일상의 경계가 흐릿하고 활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한다”고 반대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구럼비 발파 12주기 성명서 전문.

저항의 시간을 넘어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다.

- 구럼비야 일어나라!-
- 미이지스 구축함 히긴스는 즉시 제주를 떠나라!-

우리는 아직도 2012년 3월 7일을 기억한다. 강정마을 해안을 따라 이어진 1.2km 길이의 너럭바위 구럼비가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되던 날, 사람들은 짐승처럼 울었다. 자연에 대한 학살과 민주주의 탄압, 공동체 파괴와 전쟁 위험 증가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에 참여했다.

국가는 경찰과 해군, 국정원과 용역 경비업체를 앞세워 폭행, 욕설, 구속, 입국거부, 강제출국,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특정 지역 봉쇄 등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휘둘렸다. 또 이동권 제한, 장기간 차량 압수, 강압적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공작, 보수단체 집회 지원,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탄압과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폭파된 구럼비 바위 위에 많은 사람들이 떨구었던 피눈물을 발판 삼아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었다.

해군기지가 준공된 지 8년이 지난 지금, 기지 건설 전부터 우려했던 제주의 군사기지화는 제2공항으로 둔갑한 공군기지 문제와 한화우주센터 건립 사업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 이후 현격히 늘어난 한미연합 군사훈련으로 잦아진 미군함의 제주해군기지 입항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3월 5일, 또 다른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히긴스(DDG 76)가 강정 제주해군기지에 온 것을 보라! 3월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과 무관하다 하지만 입항 그 자체가 이미 연합훈련이요 제주해군기지를 한미일 동맹의 전초기지로 공고화하는 모든 수순의 일환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어떠한 시도 없이 군사력 증강과 군사비 지출 증가, 군수산업체의 무기수출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전쟁터로 준비하는 일과 다름없다. 한편, 이번 한미연합훈련에는 1975년 유엔총회의 해체촉구에도 불구하고 존속하는 유엔사 회원국 11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주한미군 사령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훈련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증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고 밝혔다. 허울좋은 말이다. 우리는 한반도와 제주가 미국과 나토의 패권을 위한 불법적 침략적 전쟁기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는 제주 4.3 사건과 한국전쟁과 분단국가의 현실을 겪으며, 또 지금도 진행 중인 세계 곳곳의 점령과 전쟁을 목도하며 전쟁은 생명도 평화도 지키지 못한다는 진실을 믿게됐다. 그렇기에 최후에도 이후가 있다는 믿음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에서 폐쇄운동으로 전환하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 편 해군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추가하며 기지 확장 계획을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우리는 백배와 미사, 인간띠잇기 문화제를 진행하며 기지를 감시하는 매일저항행동으로 해군이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의 저항을 넘어, 기어이 오고야 말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 갈 것이다. 강정에서 평화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많은 청년들이 모여 적극적 평화실천에 대해 알아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의 운동은 제주와 한반도, 동북아라는 지역적 범위를 넘어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한 국제연대활동을 비롯해 전지구적 연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시에 전쟁과 군사화에 반대하는 평화에 국한되지 않고 기후, 노동, 여성, 성소수자, 동물권, 사회 체제 변혁 등 다양한 이슈와의 교차성을 사유하고 구현해 가고자 한다. 우리는 이런 경험에서 나오는 힘을 토대로, 함께 걷는 더 큰 한 걸음을 조직해 나갈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운용을 위해 국가가 강정마을에 가한 국가폭력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책임있는 사과와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제주해군기지 폐쇄가 실현될 때까지, 제주가 비무장평화의 섬이 될 때 까지, 모든 전쟁 훈련과 전쟁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제주를 전쟁의 섬으로 만드는 제주해군기지 폐쇄하라!
- 제주는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미 이지스 구축함 히긴스는 즉시 제주를 떠나라!
- 강정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의 국가폭력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 실시하라!
- 전쟁 장사 기업 한화 우주센터 건립 반대한다!
- 모든 전쟁연습 중단하라! 모든 전쟁을 멈춰라!
- 구럼비야, 일어나라!

2024. 3. 7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37 구럼비 기억의 날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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