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천도·추모법회 봉행 및 미신고 4.3희생자 위패조형물 제막
오영훈 도지사, “도민 마음 모아 무명 희생자 추모의 격 높일 것”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기간을 맞아 12일 관음사에서 영가천도와 추모법회를 봉행한 데 이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76년 전 제주 4.3의 광풍 속에서 이름마저 잊힌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는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기간을 맞아 12일 관음사에서 영가천도와 추모법회를 봉행한 데 이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3 당시 제주에서 약 2만5000명~3만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약 1만4822명만이 희생자로 결정돼 1만명에서 1만5000여명이 이름도 찾지 못한 희생자로 남아있다.

이에 제주도는 무명 희생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공감하며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공동체의 화합과 치유를 도모하기 위해 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 왼쪽 면에 4.3희생자 무명신위를 마련했다.

제주도는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기간을 맞아 12일 관음사에서 영가천도와 추모법회를 봉행한 데 이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기간을 맞아 12일 관음사에서 영가천도와 추모법회를 봉행한 데 이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4.3희생자 무명신위는 4.3희생자로 결정되지 못한 모든 희생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3m 가량 높이의 오석 판석으로 제작됐다.

제주도는 지난해 2월 유족회와 4.3평화재단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주4.3실무위원회에 설치계획을 보고했으며 위패 설치 시기와 제작안, 위치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미신고4.3희생자 무명신위 설치전담팀(TF)을 5월 구성했다.

이어 7월 4.3평화공원과 평과기념관 운영위원회의 무명신위 설치계획(안) 심의를 거쳐 유족회와 4.3평화재단 등에 설치계획을 설명하고 제막식 세부계획을 마련해 이번 제막식이 이뤄지게 됐다.

위패봉안실 현황판에도 ‘지금까지 4.3희생자로 결정되지 못한 모든 희생자를 위무하는 무명신위 위패도 봉안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를 반영해 4.3의 아픔을 전하고 기억하도록 했다.

이날 행사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4.3유족과 관련 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오영훈 지사, 김창범 4.3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오순문 제주도부교육감, 제주도의회 김황국 부의장, 강철남 행정자치위원장, 한권 4.3특위 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가 주최한 ‘제주4.3희생 무명씨 영가천도 및 추모법회’는 사시불공 및 천도의식으로 시작해 경과보고, 봉행사, 총무원장 추도사 등이 이뤄졌으며,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에서는 인사말씀과 칠머리당 영등굿 보존회의 혼부르기, 진혼무, 제막식, 제례 등이 진행됐다.

제주도는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기간을 맞아 12일 관음사에서 영가천도와 추모법회를 봉행한 데 이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기간을 맞아 12일 관음사에서 영가천도와 추모법회를 봉행한 데 이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은 “70여년 전 어린 소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끝끝내 살아남은 덕에 지금의 아름다운 제주 공동체를 맞이하게 됐다. 4.3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참혹한 비극이지만 그것을 극복해낸 제주도민들의 역사는 얼마나 자랑스러운가”라며 “항상 마음속에 아리고 짐이 되는 것이 무명신위였는데, 뒤늦게나마 오늘의 무명신위 제막식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범 유족회장은 “곁으로 끝내 모시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간 서럽고 원통한 영령님들이 피맺힌 한을 내려놓기를 서원드린다”며 “후손들은 영령님들의 고결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오영훈 지사는 “7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1만이 넘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아직도 찾지 못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예우를 갖춰 잊혀진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고 기리고자 한다”며 “무명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격을 높이고 남은 진상규명과 4.3정명 찾기, 정의로운 해결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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