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정책토론회...“초등 저학년 부모, 절대적 유연근무제 필요해” 제안

“시행을 1년이나 앞당긴 늘봄학교는 정말 아동을 위한 정책인가요? 지금 어른들은 어릴 때 학교에 긴 시간 남아 있고 싶었나요?”

“늘봄학교는 아동 성장이 아닌 철저히 어른들에 의한,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의 정책입니다.”

3월 새학기부터 일부 초등학교에서 시작한 늘봄학교를 두고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2학기부터는 전체 초등학교 1학년, 2025년에는 1~2학년, 2026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장되는 늘봄학교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추진이 아닌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지역 공동체’의 역량으로 늘봄학교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조언이다.

제주도의회 김경미·김황국 의원은 13일(수) 오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늘봄학교와 지역사회돌봄기관 협력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부 주도로 올해 3월부터 도입된 늘봄학교 정책의 문제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토론회는 김정득 박사(전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센터장)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어 김황국 부의장 진행으로 안명희(지역아동센터연합회 제주시지회장), 김형순(제주도 다함께돌봄센터연합회장), 정순(제주도 아동보육청소년과장), 이영훈(제주도교육청 진로환경교육과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늘봄학교가 ‘준비가 부족한 무리한 정책’이라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한 늘봄학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보완점들을 저마다 공유했다.

13일 열린  ‘늘봄학교와 지역사회돌봄기관 협력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득 박사. ⓒ제주의소리
13일 열린 ‘늘봄학교와 지역사회돌봄기관 협력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득 박사. ⓒ제주의소리

늘봄이 가둠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김정득 박사는 “당초 계획보다 1년을 앞당겨 올해 2월 초에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3월 등교부터 당장 늘봄학교를 진행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정책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전국에서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에 추진하는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기존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돌봄은 늘봄학교로 통합된다. 제주지역은 올해 1학기에 시범적으로 55개 학교(48.2%)에,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 2025년에는 1~2학년을 대상으로, 2026년에는 초등학교 모든 학년에 늘봄학교를 실시한다. 

김정득 박사는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한 인천, 대전, 경기, 전남 지역과 서울 사례까지 살펴보면서 “교육부가 제시하는 늘봄학교 방침은 학교만이 아닌 학교 밖 다양한 교육자원도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학교 안에서만이 아니라 기존 지역사회돌봄기관이 해왔던 역할도 충분히 연계할 수 있다”면서 “타 지역 사례를 살펴봐도 늘봄학교 대책이 새롭지 않다. 기존에 해오던 방과후 활동과 돌봄 기능을 보다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남 같은 경우는 시범사업을 하는 동안 이런 토론회 자리를 수도 없이 가졌다”면서 “이해관계 기관들이 자주 만나야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권역 별 늘봄학교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형 늘봄학교의 방향으로 ▲지역연계형 초등 주말돌봄센터(제주 꿈낭) ▲거점 통합돌봄형(경남) ▲거점 지역사회통합돌봄형(지역아동센터 혹은 다함께돌봄센터에 거점형 늘봄지원센터 설치) ▲학교내 늘봄지원센터 설치(교육청 중심) ▲학교복합시설 조성 및 늘봄거점센터 구축(교육특구시범사업 및 15분도시 조성 사업 연계) 등을 동시에 제안했다.

무엇보다 김정득 박사는 아이 양육이 부모 근로시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임을 신신당부하며 “정책 차원에서 10세 이하 부모 중 한 명에게는 절대적인 유연근무제를 허락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늘봄학교를 위해 기간제 교사나 돌봄전담사 보다는 교육복지사가 더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정득 박사는 “준비되지 않은 늘봄학교를 통한 획일적 돌봄은 아이들을 가두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책 추진 기관들의 고민을 촉구했다.

“지역과 함께 하는 늘봄학교 만들어야”

자신을 ‘20년 이상 지역아동센터에 종사했다’고 소개한 안명희 지회장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들이 일원화돼 필요한 돌봄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요구가 잘못 발현된 결과가 바로 늘봄학교”라면서 “현재 늘봄학교 정책에 대해 많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명희 지회장은 “지역아동센터는 전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무이한 방과후 시설이다.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다.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아우들이 자라는 가정의 확대된 모습”이라고 지역아동센터의 장점을 설명했다.

또한 “한 개의 지역아동센터에서 네 학교 이상의 아이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는 경우도 있어 그만큼 아이들의 경험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면서 “가정과 지역사회와 밀착된 관계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아동 관련 여러 문제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는데 지역아동센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아동복지관 폐지의 이유가 지역아동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안명희 지회장은 “늘봄학교 아이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최장 13시간을 학교 안에서 부모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린다. 늘봄학교는 아동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정책이 아니라 철저히 어른들에 의한,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의 정책”이라며 “2026년에 늘봄학교가 전 초등학년으로 확대될 경우, 지역아동센터로의 아동의 유입 경로가 아예 막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안명희 지회장은 “아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교육환경은 가정으로 가정에서 충분히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제도로 보완하고, 개인의 영역이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데 있다”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돌봄 협의체가 전제돼야 한다”고 꼽았다.

토론회 현장. ⓒ제주의소리
토론회 현장.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지역아동센터 이용 기준을 늘봄학교와 같이 원하는 모든 아동들로 확대 ▲지역아동센터 예산 확대 ▲지역아동센터 운영 안정화 위해 지역 유휴공간 적극 지원 ▲늘봄학교를 전 학년으로 확대 운영하겠다는 계획 재고 등을 촉구했다.

김형순 연합회장은 다함께돌봄센터의 기능에 대해 “센터 종사자들은 안정적인 돌봄을 바탕으로 부모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학교 수업을 마치고 센터에 등원하면 알림장 검사를 시작으로 준비물 확인 및 숙제 지도, 요일을 정해 개별학습, 계절에 맞는 옷 착용 지도, 기본적인 학습 습관 지도 등 틈새 돌봄 기능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김형순 연합회장은 시니어어르신과 아동이 함께 하는 ‘서귀포시1호점 피어나리다함께돌봄센터’, 독서노트프로그램 등을 시행하는 ‘제주시2호점 삼다다함께돌봄센터’ 등을 꼽으면서, 이미 운영 중인 돌봄 제도의 능력과 필요성을 십분 강조했다.

정순 과장은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어린이집 주말반, 청소년문화센터 방과후아카데미 등 모든 돌봄 수요를 한눈에 살펴보는 온라인 플랫폼을 올해 안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훈 과장은 “교육청은 정부 정책을 충실히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라면서 “늘봄학교가 학교 만이 아닌 지역과 함께 가야한다는 발표자·토론자들의 방향에 적극 찬성한다. 이 자리를 빌어 어려운 상황에 대처한 학교 현장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황국 부의장은 “교육가족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일찌감치 이런 자리를 만들어 늘봄학교 추진에 대한 의견을 들으면서 행정과 현장 사이를 중재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