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JDC 대학생아카데미] 문경수 탐험가
“작은 가능성에도 도전하는 것이 탐험 정신”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서는 무얼 해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작은 가능성에 도전한다면 엄청난 무언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 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4학년도 1학기 첫 번째 강연이 13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문경수 탐험가가 ‘당신이 탐험을 즐기면 생기는 일’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13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문경수 탐험가가 강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3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문경수 탐험가가 강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충남 공주의 작은 시골 출신인 문 탐험가는 탐험가를 꿈꾸면서도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벤처기업에서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관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 치이던 그는 우주 관련 서적을 읽는 독서 모임을 시작했고, 이 모임을 통해 독서와 탐험에 눈을 떴다.

탐험가와 닮은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과학동아 기자로 활동했다. 과학자들의 탐험에 동행해 경험을 쌓고 그 내용을 기사화해 세상에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로 활동하며 궁극적인 목표였던 탐험가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기자직을 내려놓고 이번엔 호주로 향했다. 이미 호주의 한 사막에서 조난당했던 경험이 있었던 그는 사막 지형을 완벽하게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현지 여행사를 찾아 문을 두드렸다. 문 탐험가는 여행사에서 탐험 상품을 개발하는 대신 1년간 숙식을 무료로 해결하며 공부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평소 즐겨보던 영국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에 나오던 ‘마틴 반 크라넨동크Martin J. Van Kranendonk’를 만나게 됐다.

마틴 박사는 문 탐험가에게 ‘조만간 각 대륙을 대표하는 NASA 우주 생물학자들이 모여 콘퍼런스를 개최한 뒤 탐험을 떠나는데 합류해 보겠느냐고’고 제안했고, 그는 바로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그의 첫 번째 나사 탐험이 시작됐다.

문 탐험가는 표면이 산화철로 뒤덮여 붉은색을 띠는 등 화성과 지질학적 구조가 가장 유사한 호주 사막에서 가설을 세운 뒤 화성 탐사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실제 화성에 가기 위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실험하는 탐사였다.

그는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은 4%에 불과하다. 나머지 96%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라며 “예술가와 음악가들의 감수성, 예술성이 있어야지만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 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4학년도 1학기 첫 번째 강연이 13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 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4학년도 1학기 첫 번째 강연이 13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오로라 관찰 명소로 유명한 알래스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진한 초록의 오로라가 빨강, 노랑 빛을 보인다면 태양의 특정 빛발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의미”라며 “태양에서 엄청난 양의 플라스마 입자들이 태양계 행성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지만 지구는 자기장과 대기라는 방패막이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입자들이 자기장이 약한 극지방에 쏟아지면 지구에도 자기장 교란이 발생한다. 성층권에 떠 있는 인공위성도 사용할 수 있고 극지방 아래 살고 있는 도시 발전소가 셧다운되기도 한다. 스마트장비도 모두 먹통이 된다. 때문에 오로라는 일상생활이 너무나 밀접한 존재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과학자들이 알래스카에서 여러 가지 관측 장비와 센서를 장착한 소형 발사체인 오로라 관측 로켓을 발사했다. 그리고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여행자들이 알래스카를 찾았다.

문 탐험가는 “알래스카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 자원을 가지고 예술, 문화와 결합해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관광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혁명들이 제주에서도 몇 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의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도 이야기했다. 문 탐험가는 “만장굴은 길이가 7.4㎞로 세계에서 9번째로 길이가 길며 규모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과학적 가치가 높은 용암 동굴”이라며 “만장굴을 포함한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강정효 전 제주민예총 이사장의 ‘제주 아름다움 너머’라는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제주의 아름다움 너머에 어떤 인류학적,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3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문경수 탐험가가 강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3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문경수 탐험가가 강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 탐험가는 향후 제주가 우주 탐사에 있어 중요한 실험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주산업 발전을 뛰어넘어 인류가 달과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실제 행성에 살아보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세계적인 과학자와 우주비행사들이 제주에 와서 이런 훈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탐험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의 한 구절인 ‘어디선가 굉장한 어떤 것이 알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를 인용하며 매 순간 호기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딘가 가서 무언가를 조사하는 행위가 탐험이다. 하지만 이게 진정한 탐험의 의미라면 이 지구상의 탐험가는 인디아나 존스를 포함해 10명도 채 안 될 거다. 히말라야에 올라가고 북극을 횡단해야만 탐험이 아니다. 일상에서 아주 작고 우연한 발견도 탐험이 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했을 때의 작은 희열감, 이런 것을 통해 내 생각이 바뀌고 내 인식이 조금이라도 확장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탐험”이라고 강조했다.

JDC 대학생아카데미는 <제주의소리TV>를 통해 생중계되며, 강연이 끝난 후에는 VOD 서비스도 제공돼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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