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첫 외국인 계절근로자 계약 종료
만족도 높아 위미-고산-대정으로 확대

“이 친구들 어서시믄 어떵헐 뻔 해신고.”

올해로 87세인 문대오 할아버지가 넌지시 일꾼들을 바라봤다.

14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왜소한 체격의 젊은 남녀가 감귤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며 연신 비료를 뿌리고 있었다.

여성 일꾼들은 비료를 통에 나눠 담고 꼼꼼히 바닥을 향해 흩어지게 했다. 손에 익은 듯 거침이 없었다. 문 할아버지는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일꾼들은 제주 최초의 공공형 계절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2023년 10월 베트남 남딘성에서 머나먼 제주로 향했다.

첫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위미농협에서 영농교육을 받고 그해 11월 2일부터 농가 현장에 투입됐다. 선발된 인원은 총 50명이다. 이중 12명은 대학까지 나온 학사 출신이다.

위미농협은 숙박시설을 확보해 근로자들이 머물도록 했다. 농가는 1일 기준 여성은 1인당 7만5000원, 남성은 11만원의 인건비를 주고 인력을 확보했다.

하루 최대 15만원을 요구하던 중국인 근로자와 비교하면 인건비 절감 효과가 뚜렷했다. 성실하고 능률도 좋다는 소식에 퍼지면서 농가마다 인력 지원 요청이 쇄도했다.

문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은 동네에서 구경도 못하고 이제는 나이든 일꾼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요즘은 고령의 농촌 사람들이 힘든 일에 잘 나서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말을 잘 안 통하지만 베트남 근로자들은 일도 잘하고 성실하고 부족한 게 없다”며 “떠난다니 아쉽다. 저 사람들 없으면 앞으로 농사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미농협은 지난 5개월 간 근로계약과 인력 배치를 담당하며 농가의 부담을 덜어줬다. 근로자들이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도 직접 보전해줬다.

이들 근로자들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80만원 수준이다. 숙식비를 제외한 실수령액은 215만원 안팎이다. 지난 4개월하고 보름 정도 기간 평균 1000만원의 임금을 수령했다.

이를 베트남 현지 인건비와 비교하면 5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상당수 근로자들은 생활비를 제외한 급여를 매달 본국으로 보내 현지에 남은 가족들을 지원해 왔다.

17일 본국으로 돌아가는 레티김국(40)씨는 “처음에는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농가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잘 대해줘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주에서 번 돈은 아이들 학비로 사용하고 오래된 전자제품도 교체할 것”이라며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한국어 공부도 해서 다시 제주에서 일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농가와 근로자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위미농협을 포함해 고산농협과 대정농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본예산에 사업비 3억원을 확보했다. 농협별 배치 인원은 위미농협 50명, 대정농협과 고산농협 각 30명씩 총 110명이다.

현재근 위미농협 조합장은 “인력 확보와 인건비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농가들의 호응이 갈수록 높아졌다”며 “당초 걱정과 달리 외국인 근로자들도 현장에 잘 적응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숙박시설 확보와 근로자 관리 등의 어려움 확인됐다”며 “이번 사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주도 차원의 추가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