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69) 누워서 먹을 팔자라도 움직여야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누엉 : 누워, 누워서
- 팔저 : 팔자, 신수
- 오몽해사 : (몸을)움직여야, 활동해야

사람은 모름지기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몽엔 반드시 과실이 따른다. 의미 없는 활동, 성과 없는 활동이란 없다. / 사진=픽사베이
사람은 모름지기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몽엔 반드시 과실이 따른다. 의미 없는 활동, 성과 없는 활동이란 없다. / 사진=픽사베이

사람은 활동해야 한다. 심드렁하게 누워 지내면 게으름이 습벽으로 몸에 배어 평생 놀고먹으려 하기 쉽다. 부귀와 영화를 한 몸에 누라는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무슨 일이든 하는 게 사람으로서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처럼 꼴불견이 세상에 있는가. 아무리 놀며 먹고 자고 할 팔자라 하더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주위로부터 손가락질당하기 일쑤다. 눈에 나기 때문이다.

사실, 일하지 않고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사람이란 있을 수가 없다. 겉으론 화려하고 탐스러울지 몰라도 속 빈 강정일 경우가 많다. 많이 가졌다고 자신을 과시하고 거드름을 피운다 해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오몽’이란 말이 눈길을 끈다. 움직인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그만씩 아프댕 누워 이시민, 그자 밥이 나오느냐? 부지러니 오몽해사 살주기”(그만큼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 거저 밥이 나오느냐? 부지런히 오몽해야 살지)처럼 많이 쓰던 말이다. 

설령 다리가 아파 울상인 사람에게 “기영마랑 오몽해여 보라, 금방 나상 어떵도 안 헌다”(그러지 말고 오몽해 보라. 금방 나아 어떻지도 않는다)처럼.

‘누엉 먹을 팔저라도 오몽해사 헌다’

사람은 모름지기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몽엔 반드시 과실이 따른다. 의미 없는 활동, 성과 없는 활동이란 없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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