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만다린 도입 ‘2026년 관세 0%’
딸기, 감귤·사과 밀치고 겨울 대표과일

17일 오후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 과일 진열대 앞으로 발소리가 요란했다. 비닐을 들고 나타난 사람들이 과일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 후 텅 빈 진열대에 고객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삽시간 장바구니에 채워진 과일은 태국산 망고였다. 가격은 1개당 2000원, 이마저 1인당 5개로 판매가 제한됐다.

맞은편 진열대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가 쌓여 있었다. 크기는 작지만 당도를 선별한 이른바 못난이 사과다. 가격은 5~6개 한 봉지에 1만5300원. 1개당 3000원 수준이다.

기상 탓에 생산량이 줄면서 사과 1개당 가격은 최대 500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비축 물량을 풀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납품단가 및 할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과 옆으로는 주황빛을 뽐내는 감귤과 만다린, 오렌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귤과 비슷하게 생긴 만다린을 두고서는 품종에 대한 설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미국산 만다린 가격은 1.8kg 한 상자 기준 1만48000원. 바로 옆 천혜향은 1.2kg 한 봉지에 1만3900원. 비슷한 양의 미국산 오렌지는 절반 가격인 698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제주 감귤과 국내산 사과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국산 오렌지와 만다린이 대거 국내 시장에 밀려들고 있다. 딸기 출하량도 늘면서 겨울철 과일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2월 말 중도매인 시장에서 거래된 제주산 노지감귤의 5kg(S급) 가격은 평균 3만5460원에 달했다. 이는 평년 1만4580원 대비 갑절 이상 오른 수준이다.

감귤 가격 호조세는 사과 등 경쟁 과일의 생산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로 대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고품질 감귤 유통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미국산 만다린의 유통은 고민거리다. 만다린은 오렌지와 달리 껍질을 까기 쉬워 감귤 대용으로 떠오를 수 있다. 품종 개선까지 이뤄지면 향후 제주산 감귤을 위협할 수도 있다.

미국과의 협약에 따라 관세도 2023년 28.8%에서 2024년 19.2%, 2025년 9.6%, 2026년 0%로 해마다 줄어든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도 연차별로 수입물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 통상 딸기는 봄에 유통되는 제철 과일이다. 하지만 시설 재배가 보편화되면서 사과와 감귤을 밀어내고 겨울철 대표 과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당장 올 겨울부터 국내 농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격 호조에 힘입어 사과와 딸기의 재배량이 늘어나면 출하량이 겹치는 제주 감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산 오렌지와 만다린의 공습까지 더해지면 가격 경쟁력에도 타격을 받을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감귤출하연합회는 고품질 감귤 생산과 가격 방어를 위해 감귤원 구조 개선과 외국 수출 물량 확대 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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