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70) 나이 많은 사람 나잇값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나 : 나이
* 한 : 많은, 많이 먹은
* 낫살 깝 : 나잇값

노인의 지식과 경험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축적한 땀과 노력의 소산이다. / 사진=픽사베이
노인의 지식과 경험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축적한 땀과 노력의 소산이다. / 사진=픽사베이

나이를 그냥 공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노인에게는 인생을 살아온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이 있다. 어떤 일을 함에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오랜 세월을 겪어 온 경험은 일을 바르게 하는 지침으로 곧 지남(指南)이요 방향타다.

세상 물정을 헤아리는 안목과 지혜가 일의 진행을 가늠하게 한다. 젊은 사람들은 활발한 추진력이 있어 일을 속도감 있게 밀고 나가기는 하나, 일을 함에 신중성이 떨어져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험의 뒷받침이 없거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노인의 지식과 경험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축적한 땀과 노력의 소산이다. 경험은 사리 판단을 해 일이 나아갈 방향과 힘의 안배와 속도를 조율케 한다. 

후다닥 해치우는 것을 능사라 하지 않는 분별력이 있다. 순간에 좌우되지 않고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실수를 최소화해 일의 능률을 높여 줌은 말할 것이 없다. 합리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뽈르민 뽈른 더을이 싯주. 초근초근 해사주 와령 좋을 일이 하나도 엇나.”(빠르면 빠른 후유증이 있다. 차근차근 해야지 급하게 서둘러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나이 많은 사람은 무슨 일에 신중을 기함으로써 일에 대한 실수가 적은 데 반해, 나이가 적은 이는 일의 진행에만 집착한 나머지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하게 된다 함이다.

노인에게는 살면서 겪고 부대껴 온 연륜이 있음을 은근히 드러내어 노인이 은연중 나잇값 함을 강조한 것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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