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10대 어젠다] ⑥ 필수 의료 인프라 구축과 의료 격차 해소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제주의소리와 제주일보, 제주MBC, 제주CBS 등 언론 4사는 선거보도자문단 회의를 거쳐 10대 어젠다와 35개 세부 과제를 확정했다. 제주의소리는 언론 4사의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기준 삼아 지지율 5% 이상 후보를 대상으로 정책질의에 나섰다. 답변서를 토대로 핵심 어젠다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을 순차적으로 톺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정책선거 유도와 함께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옛부터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제주도민이 감내해야 하는 제약은 여럿 존재했지만, 그중 생명과 직결된 '열악한 의료인프라' 문제는 손에 꼽히는 숙원이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바다 건너 원정길에 나서야 하는 것은 불편한 현실이었다.

경제적 논리에서도 열악한 의료체계는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2021년 기준 제주에서 도외로 원정진료를 떠난 제주도민이 전체 환자의 16.5%인 1만6109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유출 의료비용이 전체 의료비용의 25.4%인 1080억원에 이르렀다. 주변에선 집 안에 환자가 발생하면 가세가 기우는 사례까지 여럿 목격되곤 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제주 섬 안에서도 도시와 농촌 간 의료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읍면지역 주민들에게는 시내권의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조차 원정길이다. 산남지역 주민들의 박탈감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대란' 사태가 불거졌다. 매번 의료인 정원 문제에 치여야 했던 제주로서는 예민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대선은 물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철이 다가오면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들이 의료인프라 개선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주민들의 만족도에는 물음표가 뒤따랐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에 제시하는 '의료체계 구축 해법'에 도민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제주시갑] 문대림 "지역의사제 검토" 고광철 "상급병원 유치 우선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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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국립 제주대병원을 필수의료기관 중추로 육성해 의사 수를 확대하고 지역사회 필수의료 인력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국가 중앙 의료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에 제주대병원이 지역 주체로 참여해 필수의료 혁신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또 의사들이 지역에 오랜 기간 머물며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인 '지역의사제' 검토를 시사했다.

도농 간 의료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해서는 "농촌 지역에 의료 전문가들을 유치하고 보존하기 위해 재정적 지원 및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가령 국립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 간에 전공의 공동수련제도를 보다 발전적으로 활성화해 운영한다면, 국립대학병원의 교수와 전공의가 지역에 배치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선 "의료인력 증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규모에 있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파격적"이라며 "민주당 발표에 따르면 400~500명 선이 수용 가능한 선이라고 보고 있다. 단계적 증원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 고광철 후보는 제주도 상급종합병원 유치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고광철 후보는 "현재 약 95%의 암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육지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며 "제주도가 수도권 권역으로 묶여있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탈락하고 말았는데 권역 조정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의료 인프라 개선과 관련해선 "최근 모 지역의료원 의사를 구인하는데 연봉 4억원이나 내걸었다는 언론보도가 화제였다. 무엇보다 지역에 의사들을 붙잡을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제주도가 수도권과 타 지방에 대비한 제주도만의 특색을 살린 장점을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면, 의료인력이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선 "반드시 증원이 필요하고,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있어서 무엇보다 원칙에 입각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광철 후보는 "물론 정부 정책 방향에 반대하는 이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데, 그것이 집단이기주의로 가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이 무엇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제주시을] 김한규 "상급병원 지정" 김승욱 "거점역량 강화" 강순아 "지자체 의대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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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는 임기 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약속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으로 중증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제공 등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에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준 보훈병원도 지정해 보훈대상자분들의 건강도 챙기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의료 인프라 확보를 위해 "지역 보건소와 2차 병원을 연계해 도내 의료 불균형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까지 도입된다면 도내에서 완결성 있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한규 후보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정원을 늘리는 것은 좋은데,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이해당사자들과 협의, 조율하는 일체의 절차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뭔가 발표할 때마다 사회 갈등이 커지고,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며 총구를 정부에 돌렸다.

국민의힘 김승욱 후보는 "거점 중심 전달체계 정상화로 수도권 쏠림–지역의료 약화의 악순환을 탈피하겠다"며 "지역 내에서 중증‧응급 최종치료 가능하도록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의 획기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병‧의원 역할 정립 및 협력 지원을 바탕으로 '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김승욱 후보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지역‧필수 인력 양성 기반을 확충하고,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통한 지역‧필수의료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제주대학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해 병원의 시설·장비·인력 확충과 재정건정성을 확보하고, 도외 의료진 초빙 및 도내 대학병원과 공공의료원 의료진 간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이슈에 대해서는 '국민은 의사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성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의 김정은 서울대 의과대학 학장의 축사를 인용했다.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는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지역 공공의대 및 공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지역별 필요한 간호사 인력 양성 위해 공공의대와 함께 공공간호대를 설립하겠다"는 보다 진일보한 정책을 내세웠다. 실제 자치의대를 설립한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며 "필요 시 광역시도가 협력해 권역별로 공동 설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도농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농촌 지역에 민관협력병원의 설립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현재의 방식보다 더 많은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전문의 수준의 의사가 각 분야별로 진료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야간·주말·공휴일 관계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협력 의사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의대 정원과 관련해선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만연화된 전공의들의 노동환경,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역의료 붕괴 등 현재의 의료 체계에서는 안정적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회가 고도화 되고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만큼 의료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귀포시] 위성곤 "공항권역 의료센터 구축" 고기철 "공공의료기관 기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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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지역 필수의료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서귀포의료원의 의료수준을 높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성곤 후보는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이고, 의사 및 간호사 수에서도 전국평균 대비 부족하다"며 "서귀포지역의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 지역공공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여전해 서귀포 의료 여건 확충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거점병원으로서 서귀포의료원의 의료 역량 강화와 함께 우선적으로 서귀포공항 권역에 응급의료센터를 건립하고자 한다"며 "서귀포지역에서도 성산면, 표선면 등 동부지역은 성산일출봉 등 도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임에도 의료시설을 찾기 어렵다. 공항건설 등 대규모 공사로 의료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응급의료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곤 후보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선 "정원 확대는 찬성하지만,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구체적인 대안이 논의되지 못한 점은 한계"라며 "윤석열 정부는 숫자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확충,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정책마련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는 필수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의료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역의료에 공감하는 필수의료분야 전공자들에게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전공 과정 후 지역 의료 기관과의 연계가 이뤄지도록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생들의 실습현장화로 일반환자 유입 유도를 통한 자체적인 수준향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서귀포시는 헬스케어타운 내에 검진과 치료 기능을 유치해 2급병원의 기능을 수행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선 "찬성한다. 의사들이 하루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오길 요청드린다"며 짧은 입장으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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