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재일동포 연극 등 다양한 성격 5편 제주서 공연 눈길

2024년 4월 한 달 동안, 제주에서는 4.3을 기억하는 ‘극 예술’ 작품이 5편 이상 선보일 예정이다.

창작 뮤지컬, 재일동포 초청 연극, 청소년 뮤지컬 등 성격도 저마다 다양해 제주도민과 4.3을 이어주는 흥미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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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창작뮤지컬 사월 초연 모습. ⓒ제주의소리

창작뮤지컬 ‘사월’ (4월 2일, 오후 7시, 제주아트센터)

지난해 4.3 전야제에서 쇼케이스로 첫 선을 보인 (사)제주민예총 창작뮤지컬 ‘사월’은 부족한 제작 여건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살아남은 자의 시선으로 4.3을 바라보면서, 당시 산으로 향한 청년들, 그들이 꿈꿨던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좌절 등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녹아냈다. 극본은 제주에서 맡고, 출연진과 주요 제작진은 타 지역에서 맡아 함께 제작했다.

창작뮤지컬 ‘사월’은 올해 76주년 4.3전야제에서 완전한 작품으로 도민 앞에 선다. 기본 줄거리는 유지하되 삽입곡을 대부분 새로 제작하면서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하는 왕정민을 새로 섭외해 연출도 강화했다.

제주에서도 뮤지컬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사월’이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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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뮤지컬 ‘빗창’ (4월 3일, 오후 6시 30분,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

지난해 세이레아트센터에서 초연을 가진 ‘빗창’은 대안교육기관 동백작은학교 구성원이 힘을 모아 제작해 관심을 모았다. 

원작은 김홍모 작가의 만화 ‘빗창’(2020, 창비)이다. 제주해녀 항일 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하면서 불의에 저항하는 4.3의 항쟁성에 주목했는데, 이런 기조는 동백작은학교 뮤지컬에서도 온전히 이어졌다.

이 작품은 올해 초 서울에서 먼저 재연을 가졌고, 많은 사람들의 성원이 모아진 덕분에 4월 3일 제주 공연도 성사됐다.

뮤지컬 ‘빗창’은 극단 화야가 시나리오 작성과 연기 지도에 도움을 줬으며, 나머지 제작과 출연은 동백작은학교가 담당했다.

전문 배우와 극단이 아님에도, 4.3을 대하는 청소년들의 진지한 자세와 열정은 ‘빗창’의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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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예술축전 가운데 소리극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4.3예술축전 (4월 6일, 오후 1시, 제주4.3평화공원)

(사)제주민예총의 4.3예술축전은 올해로 31회 째를 맞는다. 제주민예총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으니, 시작과 함께한 대표 행사로 꼽을 만 하다.

4.3예술축전은 세월을 거듭하면서 현재는 각 장르별 예술인들의 4.3 예술을 무대라는 공간에 녹여내는 고유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예술축전 자체를 거대한 공연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올해는 8개의 판을 펼치면서 ▲제주작가회의 ▲풍물굿패 신나락 ▲사단법인 마로 ▲민요패 소리왓 ▲최상돈 등 4.3예술을 지켜온 제주민예총 예술인들이 공연을 선보인다. 여기에 국악인 서의철, 피아니스트 겸 연극인 오종협, 박수현·김한결·이나래·장은 등 무용수들, 헤아림어린이무용단, 볍씨학교, 서순실 심방 등이 저마다 역할을 맡아서 함께 한다.

제주민예총은 “이번 예술축전을 단순한 공연에서 탈피해 관객들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형식으로 만든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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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바람의 소리’ (4월 6일, 오후 1시·6시, 제주아트센터)

연극 ‘바람의 소리’는 재일동포 3세 김민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일본 극단 ‘달오름’이 제작했다. 

이 작품은 재일동포 2세 작가 김창생의 소설 ‘바람 목소리’를 각색했다. 4.3의 광풍 속 밀항선을 타고 오사카로 건너간 쌍둥이 자매의 삶을 통해, 고향을 그리워하는 재일제주인 1세대와 이를 지켜보는 2세대를 그린다. 연극 ‘바람의 소리’는 일본 제1회 간사이연극대상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달오름은 지난해 부산에서 ‘바람의 소리’를 공연한 바 있다. 소설 줄거리를 비교적 잘 구현하면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는 부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제주 공연은 출연진이 20여명에 달한 만큼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자주 만날 수 없는 재일동포 연극인들의 무대인만큼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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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로젝트 이어도-두 개의 섬’ (4월 12일, 오후 7시 30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선보이는 연극 ‘프로젝트 이어도-두 개의 섬’은 일종의 리메이크(remake) 작품이다. 

지난 2020년 예술공간 오이가 초연한 4.3연극 ‘프로젝트 이어도’를 바탕 삼아, 설정과 인물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면서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2020년 ‘프로젝트 이어도’가 시간 여행으로 해방 이후 제주와 미래를 오간다는 SF요소가 두드러졌다면, 2023년 ‘프로젝트 이어도-두 개의 섬’은 시간 여행이란 소재를 없애고 디스토피아(dystopia)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등 보다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입히고자 했다. 

2020년 작품은 소극장에 맞게 제작했다면, 2024년 작품은 중극장 이상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구상하면서 더욱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예술공간 오이는 2018년부터 매해 4.3 창작극을 공연해오고 있다. 만만치 않은 작업임에도 창작과 개선을 이어가면서 4.3 연극을 꾸준히 올리는 노력은, 현재 제주 극 예술계에서 예술공간 오이가 사실상 유일하다. ‘프로젝트 이어도’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지 기대를 해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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