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토 교수, ‘日식민지지배→미군정 지배→조선 분단정책’
日 ‘민족운동=빨갱이’ 정보 전달...美 카이로선언 무시 ‘탄압’

▲ 4.3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미국은 물론 일본도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적 학살인 ‘제주4.3’에 대한 근원적인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4.3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이틀째인 라운드 테이블에서 1970년대 이후 제주4.3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일본인 학자로부터 나왔다.

‘제주4.3의 과거·현재·미래의 의미와 과제’란 주제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일본 주오대학 이토 나리히코 교수는 “일본인으로서 제주도에 있었던 탄압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지적해야만 한다”며 제주4.3 비극에 대한 일본이 관련돼 있음을 밝혔다.

이토 나리히코 교수는 “애초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없었더라면 조선민족은 전쟁과는 무관했을 것이며, 이곳에 외국군대가 올 일고 없었을 것이고, 38선으로 분단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3.8선 분단과 미군정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 이토 교수 ⓒ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이토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일본의 패배로 인해 끝났으며, 제주도사건과 일본은 무관하다고 생각되기 쉽다”고 전제한 후 “분명 표면적으로는 (제주사건과 일본이) 무관하지만, 일본이 패전을 맞은 것은 1945년 8월 15일이지만 38선 이남의 일본군은 1945년 9월 8일에 미군이 서울에 들어오기 전까지 마닐라에 있는 미군사령부 지시에 따라 식민지 지배를 계속하고 있었다 . 특히 제주에서는 9월 28일에야 항복했는데 그 때까지 일본군이 계속 제주도를 지배하고 있었다”면서 “이 기간동안 조선총독 아베 대장이 일본군 사령관을 맡으면서 카이로 선언을 무시하고 3.8선 이남 민족독립운동 탄압했다”고 지적했다.

이토 교수는 특히 “일본군은 마닐라 미군사령부에 3.8선 이남 민족독립운동은 ‘모두 빨갱이’라는 잘못된, 혹은 의도적으로 잘못된 보고를 마닐라 미군사령부에 전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군은 3.8선 이남 활동은 모두 빨갱이들이 하고 있었다는 편견을 갖게 된 것”이라며 일본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즉 일본 군대가 한국 38이남의 민족운동에 대해 편견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이토 교수는 이어 “38선 이남에 들어온 미군은 카이로 선언(1943.11.27)에 따라 조선민족의 통일된 독립국가를 보장하는 ‘해방군’ 역할 수행했어야 하고 이제 국제적 약속이었지만, 실제로는 미군은 일본 식민지 지배를 이어받아 민족독립운동 탄압하고, 민족과 국토를 갈라 놓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토 교수는 “제주도의 도민대학살 비극은 미군이 카이로선언을 무시한 미국의 조선 분단 지배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경험을 도입하여 일본의 식민지정책을 신식민지정책으로 현대화시켜 이어나갔으며, 또한 미국이 주도한 강화조약에 따른 일본의 형식적인 독립이후, 한반도의 분단에 기초한 신식민지 지배에 일본을 끌어들여 미일 공동으로 한구그이 군사독재정권을 계속 지지해 왔다는 점도 적해다.

이토 교수는 “미일 양국 정부로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지를 받은 한국의 군사정권은 제주도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을 탄압하고 진상을 계속 은폐해 왔다”며 “즉 제주도 사건의 진상이 오랜 기간 동안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온 것에 대해 미일 양국 정부는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토 교수는 “일본과 미국은 제주도 도민들의 비극에 대해 근원적으로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미일 양국 정부는 4.3 60주년을 맞는 이 기회에 자국의 책임을 자각하여 제주도 도민 여러분들께 사죄함으로써, 비로서 서로 화해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인권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일 양국정부의 사죄를 정면으로 요구했다.

이토 교수는 “정부가 사죄하지 않는다면 일본인이라는 한 개인의 입장에서 제주도민에게 사죄를 드리며, 제주도민과 함께 동북아의 평화와 인권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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