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자마자 '불온서적' 된 출판기념회

   
▲ 머털도사의 공동저자들인 어린이들이 손을 들고 있다.  ⓒ 이주빈 

즐비한 화환도, 고관대작의 축사도 없지만....

그 흔한 화환의 식상한 도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화환보다 예쁜 어린이들의 웃음꽃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고관대작들의 틀에 박힌 축사도 없었다. 하지만 십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소중한 벗들의 축하 인사가 따뜻하게 전해졌다. 제주도 '머털도사' 문용포의 출판기념회는 그렇게 아름다웠다.

지난 11일 오후 5시 제주시 한라수목원의 시청각실에선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기념식을 치른 책은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곶자왈 작은학교' 아우름지기(대표교사)인 문용포씨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이 함께 지은 책이다.

고광민 어린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곶자왈 작은학교는 "놀기만 하는 학교"며 "매일매일 학생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주말마다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과 문용포씨가 어떻게 사계절을 놀면서 배웠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벌레는 어떤 곳에 많이 살아요?"
"흙 속이나 돌 밑, 물가에도 살고, 낙엽 더미나 나무껍질 속에도 살지. 너희들이 직접 찾아보면 더 많은 걸 보고 잘 알 수 있을 거야."
"벌레가 나무를 괴롭힐 때 나무는 어떻게 해요?"
"새들에게 도와달라고 한단다. 움직일 수도 없고 소리칠 수도 없는 나무가 새를 부르는 비밀을 알려줄까?"
-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중 '벌레는 무슨 생각을 할까' 편에서.

책은 이렇게 제주도의 자연 속에서 대화하며 함께 배우는 머털도사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말 그대로 곶자왈(용암이 흘러가다가 굳으면서 깨진 바위 무더기 위에 생긴 숲)처럼 거칠지만 풍성하다.

책의 공동저자이자 주인공인 아이들은 축하공연을 하거나 머털도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특별한 출판기념회를 자축했다.   
  

▲ 김민정 어린이가 플루트 연주를 하며 출판기념회를 축하하고 있다.  ⓒ 이주빈 
▲ 부산으로 전학간 고광민 어린이도 누나들과 참석해 축하했다.  ⓒ 이주빈  

"제주도에 곶자왈 작은학교 서너 군데만 더 있으면 좋겠다"

김민정 어린이는 멋진 플루트 연주를, 고광민 어린이는 꾀꼬리처럼 동요를 불렀다. '천릿길 친구들'(머털도사와 함께 여행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모임으로 오름학교와 곶자왈 작은학교를 통해 인연을 맺은 청소년들이 주축이다)은 멋진 화음을 뽐냈다.

머털도사의 오랜 벗이자 동지인 강반석 세무사는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어린이인데 우리의 머털도사가 어린이들과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해서 세상을 더욱 깨끗하게 하는 것 같다"라며 "책이 나와서 너무 좋다"라고 제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곶자왈 작은학교가 제주도에 서너 군데만 더 생겼으면 하는 것이 머털도사와 나의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민지(중1) 학생은 멀리 부산에서 축하인사를 하기 위해 제주도를 다시 찾았다. 그는 "오름기자학교와 천릿길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립고 제주도가 그리웠다"라면서 "머털도사의 출판기념회 소식을 전해듣고 자부심을 느꼈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말했다. 민지 학생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작은 변화의 자극제로 삼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두 자녀를 곶자왈 작은학교 캠프에 보낸 학부모 강은주씨는 "1박 2일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보니 아이들이 자기들 나름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더라"라며 "문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머털도사 문용포씨가 10년 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모슬포 '천사의 집' 관계자도 축하의 말을 전하기 위해 참석했다. 그는 "한마디로 문용포 선생은 '자연'"이라며 "아이들과 좋은 학습을 하는 머털도사가 제주도의 보배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학부모들에게 불온서적이 되었다"

이 특별한 출판기념회의 주인공인 머털도사 문용포씨는 "내 개인의 재주만이었다면 나는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제주도 지인들과 벗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모든 교사는 아이들을 꿈으로 안내하는 안내자"라고 정의하면서 "아이들 감성의 기름진 토양을 일구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은 놀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라며 "공부도, 자연체험도 억지로 하면 안 되고 즐겁게 해야 한다"라면서 "그 기본에 놀이가 깔려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놀이를 강조하다보니 이 책은 나오자마자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불온서적이 되고 말았다"라고 농담을 했다. 그는 "이 책이 지식전달 위주였으면 아마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아이들과 감성을 느끼고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 제주도 '머털도사' 문용포 곶자왈 작은학교 아우름지기가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주빈  

문용포씨는 마창노련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고향 제주도로 돌아와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오름학교 등을 운영했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는 제주도 조천읍 선흘리에 곶자왈 작은학교를 만들어 마을학교, 계절학교(주말체험학교), 여행학교, 평화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머털도사라는 별칭은 그의 생김새가 만화 주인공인 머털도사와 닮았다고 제주도 아이들이 붙여준 것이다. 그는 2006년엔 아름다운 재단에서 주는 '아름다운 사람'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발간한 책의 판매수익금 중 50%는 곶자왈 작은학교와 분쟁지역에 평화도서관을 짓는데 쓸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