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테마여행]비양도 해안도로 3.5㎞ 도보기행

▲ 펄렁호 산책로 끝없이 펼쳐진 산책로를 갇다보면 섬의 아늑함에 빠진다 ⓒ 김강임
날마다 걷는 것이 길이라지만, 섬 속의 섬을 걷는 것은 특별하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12번 도로를 가다보면 협제해수욕장과 금릉해수욕장 앞에 오롯이 떠있는 섬 하나가 있다. 그 섬은 바로 비양도. 비양도는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그림같이 떠 있다.

비양도는 안개가 짙게 낀 날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하여 이무기 같은 섬이라 부른다. 또 중국에서 날아온 섬, 1002년에 폭발한 화산, 전설 속 대나무가 많은 '죽도' 등 섬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하다.

▲ 그림같은 비양도 협제해수욕장과 금릉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보면 그림같이 떠 있는 섬이 바로 비양도이다 ⓒ 김강임
한림항에서 뱃길로 15분

한림항에서 출발하는 비양호는 오전 9시가 되자 뱃고동을 울렸다. 출항한지 15분쯤 지났을까? 배에서 내리자, 압개 포구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입구에는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초행길인 사람들에게 이정표는 여행의 길라잡이 같은 느낌이다.

비양도 해안도로는 3.5km. 이정표에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도로는 아니지만, 자동차가 없는 섬이니 신호등이 있을까, 경적 소리가 날까. 길을 따라 가니 처음 다다른 곳이 비양분교 운동장. 아주 자그마한 축구골대와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교실 그리고 놀이터가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 여느 초등학교나 다름없지만 이곳의 규모는 조금 작다는 것 뿐이다.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으니 바다가 보였다.

▲ 본향당 섬사람들의 민간신앙이 베인 본향당은 풍어와 무사를 기원하는 곳 ⓒ 김강임
자연의 신비 간직한 보물섬

비양분교를 지나자, 돌담 모퉁이를 지키는 본향당이 수호신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해마다 영등굿을 지낸 흔적일까. 돌담 모퉁이 사철나무에 오색의 천들이 얽혀 있었다. 풍어와 무사, 제주 바다에 나간 어부와 해녀가 무사히 돌아온다는 섬사람들의 민간신앙이 배인 곳이다.

본향당을 지나 몇 걸음 옮기니 펄낭호 산책로가 펼쳐졌다. 연못이랄까? '갯벌이 있는 물'이라고 하지만 염습지이다. 아늑하고 여유로운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민물 게가 잽싸게 옆걸음질을 친다. 풀냄새, 갯내음 그리고 바다냄새가 섬에 온 손님들을 감싸안았다.

멀리 보이는 정자. 그리고 돌탑, 펄낭못에서 자생하는 온갖 식물들에 빠져보니, 도보여행의 신비로움이 이런 것이던가? 펄렁호 옆에는 야생화 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엉겅퀴, 들민들레, 산개나리, 달개비, 섬 밖에서 본 들꽃과 다름이 없는데도 왜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

▲ 돌공원 돌의 형태에서 생명의 꿈틀거림을 느낄수 있다. ⓒ 김강임
<봄날>의 수석 거리,자갈밭 해변 끼고 걸으니...

걷다보니 수석 거리와 자갈밭 해변, 돌공원, 코끼리바위 등으로 펼쳐졌다. 수석 거리 옆을 지날 때였다. 해안도로를 따라 각기 형상이 다른 돌의 모양이 즐비하게 서 있다. 돌 속에서 생명의 꿈틀거림을 느껴보는 순간이다.

언제가 매스컴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봄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돌 공원의 의미는 새롭다. 비양봉을 옆에 두고 꼬불꼬불 이어진 수석 거리 끝에 동쪽을 바라보는 망부석이 바다를 지킨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애기 업은 돌'이라 불렀다. '애기 업은 돌'은 애가 없는 사람이 치성을 드리면 이루어진다는 전설 속 망부석. 망부석은 뒤로는 애기 업고 뱃속 아기를 간직한 채 남편을 기다리다 굶주린 전설 속 해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철새들의 휴식처 해식구는 또 하나의 섬

"조그만 섬에 이렇게 많은 자원이 있다니."

철새들이 쉬어간다는 큰가지해식구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단숨에 섬 주위를 다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눈데, 이마엔 구슬땀이 흐른다. '땀의 싱그러움'을 느껴보는 순간이다. 해식구 앞에는 어느 강태공이 바다 길을 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큰가지해식구 옆 작은가지 분석구도 바다위에 오롯이 떠 있다. 물때 왔더라면 저곳을 걸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섬 탐방의 아쉬움은 끝이 없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내다버린 바다 쓰레기가 해안도로 주변에 뒹굴고 있어 안타까웠다. 자연이 자신의 자산이라 생각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 압개포구 압개포구는 섬사람들이 바다밭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 김강임
걸으면서 만나는 섬 사람들의 소박함

1시간 30분정도 걷는 비양도 해안선 따라가기는 마을회관이 종점이었다. 압개포구가 내다뵈는 비양도 사람들 사랑방은 작은 고목나무 아래. 마을사람들은 이곳에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곳에 앉아 있으니 누가 섬에 들어오는지 한눈에 보인다.

"쉬엉 갑써 게!"

"뭐 볼 꺼 있다고 섬에 들어 왔수꽈?"

대답할 여유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비양도 아낙의 얼굴에는 호기심보다 적적함이 묻어났다. 바다가 텃밭이니 섬사람들은 부자다. 포구를 끼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비양도 주민은 60여 세대, 비양도의 총 면적 약 0.43㎢에 비하면 얼마나 한적 하고 평화로운 곳인가? 더욱이 비양도의 20%는 밭이고 임야는 53%를 차지 하지만, 망망대해 바다는 섬사람들의 바다 밭이니 이들보다 부자가 또 어디 있으랴!

▲ 리어카는 이동수단 차가 없는 섬에서는 리어카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 김강임
자동차가 없는 섬에서의 이동수단은 리어카와 자전거. 리어카 위에 무거운 짐과 노약자를 태우고 이동하는 아낙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멸치 때가 풍어를 이루면 멸치잡이를, 한치 때가 풍어를 이루면 한치 잡이를 나가야 되니, 섬사람들의 사계절은 항상 비상사태다. 그리고 물때가 되면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해삼이며 멍게, 전복을 잡아야하니 바다는 이곳 사람들의 기름진 텃밭이 아닌가?

▲ 비양봉 등산로 해발 114m 비양봉, 비양도의 지붕이기도 하다 ⓒ 김강임
비양도의 지붕 비양봉에 오르다

마을길을 가로질러 비양도의 지붕인 비양봉에 올랐다. 해발 114m 비양봉은 1002년에 폭발했으며 화산분화구로 6개의 봉우리와 2개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좁은 등산로를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에메랄드빛 바다풍경과 한라산이 아스라이 떠있다. 비양도 등산로에는 산포도 머루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 정상 정상에 하얀 등대가 운치 있어 보인다. ⓒ 김강임
30분 후,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은 암갈색 화산쇄설물이 흩어져 있었고 봉우리에는 하얀등대가 수호신처럼 비양봉을 지키고 있다. 더욱이 정상에 피어있는 야생화 위에 앉아 있으면 마치 꽃방석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보니 자신이 걸어왔던 해안선이 우리들의 인생길처럼 펼쳐 있다. 한라산 몸통이 손에 잡힐 듯하다. 구름을 이고 있는 백록담의 풍경도 기가 막히다.

3.5㎞ 걷다보니 껍데기를 벗은 느낌

▲ 비양도 섬마을풍경 포구와 어우러진 섬마을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 김강임
비양봉에서 한라산을 조망하니 벌써 제주의 본섬이 그리워진다. 드디어 하산 길, 바다를 통째로 안고 걷는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모두가 휴가를 떠난 도심 거리처럼 한적한 비양도, 해안도로 3.5㎞를 걸으니 마음마저 느긋해 진다. 껍데기를 벗은 것 처럼 나 자신 홀가분해졌다.

덧붙이는 글 | ☞ 비양도 가는 배편은 하루 2편이다. 한림항은 오전9시, 오후3시.

비양항은 오전 9시15분, 3시15분이며, 15분정도 소요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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