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의료원 홍성직 원장

제주 의료원은 몇 년 전부터 monoplace hyperbaric  oxygen chamber 라고 하여 한사람이 들어가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챔버 시설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고압산소치료라는 것이 연탄가스 중독 환자 때문에 도입된 치료법이긴 하지만 제주 의료원의 경우는 해녀나 잠수부의 잠수병 치료를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지금 제주 해녀의 경우에는 제주 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무료로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mono chamber의 경우 치료시간이 한 사람당 1시간 이상씩 걸리는 관계로 많은 수의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또한 챔버 내부를 100%에 가까운 산소로 채워서 치료해야하므로 치료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산소 중독증의 위험도 있어 다양한 장점을 가진 multiplace hyperbaric oxygen chamber를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로부터 10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준비 중에 있습니다.

▲ ⓒ홍성직
아마 이 다인 고압산소치료 센터가 만들어지면 민간시설로는 국내에서 최고의 설비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수의 고압산소치료가 동시에 가능해 질 뿐 만 아니라 지금까지 치료가 불가능했던 50미터 이상 깊이의 심해 잠수부들에 대한 잠수병 치료도 용이해 지며 심한 전신 화상환자, 당뇨에 의한 족부 괴사와 같은 합병증, 방사선치료에 따른 조직괴사 환자,  피부이식환자의 회복, 골수염 환자 등 다양한 일반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도 적용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점은 중환자의 경우도 의사나 간호사가 같이 챔버 내에 들어가 치료를 돕고 응급 상황 발생시 조처를 할 수 있으며 고압 챔버 내에서 간단한 수술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홍성직
그동안 한국에서는 주로 해군이나 공군이 군인들을 위한 특수목적으로 챔버 시설을 만들어 운영해 왔으나 최근에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챔버 시설도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여타 외국에 비하면 아직 고압산소치료라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고 챔버 시설이라는 것도 의료시설보다는 산업시설로 분류되어 있는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교육기간 중에 만난 폴란드 의사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병원이 화상전문 병원인데 심한 화상 환자의 경우 20차례 정도의 고압산소 치료가 일반 화상환자와 함께 이루어지는데 고압산소치료 후 빠른 속도로 좋아지면서 3도 화상의 경우도 피부이식치료의 가능성을 줄이고 수액치료의 양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었으며 입원기간도 따라서 많이 짧아졌다고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는 시도도 되고 있지 않지만 폴란드에서는  고압산소치료라는 것이 당연한 화상치료의 중요한 부분으로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DDRC ( diving disease reseach center ) 라는 기관은 영국의 최남단 메이플라워호가 신대륙을 향해 출발했다는  플리머스라는 항구 도시에 있었습니다.

▲ ⓒ홍성직
이곳에서는 잠수병 뿐 만 아니라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일반질환에 대한 연구가 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입원 시설까지 갖추고 당뇨 합병증 환자와 방사선 치료로 인한 조직 괴사환자들에 대한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하고 있었으며 응급상황 발생시 air ambulance 라고 하여 응급헬기로 환자를 운송하는 환자 운송시스템을 갖추고 적극적인 환자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의과 대학생, 간호사, 수련의 등의 교육은 물론이고 연구, 치료 기능과 함께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와 고압산소치료 의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고 있어  고압산소의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교육기관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Hyperbaric Medicine Course는  의사들을 위한 단기프로그램이었으며 내용은 잠수병 관련 전반과 일반질환 적용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는 이론과 함께 실습이 동반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 교육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 ⓒ홍성직
이 과정 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치료 전 환자의 정확한 상태 진단을 위한 기계 중 TINA 라고 하여 피부 피하 층의 산소분압을 측정하여 혈류의 상태 및 몸의 산소 공급양등을 측정하여 치료 전 고압산소 치료 횟수를 결정하고 치료 후의 경과를 알 수 있는 장비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경도 해본 적이 없지만 제대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장비였습니다. 다만 작은 기계 한대 가격이 1억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DDRC가 운영하고 있는 대형 챔버가 이라크 전쟁 당시 영국군이 사담 후세인의 벙커에서 떼어낸 대형 챔버를 기증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센터는 전문 의사, 전문 다이버, 간호사, 테크니션 등이 철저히 팀웍을 이루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으면 정부의 지원이나 환자의 진료비 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7군데 정도의 전문 고압산소치료센터가 병원과 연계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 ⓒ홍성직
고압산소치료 의학에 대한 교육과 영국을 포함한 유럽지역의 고압산소치료의 의학적 적용에 대한 사례를 알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도 고압산소치료센터의 설치라는 것이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일이 아니었지만 공공의료적인 측면과 섬이라는 제주만의 환경적 특성을 살리면서 제주인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특수 의학 분야를 국내에서는 선두 주자로 제주에서 시작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제주 의료원은 mono chamber 운영 때와는 달리 고압산소 치료센터에 참여할 superviser와 attedant 역활을 해야 하는  의사와 주로 챔버의 operator 역할을 할 EMT ( 응급구조사 ), 그리고 간호 파트 등 분야별 관련자들이 참여하는 팀을 만들어  고압산소치료센터 운영 및 안전과 관련된 심도 있는 교육을 먼저 시행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고압산소치료의  잠수병과 더불어 일반 환자에 대한 의학적 적용과 환자 유치를 위해 도내 대학병원 및 여타 종합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고압산소치료의 의학적 가치를 의사들에게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여 도민을 위한 고압산소치료센터의 이용을 극대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홍성직
제주 의료원의 다인고압산소치료 센터 준비는 6-7인의 환자가 한번에 들어 갈수 있는 대형 챔버는 미국의 베이텍이라는 전문 회사에서 제작 중에 있으며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위한 별도 건물도 설계가 확정되어 6월부터는 터 파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겨우 일주간의 짧은 교육과 방문이었지만 그들의 삶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적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여유, 효율성과 융통성이 잘  조화된 영국의 사회적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여전히 내재되어 있는 대영제국의 힘을 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민간차원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내에 설치되는 고압산소치료센터의 안착을 위해서 제주 도민과 도내 의료계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제주의료원 홍성직 원장]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제주 대표뉴스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