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상준 탐라자치연대 사무국장, 어떤 토론회 후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가 있었다. 모두 3회의로 진행되었는데 2회의를 중심으로 몇자 적는다. 2회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과와 과제”라는 순서였다. 2명의 발제가 있었고, 각각 2명의 토론도 이어졌다.

특별자치도 2년에 대한 논의들이 오갔다. 특별할 것 없는 특별자치도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 내용인즉슨 크게 세 가지로 읽혔다. 첫째는 시군폐지하면서 특별자치도 했더니 소위 떡고물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정부가 이제는 나몰라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셋째는 자치역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말 정확한 지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토론에 나오신 오인택 제주시 부시장이 거둔다. 그래도 천천히라도 권한이양을 하는 것이 낫고, 자치역량과 뉴제주운동을 버무려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운터를 날려버린다. “도민들이 특별자치도 자체에 자긍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발언치고 참 뜬금없다.

이 발언에 강원철 도의원이 반박을 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이 발언 때문이다. 필자는 결코 특별자치도에 자긍심은 커녕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3년전에 끝난 일이지만 “자치권을 내줘버린” 결정에 대해 전국에서 비웃는 소리에 아직도 전율을 느낀다는 소감을 말하기 위해서다.

강원철 도의원도 물었다. 뜬금없는 자긍심은 어디서 왔냐고. 필자도 재차 묻고 싶다. 오인택 부시장은 자긍심의 내용을 밝혀줬으면 한다. 도대체 오인택 부시장이 말하는 자긍심은 무엇일까? 특별자치도 2년동안의 성과는 무엇하나 도민들에게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도민들의 시선 역시 차갑다.

그래서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도민들은 도대체 왜 특별자치도는 했는지, 정부와의 약속이 지켜진 것은 또 무엇이 있는지, 그것이 과연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는지, 아니면 쓸데없는 바람만 잡고 끝나는 건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덧붙여 새로운 정부도 특별자치도에 별다른 기대를 보이지 않는 듯 처참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시장은 막무가내로 자긍심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자료집에 나온다. Δ도민들의 기대수준을 미충족, Δ쟁점관련 규제완화의 후퇴, Δ협의, 동의형식으로 중앙부터의 간여상존, Δ국가이익과 제주이익 충돌과 중앙정부의 불신 형성등으로 특별자치도가 궤도를 헤매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자긍심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러한 부시장의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자긍심의 정체가 이렇게 불완전한데, 부시장은 도민들의 마음을 혼자 헤아리고 있다. 정말 탁하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도 해봤다. 이러한 발언이 도청에서 오신 토론자가 하면 일정부분 수긍할터인데, 제주시 부시장이라는 직책에 계신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에 사는 시민들을 조롱하고 있다. 자치권이 있던 시기와 자치권이 사라진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과연 아시는지 모르겠다.

자치역량의 핵심인 자치권을 뺏고, 참정권을 없앤 다음에 자긍심을 가지라는 허황된 말을 늘어놓고 있다. 오인택 시장은 현 제주시 행정시장이 왜 그렇게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이다. 오인택 부시장은 시장의 자치권사수를 위한 노력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오상준 탐라자치연대 사무국장ⓒ제주의소리
마지막으로 행자부 차관의 발표자료에 이런 문구도 있다. “제도개선이 부작용이 우려되는 과제는 Test-bed로서 제주도에서 시험운영하고, 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과제는 효과성과 비교형량 등을 감안하여” 추진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 말의 뜻과 현실을 정녕 제주 도정과 부시장은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을까, 알고도 모른채 하는 것인까?

끝마무리에 사회를 맡은 교수가 입을 열었다. 토론회 분위기가 아주 심각하다고 하였다. 이 말이 특별자치도 제주의 현주소를 전하는 것 같아 지금도 계속 맴돌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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