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특별법 3단계 제도개선, 제주도민만 '희생양'
홍창의 전교조 제주지부 정책연구국장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였고, 2007년 8월 2단계 제도개선으로 교육규제를 풀어놓았지만 별다른 추진성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조급해진 제주도는 지금의 법 테두리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조차 시행해보지 않고, 모든 걸 제도 탓으로만 돌리려 하고 있다. 금번 3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파격적인 교육규제 완화 조치를 시도함에는 제주도의 교육산업화 전략과 정부의 교육자율화 조치가 맞물려 있음이 자명하다.

3단계 제도개선안의 핵심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에 국내·외 영리법인의 초·중·고등학교 설립 허용과 운영수익의 본국 송금(과실송금)허용이라 할 수 있다.

이미 특별법 제정을 통하여 제주형자율학교와 국제고등학교의 규제가 완화 되었고, 2단계 제도개선을 통하여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내국인의 입학비율이 50%로 상향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와 외국교육기관 그리고 외국인학교에 대한 권한이 도조례로 이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성과에 조바심 내는 제주도정은 도민과 교육계의 폭 넓은 의견수렴도 없이, 또한 교육의 공공성과 교육복지를 어떻게 강화하고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교영리법인까지 허용하며 교육을 시장판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제주도민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이 모색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행의 제주도정과 정부의 행태는 교육철학을 상실한 채 교육산업화와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공교육과 심지어 의무교육의 책무성을 망각하고 퍼주기식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촛불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미친 소, 미친 교육’이라는 외침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과연 제주도정의 뜻대로 교육규제를 다 풀어버리면, 제주도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인가?

제주영어교육도시내에 설립될 학교가 정부와 제주도의 당초 약속대로 국립이길 도민들은 간절히 바랐지만, 현재 구상중인 12개교 중에서 단 1개교만이 ‘공영형 자율학교’로 민간에게 위탁하여 운영되는 형태이고, 나머지는 사립이라 한다. 약속과는 한참이나 멀리 와 있다.

또한 초등학교까지 국제학교가 확대되어, 정규과정이 자율적으로 허용되면서 영어 몰입교육과 해외 유학대비 교육과정이 주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기초·기본소양교육 마저 담보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진기지로 활용되며 해외유학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기숙사비를 포함해서 연간 1000만원 교육경비로 저렴한 국제학교의 운영이 될 것이라고 홍보되고 있지만, 실상 영리법인을 허용하게 되면 총 지출경비는 2000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제주도교육청에서 이와 관련하여 발표된 용역결과에서도 기숙사비(660만원)와 수업료(900만원)를 합치면 1500만원으로 책정되고 있다.

결국 고소득층의 자녀들만이 입학 가능한 ‘귀족학교’임이 자명하다. 

제주도정은 교육산업화의 전략으로 정주인구와 유동인구의 수를 늘리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지만, 실상 초기에 계획되었던 정주자 1만 세대 2만 명 확보 방안은 현재까지도 구체화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인책마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또한 12개 학교 설립에 따른 9000명 수용 대상자도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으로 지역경제에 얼마나 득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 더더욱 영리법인의 학교설립 허용은 운영 수익금의 송출로 이어져, 결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산업화라는 제주도정의 핵심전략은 처음부터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비호하는 데에는 교육자율화와 교육개방의 실험장과 그 첨병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공교육의 부실에 대한 근본원인 처방보다는 교육수요자의 현안 불만에 대한 임기응변식 해결에만 치중하며 더 많은 부실한 정책을 생산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제 와서는 자율화를 내세우며 권한 이양을 통해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도 평가권과 예산지원의 양 칼날만 갖고 교육을 통제하려는 듯하다.

또한 2단계 제도개선까지 주변인으로 있던 제주도교육청 마저 3단계 제도개선안을 수용하며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교육철학의 변화무쌍함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결국 3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제주도민에게는 큰 수혜는 고사하고 교육양극화로 인한 박탈감만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과 제주도민의 혈세는 일부 고소득층 자녀를 위한 특별한 교육과 영리 법인의 이윤창출을 위해 투입될 것이다.

이를 통해 다른 경제자유구역의 교육규제완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고, 급기야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점차 위축되고 실종의 위기를 맞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정책연구국장 홍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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