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돌의 고장입니다. 같은 돌이라도 제주의 돌은 다릅니다. 빛깔도 돌의 성질도 육지의 여느 돌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돌을 재료로 사용하여 만든 석물 등 돌문화도 제주는 독특합니다. 그러나 제주의 돌과 돌문화는 체계적으로 모아지고 배치되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정리를 미루는 동안에 많은 제주돌과 돌문화재들이 육지로 반출되어 제주땅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 점이 늘 안타까웠던 저는 사재를 털고 빚을 내어 돌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아진 것이 민구류를 합쳐 15,000여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원래 저의 소유물로 모은 것이 아닙니다. 제주의 것이 제주를 떠나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모아 놓았던 것뿐입니다. 처음부터 취지가 그랬으므로 모은 것들을 언젠가는 제주도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어렵게 모은 것인 만큼 다시 흩어지지 않고 후대에까지 잘 보전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런 취지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져서 구북제주군과 탐라목석원 간에‘돌문화공원 조성에 관한 협약’이 체결됩니다. 세계에 내놓아 손색이 없는 우리 시대의 기념물을 하나 세워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어쩌면 거창한 포부에 민관이 의기투합해서 맺은 협약이었습니다. 그것이 1999년 1월 19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이 되어 갑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 동안 저는 생업의 터전인 탐라목석원을 가족에게 맡겨두고 돌문화공원의 건설현장에서 먹고 자며 오직 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돌문화공원은 예산문제로 당초 협약했던 1단계 사업의 50%밖에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에 맞춰 문을 열어야 했습니다. 돌박물관야외전시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고, 여러분은 현재 미완성의 돌문화공원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규모도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사업이다 보니 좋은 이야기, 궂은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저는 돌문화공원에 제 목숨처럼 아끼는 것들을 무상으로 다 줬습니다. 돌문화공원 어느 한 구석에 제 이름 석자 새겨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우리 손으로 기념비적인 문화유산을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자는 협약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돌문화공원의 이미지가 다친다면 그것은 문제가 다릅니다. 원래 뭘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므로 저 개인은 아무렇게 취급을 당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주도민의 것이 된 문화유산이 그 진가가 다친다면 그것은 곤란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돌문화공원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서는 거의 토 다는 분이 안 계십니다. 그러나 투자에 비해 수입이 적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심지어 돌문화공원을‘돈 먹는 하마’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순계산을 한다면 일리가 있는 지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살피면 경제적 손익계산이 크게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제가 돌문화공원에 무상 기증한 수집품들은 제가 평생 모은 것이고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것들입니다. 제가 금전적 손익을 계산했다면 절대로 기증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저 개인의 문제이므로 덮어 두겠습니다. 돌문화공원의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한다면 그것 역시 당장 눈앞의 수익성만 따질 수는 없는 일일 것입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제주 도내 중산간 도로망이 당장 얼마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까? 그런 도로망은 당장은 수익성이 없어도 길게 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하는 것 아닙니까? 돌문화공원도 좀더 길게 보아 거기에 잠재된 경제성을 평가하는 아량을 기대해 봅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성도 분명 있습니다. 정부는 먼저 돌문화공원의 가치를 평가하여 3백억원 이상의 국고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지자체들이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경쟁을 하는 현실에서 돌문화공원에 대한 국고지원은 그만큼 제주도에 돈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비록 국고이긴 하지만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돌문화공원이 일종의 투자유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돌문화공원 내 박물관 본건물 자리는 10수년간 생활쓰레기 매립장이었습니다. 지대가 평당 몇 만원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돌문화공원의 경제성은, 그것이 들어섬으로써 생긴 땅값 상승효과를 포함해 계산을 해야 옳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시점에서도 돌문화공원의 경제성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한편 돌문화공원의 조성은 주변 토지의 토지주와 투자가들을 자극하여 현재 많은 곳에서 건설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비록 돌문화공원 자체적인 수익성과는 직접 관계가 없겠으나, 제주특별자치도를 하나의 경제 단위로 볼 때는 이와 같은 인프라 효과까지 포함시켜 돌문화공원의 경제성을 논해야 할 것입니다.

▲ 백운철 탐라목석원장
물론 관람료 등 돌문화공원의 수입을 늘리는 비상한 연구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비정상적이지만 관행적인 판촉 행위마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관영 돌박물관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제고에 장애가 많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돌문화공원의 문화적 가치를 높여서, 제주에 온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보고 가야 하는 명소로 만들어 가는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문을 연 지가 이제 2년밖에 안 되었습니다. 특별전시관 건립, 중산간 초가마을 50여동 재현, 70만평의 교래자연휴양림 조성공사 등 앞으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공사들이 마쳐질 2010년도가 되면 돌문화공원은 비로소 처음 기획했던 1단계의 위용을 서서히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성원으로 이 지점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발 돌아가신 신철주 군수님을 생각해서라도 기를 꺾지 말고 북돋아 주십시오. 세계의 자산으로 인정받는 돌문화공원이 탄생할 수 있도록 계속적인 성원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 돌문화공원 협약당사자 백운철(탐라목석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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