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 의료 민영화 신호탄?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겁습니다. 제주 헬스케어타운 내 국내 영리의료법인 허용 논란에 이어, 지난 10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영리목적 부대사업 허용 ▲병원 인수합병 허용 ▲환자 유인알선 행위 허용 등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표해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따른 영리병원 도입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현직 의사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편집자주> 
  
   
▲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적은 건강보험료로 상당한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을 받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서울 구로건강복지센터에서 장애인 무료치과진료를 하고 있는 이 지역 치과의사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큰일났다. 병원이 회사로 변신한단다. 몸 아프면 건강보험증 들고 가볍게 다니던 동네병원이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영리법인'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열렸다. 병원도 이제는 잘 따져보고 일일이 골라가며 다녀야 하는가?

지난 3일 한승수 총리가 주관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서 '도지사가 지정하는 특정지역에 대해 국내 영리의료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서귀포 지역에 조성될 예정인 제주국제자유도시 안에 헬스케어타운을 만들고, 이를 위한 영리의료법인을 설립하겠다는 의미이다. 제주가 열리면 송도, 광양 등 국제도시에 만들어지는 병원들 역시 영리법인을 지향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 삶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자격은 의료인이거나 비영리 법인체여야 한다. 이는 병원이 돈벌이를 위한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병원으로 번 돈은 병원에서 다 써야 한다'는 뜻이다. 즉 병원에서 진료를 통해 번 수익을 병원 밖으로 유출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건강보험법'에 의해 모든 의료인은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할 때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전국민이 가입된 건강보험 환자를 거부하면 '진료거부'로 의료인 면허를 취소당할 수도 있고, 건강보험에서 지급받는 진료수가는 대개의 경우 시장수가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의사단체들은 틈만 나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폐지해 달라든지,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를 요구한다.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적은 건강보험료로 상당한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을 받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질문①]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우선 의료기관 설립 자격 제한이 없어진다. '주식회사 병원'이 출현할 수 있다. '회사'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조직'이므로 병원의 설립 및 운영에 있어서 매출을 늘리고,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돈 안 되는 건강보험 환자를 기피하게 되고, 의사를 비롯한 고용인력의 인건비, 재료, 약재 등에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

불행히도 의료인력 질관리, 약의 효능 등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정보가 제한되어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결국 회사는 건물, 고급스런 인테리어, 친절서비스 등 의료 외적 경쟁력으로 매출증진을 꾀하게 되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몫이 된다.

미국에서 로즈나우라는 연구자가 1980년부터 2001년까지 영리의료법인과 비영리 의료법인의 의료성취도를 평가한 논문 149개를 분석한 결과, 영리법인의 성취도가 높다고 평가한 논문은 12.1%에 불과했고, 오히려 비영리법인의 의료성취도가 높다는 논문이 59.1%였다. 특히 영리법인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응급실, 중환자실의 운영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국민 모두가 '잠재적 환자'라는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보면 가슴이 서늘할 일이다. 
  

▲ 영리법인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응급실, 중환자실의 운영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사진은 전북지역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안현주

[질문②] 의사들에게는 영리법인이 유리할까?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영리병원의 경우 환자에게서 받는 진료비는 비영리병원보다 약 20%가량 높은데도 (가정의학과)의사의 평균연봉은 약 20만 달러(2억) 가량으로 비슷하다. 병원 경영진에 대한 지나친 급여, 셀 수 없이 많은 민간의료보험회사들과 일일이 환자 심사를 해야 하는 데 따른 과다한 관리운영비 때문이다. 동일한 질병, 같은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회사에 따라 요구하는 서식과 심사결과가 천차만별이라서 서류작업은 머리 터지게 복잡하고, 진료에 대한 보수는 별 거 없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게으른 공무원'의 전형처럼 비난 받는 영국의 GP(일반의사)도 '널널하게' 일하면서 연 10만 파운드(2억)는 받는다. 현재 이미 부자인 선배 의사들 입장에서는 영리의료법인의 주주가 되는 게 좋은 기회이겠으나, 후배의사들에게는 하나도 반가울 게 없는 게 바로 영리의료법인인 것이다.

[질문③] 영리의료법인은 결국 누구에게 이익인가?

최근 필자에게 개원 컨설팅을 의뢰한 어느 분은 상속-증여의 방편으로 비상장 주식회사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솔직히 말씀하셨다. 병원이야말로 가장 수익성 있고 안전한 사업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각종 암보험 같은 보충형 의료보험 상품을 파는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의 경우 현재 건강보험 체계에서도 연 10조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리의료법인의 허용은 곧 민영의료보험 상품이 건강보험을 제치고 전면화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실손형 보험이 전면화되면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보험에 편입될 수 없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긴다.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질병에 취약한 인자가 많은 사람들, 실제 의료보장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의료에서 소외되는 '의료양극화'가 바로 이런 것이다. 미국에 약 4500만 명이나 존재하는, 아무런 형태의 건강보험도 갖지 못한 사람들처럼…. 그럼에도 ㈜2MB 병원을 허용하려 하는가?    
 
덧붙이는 글 | 홍수연 기자는 치과 전문의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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