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ICC Jeju에서는 ASEM(Asia Europe Meeting) 재무장관 회의를 맞이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열심을 다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ASEM은 1996년, 우리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제실시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컨벤션시설을 우리 제주도민의 힘으로 건립해 내자’는 제안을 촉발시킨 소중한 행사입니다.

당시 1백만 제주도민이 그토록 이곳에서 열리기를 소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울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ASEM 이후, 우리는 한 순간도 그 실연의 아픔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러기에 ASEM 유치 때 영글어진 도민통합의 정신을 완성시켜 나가자는 도백의 제안에 도민들은 같은 마음으로 ‘도민주’라는 백짓장을 맞들었던 것입니다. 그 점에서 지난 10여년의 시간과 오늘의 ASEM은 바람 속을 헤치며 걸어 온 우리들의 염원과 도전의 결실입니다. 이 순간 다시 한번 그 처음의 마음들을 회고하며, 오늘의 ICC Jeju를 출생시켜 주신 도민 주주님들께 머리 숙여 고마운 인사를 올립니다.

한편 그동안 도민주 중 개인주주에 대해서는 희망하시는 분들에 한해 유상매입을 실시하기로 결의하고 필요한 절차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물론 상법의 규정상 주식회사의 대원칙이 ‘모든 주주가 평등하다’는 것입니다만, 우리의 경우 개인주주와 법인주주는 대체로 그 출자 목적과 경위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80개사의 법인주주 중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대우조선해양(주)를 제외한 모든 법인주주님들이 개인주에 대해 우선 매입하는 부분을 양해하여 주셨던 것입니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은 전신이 대우중공업으로서, ICC Jeju 설립 당시 건설공사를 주도했던 대우건설 및 대우개발과 함께,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지각할 수 있듯이, 그들의 출자 목적은 우선적으로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 점에서 저는 지난 6월 5일, 대우조선해양을 네 번째 방문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하였습니다.

“법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주주가 평등합니다만, 사회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개인주주, 그 중에서도 이 주식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돌아가신 분, 연로하신 분, 병들어 계신 분, 생활이 힘겨우신 분들과 법인주주는 분명히 다릅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당시의 출자목적을 상당부분 성취하였고, 지금은 연매출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우리나라 굴지의 조선회사가 아닙니까? 또한 오늘날의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을 법인 목적의 우선순위에 두고 이익추구 못지않게 약자를 보살피는 데 솔선수범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이 소송을 제기한 주목적이 ’개인주를 반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법인주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자사의 자산가치가 저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일진대, 그동안 변화된 경영환경을 고려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소송을 제기하신 이후에 면세점 입점이 확정됨으로써, 지금은 개인주를 반환하게 되면 오히려 ICC Jeju의 이미지가 개선되어 매출증가와 경영혁신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올해 중으로 면세점이 문을 열게 되면 회의고객들의 만족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식음사업의 매출액을 현저히 증가시킬 수 있으리라 보아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내년 말경에 이르러 컨벤션앵커호텔이 준공되면 바야흐로 컨벤션 인프라가 완성되므로, ICC Jeju는 그야말로 두 날개를 달고서 비상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다소 공사가 지연되었던 앵커호텔은 멕시코의 세계적 건축가인 리까르도 레고레타(Ricardo Legorreta Vilchis)의 재설계가 12일자로 건축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ICC Jeju의 이름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빛나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이러한 모든 변화들이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면 자연스레 경영성과가 개선되고 주식가치가 제고되어, 결과적으로 남아 있는 주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에 제기하신 소송을 취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저희들의 간곡한 소망을 저버렸습니다. 선고가 이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래도 인간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양심과 법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저의 미련함을 꾸짖어 주십시오.

▲ 허정옥 ICC Jeju 대표이사ⓒ제주의소리
향후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개인주 반환의 약속을 반드시 실현시키고자 하는 도정부와 여타 법인주를 포함해서 주주님의 입장을 대변하시는 이사님들과 함께 전체적인 도민주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토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앵커호텔부지 매각대금 중 개인주 반환 자금에 해당하는 금액이 이사회의 결의대로 엄격하게 유보되어져 있음을 다시 한 번 공지해 드립니다.

또한 ASEM과 같은 국제회의들이 활발하게 개최됨으로써 여러분의 처음 마음이 제주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재삼 상기시켜 드리는 바입니다. 모쪼록 조금만 더 믿음과 인내로 저희들을 지켜보아 주시면, 오늘의 고뇌와 아픔이 내일의 기쁨과 보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을 다하겠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의 자세로 분골쇄신해 나갈 것을 가슴에 손을 얹어 약속합니다.  <허정옥 ICC Jeju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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