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주도정, ‘이사회’구성에서 손 떼시죠

▲ 4.3평화재단 이사와 이사장,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까....ⓒ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 출범을 앞둬 우려했던 일들이 나오고야 말았다. 자리싸움, 감투 챙기기다. 무슨무슨 위원회라고 하면 그게 좋은지 나쁜지, 똥인지 된장인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지 아닌지도, 내 스스로 능력이 되는지 부족한지도 안 가린다. 주변의 시선은 어떤지, 또 도민들이 지금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자리’만을 위해 달려드는 돌격대가 있다. ‘봉사와 희생’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뒷전일 뿐 ‘명예’와 ‘권세’가 진짜 이유인 꾼들도 있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자기가 자기 자신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은 ‘당신은 아니다’라 하는데 자기만 ‘내가 해야 한다’고 박박 우기는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권력이 이 자리를 정치적 지랫대로 이용하겠다는 야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萬事)’지만 망사(亡事)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코드 인사’로, 이를 비판하던 이명박 정부도 결국은 ‘고소영’ ‘강부자’에 이어 'S라인‘인사로 촛불정국을 불태우지 않았던가.

김태환 도정이 출범하면서 이런저런 기관장으로 논공행상 논란이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그들이 ‘아주 최소한의 기준(물론 전혀 못미친 경우도 있다)’에 근접했기 때문이었다.

4.3평화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만들기 시작한다고 했을 때, 지역사회에서는 “아따, 그 자리 노리는 사람들 정말 많겠네”란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말이 우스개지 실제는 우려와 걱정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정말 4.3평화재단만큼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단호함이었다.

제주도가 4.3평화재단 설립추진위원 13명에다 2명을 더해 이사진을 구성하고, 특정인을 이사장과 상임이사로 앉히기 위해 조율에 들어갔다는 이른바 ‘사전 내정설’이 파다하다. 또 시장에 떠도는 이사장 내정자는 4.3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뿐더러, 김 지사 선대본부장 출신이어서 ‘전리품 잔치’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4.3재단 이사와 상임이사, 이사장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김 지사의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어떤이는 안된다는 그런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인선을 위한, 추대를 위한 도민사회가 납득할만한 원칙과 기준이 먼저 정해지고, 거기에 맞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원칙과 기준은 뭐가돼야 할까?

첫째, 제주4.3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사진은 4.3 60년 역사에 어떠한 모습으로든 질곡의 역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 자라야 한다. 그가 반드시 4.3유족이거나, 4.3단체에서 일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제주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상생과 화해, 평화와 인권이라는 제주4.3의 정신과 화두에 부합한 일에 헌신해 온 인사라야 하지 않겠나. 4.3의 ‘4’자만 꺼내도 눈총을 받던 서슬퍼런 시절 따뜻한 구둘목에 앉아 있다가, 이제 따스한 햇살이 비치니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숫가락 달랑 하나 얹혀 놓겠다는 ‘얌체족’이 될 수는 없지 않는가. 감귤농사에서도 ‘무임승차’를 힐책하는 마당에, 적어도 4.3역사에 ‘공짜’는 없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적어도 초대 이사장만큼은 그래야 하지 않겠나.

둘째, 덕망이 있어야 한다.
지난 60년의 4.3이 비극의 역사를 극복하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길이었다면, 앞으로의 60년을 가야하는 4.3평화재단의 역할은 현재를 살고 있는 동시대인은 물론, 앞으로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화해와 상생-평화와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인류가치를 교육하고 실천하게 하는 주목적이 있다. 이제 4.3은 제주의 정신으로 승화되고 있다.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된 것도 4.3이었다. 제주에서 가장 존엄한 정신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4.3일 것이다. 2만5천~3만명의 무고한 양민의 생명을 앗아간 4.3을 다루는 평화재단 이사라면 최소한 그에 걸맞는 덕망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보더라도 존경받는 인사가 4.3재단 이사가 돼야지 손가락이나 받고, 뒷말이나 나오는 인사가 어떻게 4.3 정신을 말하겠는가. 영령들이 뭐라하겠는가.

세째, 대중적 전국적 명망성이 있어야 한다.
4.3은 4.3유족과 4.3단체들 것만이 아니다. 이제 4.3은 제주도민의 것이자,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정신적 자산으로 나가려 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을 모티브로 삼아 세계화를 진행중이다. 4.3평화재단 이사, 이사장이라면 적어도 전국화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대중적 명망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제주도민만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국에 내 놓아도 ‘아하! 그분’ 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의 명망성을 갖춘 인사를 모셔오고, 이사와 이사장으로 추대하는 게 마땅하지 않는가. 제주도민이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이사장으로 모셔 와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이 세가지 기준이 적합한 인사가 이사가 되고, 이사장이 되는 관행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시중에 이사장 임명과 관련해 이런 저런 ‘또 다른 기준’이 나돌고 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게 ‘이명박 정부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기준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와 가까운 사람은 곧 4.3을 하지 않았던 사람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4.3은 ‘잃어버린 10년’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3중앙위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와 가까운 사람을 고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렇다면 재단이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꿔야 하나. 누가 4.3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내몰 고 있는가.

두번째는 ‘가까워야 재단예산을 따올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논리는 주로 공직사회에서 나온다. 4.3평화재단은 4.3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구다. 예산도 법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재단에 왜 갑자기 뜸금 없이 재단예산 절충을 말하는가? 정부와 접촉해 예산을 따오는 게 제주도정의 몫이 아니라, 이사장의 역할이란 말인가? 그래서 정앙정부와 절충해 예산을 따오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와 친한 사람이 이사장이 돼야 하고, 예산절충능력이 있는 도정이 추천하는 인사가 이사장이 돼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렇게 4.3을 아낀다는 제주도정조차 4.3평화재단 인건비로 한 푼의 돈도 안 내놓으면서 재단이사장보고 중앙정부에 가서 예산을 따오라? 이는 ‘도둑놈 심보’다.

마지막으로 4.3관련단체들에게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4.3단체들 먼저 모범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우리단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줄 수는 없을까? 물론 4.3평화재단 이사구성에 주역인 4.3단체들이 포함 안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고 해도 ‘나’ ‘우리’를 고집하는 것은 그 역시 독선과 아집이다. 4.3단체에서 추천하는 더 좋은 인사가, 훌륭한 인물이 이사가 되고, 이사장이 되면 되는 것이지, 단체 대표라고 해서 사실상 ‘당연직 개념’으로 가는 것은 보기에도 썩 안 좋다. 이 자리를 위해 지금까지 피눈물 흘리며 싸워온 게 아니지 않는가. 너무나 혹독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여줘 온 헌신성과 도덕성을 다시 한 번 기대할 수는 없을까?

제주도정과 일부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이른바 ‘13명의 추진위원+2명’. 과연 제주4,3평화재단 이사와 상임이사, 이사장에 적합한지, 그 얼굴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주도정에 말한다. 4.3은 전리품이 아니다. 제발 4.3을 그냥 놔둬라. 4.3이 지난 60년 스스로 말해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재단인선에서 손을 떼라.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 설립추진위원 명단

△이상복 제주도 행정부지사 △강원철 제주도의원 △이우철 4.3사건처리지원단장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4.3중앙위원) △고태호 4.3실무위 부위원장 △김두연 4.3유족회장 △양동윤 4.3도민연대 공동대표 △박찬식 4.3연구소장 △허영선 민예총 제주지회장 △고희범 4.3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강지용 제주대 교수 △진영진 변호사 △진창섭 4.3사업소장(이상 13명)

<이재홍 기자/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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