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휘닉스라일랜드 준공식

지난 20일 섭지코지에 웅장하게 들어선 ‘휘닉스아일랜드’ 준공식 행사를 한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기대반 우려반 묘한 감정을 느끼며 식장에 참석했다.

그날따라 장맛비는 줄기차게 내려 섭지코지 토지신은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섭지코지 앞바다에 서리서리 쏟아 붓는 듯 했다.

준공식장에 들어선 순간 휘둥그레진 나의 눈은 콩콩거리는 작은 가슴을 진정 시킬 엄두를 갖지 못했다. 고급스럽거나 건물 모양이 심플하다거나, 현대적인 건축 기술을 총 동원하여 지어 시골사람 기를 팍 죽여서도 아니다.

몇 년 전만해도 그 건물 지은 바로 그 터엔 바람으로 채이고 모래땅에 주눅 들어 최소한의 생존만 허락하며 겨우 자기 몸뚱이 땅속에 묻은 채 수십년 버틴 소나무며 숨비기 나무며 모래밭에서만 자란다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간직한 이름 모를 꽃들이 어렵게 아주 어렵사리 모래땅을 지키고 있었지 않았나.

섭지코지 마을인 신양리 마을 주민들이 오랫동안 고단한 삶을 살아온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 닮을 수 있을까를 연상케 하는 곳 이였다.

아무튼 그 날, 그 웅장한 피닉스아일랜드 드넓은 강당엔 테이블 마다 고급뷔페 음식이 차려졌고 축하주로 준비한 와인병이 보였으며 200평이 훨씬 넘는다는 그 강당엔 정장을 갖춘 하객들로 넘실거렸다.

드문드문 신양리 주민들도 보였다. 성산읍 관내 각급 기관 단체장 모습도 더러 보였다.

단상 왼쪽 사회석엔 여자 아나운서인 듯 한 이가 사회를 보았다. 세련미가 돋보이는 사회자의 멘트 따라 내빈석 참석자들을 소개한다.

"보광그룹 홍 아무개 회장님을 소개합니다" 한바탕 박수 소리로 장내가 출렁인다.

"제주특별자치도 김 아무개 지사님을 소개합니다" "제주지검 아무개 검사장님을 소개합니다" 연이어 터지는 박수, 박수 소리 식장은 그야말로 축하의 물결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사회자가 소개하는 소위 내빈이란 사람들 모두가 회사 관계자 아니면 제주도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이들 뿐이니 참으로 이상치 않은가.

섭지코지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고 행정적으로 뒷받침 하는 이는 보광이란 회사와 제주도 관계자인 것은 맞다. 그런데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사회자가 소개하는 내빈 속엔 섭지코지 주인이 없지 않은가. 하긴 내빈이 무슨 대수며 주최측 즉, 집주인이 알아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리그로 끌난 것 같은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친다.

섭지코지 마을엔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도 있을 것이고 하다못해 노인회, 부녀회,청년회 등 이 땅을 지켰고 가꾸워온 많은 섭지코지 주인이 있을 터인데, 그 날 그 행사장엔 섭지코지 주인은 안보이고 '휘닉스 아일랜드'란 건물 주인과 그 주인을 도와주는 특별자치도 행정 최고책임자만 보였다.

하늘 아래 최고 절경이라는 성산읍 신양 마을 '섭지코지' 그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혹시 '섭지코지' 모두를 자기 것이라 착각하는 건 아닌지. <성산포에서, 이승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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