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밀항이야기(16)] 구좌읍 출신 한규천씨(2)

1964년 당시는 일본에서 북한에 가는 북송선이 있었던 시절이다. 오무라 수용소에서 북한으로 가겠다면 니이카타 항으로 보내어져 만경봉호를 태워서 북한으로 보내어질 시기이다. 이때는 수용소 안에서도 한국과 북한이 서로 대립 할 시절이다. 따라서 북한을 추종하는 조총련계통과 한국을 추종하는 민단계통은 서로 주먹다짐이 오고가는 시절이었다. 서로 같은 곳에 수용하게 되면 큰 싸움이 나서 사상자가 날 판이다. 수용소 측은 싸움 및 사상자가 생길 위험을 생각해서 민단계와 조총련계를 분리해서 수용했다.

교포출신 장기 징역(7년 이상의 징역)을 마쳐서 국외추방령을 받고서 오무라 수용소에 수용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야쿠자' 출신들 이다. 그들은 가족 혹은 친지들이 수용소에서 사람을 빼내려고 가석방 수속중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얌젼 했다고 한다. 만약 수용소 생활성적이 바쁘면, 가석방이 결정된다 해도 취소처분이 될 위험이 있기에, 수용소 생활은 눈에 보이게 모범생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 1890년대 산지 포구 산지천 하루에 돛배들이 포구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해안가로 초가집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출처=사진으로 엮는 20세기 제주시 ⓒ 제주의소리

그러나 그들은 한국에서 온 밀항자들을 못살게 군다. 자기들은 일본말 일본사정을 알고 있기에 또 오래 수용돼 있기에 여러가지로 유리하다. 그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은, 말 모르고 눈 어두운 한국에서 지금 와서 걸린 밀항자들인 것이다.

한국 부산으로 향하는 배 일정이 결정되면, 배를 탈 사람들의 명단이 써 붙여진다. 밀항자들은 이제 한국으로 갈 것이며, 배를 타지 않을 사람들은 교포 장기징역을 마치고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들인 것이다. 배를 탈 사람들은 서서히 수용소 생활을 정리한다.

배타기 전 날밤은 먹을 것 없는 파티가 열린다. 바께쓰가 찌그러져 완전히 묵사발이 되도록 장단을 치며, 고향에 간다고 노래를 부르고 흥에 겨워한다. 한국에 돌아와도 뻔히 보이는 것은 한국에서 조사 및 고문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고향이 무엇인지 고향가는 기쁨이 그들을 기쁘게 하게 하는 것이다.
    

▲ 제주항 제주세관 등 항만시설이 갖추어진 제주항. 앞쪽이 지금으 항만터미널이 자리한 곳이다. 출처=사진으로 엮는 20세기 제주시 ⓒ 제주의소리

일본 나라(奈良) 출신 교포 이발사가 있었다. 이발을 하려면 당시 돈 50원을 주고서 그 사람에게 이발을 해야만 했다. 그 이발사는 자기는 밖에서 가석방 운동을 하고 있으니 곧 석방될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밀항자들을 못 살게 굴었다. 그러나 그는 석방되지 않고 계속 수용돼 있었다. 내일 배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게 된 한국에서 온 밀항자들이 그를 반 죽게 패 버리고 배를 타고 만 것이다.

수용소측에서 보면, 폭력을 쓴 사람을 한국으로 보내지 말고 조사를 해 보았던들 더 골치 아픈 일이다. 봐도 못 본 척 한국으로 보내고 마는 것이다.

한국행 배를 탈 명단이 발표되면, 제일 침울해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 병역과 관계된 사람들인 것이다. 입영영장을 받고 일본으로 밀항해 왔다가 걸린 사람. 또 군대 휴가중에 밀항배를 탄 사람마저 있었다(실제 필자가 아는 사람 중에서 휴가 중에 밀항배를 탄 사람 있음). 이들은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군 헌병대 이다.

이제 한국에 가면 죽었구나 라고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앓기 시작한다. 거기에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자기는 군대를 갔다 왔다고 이런 사람들을 말로 반 죽이며, 말로 더욱더 괴롭히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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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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