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주도 영리병원 반대 안한다”…‘허용’ 입장 공식화
“도, 복지부 설득용 ‘신뢰도 Zero 여론조사’ 강행” 논란 자초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주도가 추진하는 국내 영리병원과 관련해 10일 “제주도민들이 허용을 원한다면 복지부로서는 반대 입장을 표시하지 않겠다”고 공식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 영리병원 설립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만 했던 기존 입장에서 허용 가능성을 열어 놓은 한발 진전된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표명은 제주도가 충분한 홍보도 없이 진행된 ‘졸속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제주도의 ‘국내 영리병원 허용’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정부와 제주도가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건복지가족부 이상영 보건의료정책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연대 주최 ‘정부의 의료정책:선진화인가, 민영화인가’ 토론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국내 영리의료법인 병원 설립 허용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제주도민들이 적극적으로 원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국내 영리병원 허용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종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던 입장보다 매우 진전된 입장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상영 정책관은 “제주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영리병원 설립 찬성이 다수였고 한 지역 언론기관 여론조사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반대가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정책관은 또 “제주도 전체가 아닌 서귀포 일부지역에 영리법인 병원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도민 대상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겠다는 전제가 달렸다”며 제주도민이 찬성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정책관은 이어 “제주도내에서 우선 시행해 본 결과 결과가 좋게 나타나고 다른 지역에서도 허용 요구가 있다면 그때 가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정책관은 영리병원 허용을 둘러싼 의료민영화 논란과 관련해서는 “영리법인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 됐던 것은 기획재정부가 경제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복지부 업무로, 복지부는 영리법인에 대해 단 한번도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는데 허용된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정책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산업을 육성을 유도하는 ‘의료선진화’라는 입장과 의료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건강보험의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반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은 “민간 소유 병원은 행태면에서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간에 사실상 차이가 없다”며 “의료시장에 자금조달을 제약함으로써 서비스산업을 낙후화시키고 사회의 이익을 저해하는 영리법인 금지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대부분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국내 영리병원은 허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박형근 건강연대 정책위원(제주대 의대 교수)은 “제주도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이는 전국 특구로 번지고, 이어 전국적 수준에서 허용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며 “제주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이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물꼬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박 교수는 또 정부의 ‘의료선진화’ 주장은 ‘의료민영화’라고 반박하고, “정부 여당이 의료민영화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영리병원 허용과 민간보험 활성화 포기 입장을 공식화하라”고 촉구했다.

국내 의료보건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날 제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국내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해 제주도민 찬성을 전제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밝힘에 따라 제주도민 찬성 근거를 놓고 또 한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강정해군기지 유치 때와 같이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국내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밀어붙일 공산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6월19~20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당시 813명이 참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의견(75.4%)이 반대(19.3%)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라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6월27일 도민 1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반대(47.9%)가 찬성(42.8%)보다 높았다.

이 같은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제주대 교수 49명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조사에서 75.4%의 도민이 영리의료기관 허용을 찬성했다는 것을 정당성의 논거로 삼는 제주도 당국의 행태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국내 영리병원의 의미와 방향, 찬반 논리를 도민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절차 없이 진행된 졸속한 여론조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여론조작”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제주도가 도민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국내 영리병원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신뢰도 높은’ 여론조사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이명박식 불도저 행정’이란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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