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중석 교수가 제주4.3평화재단 설립추진위원 12명에게 보낸 의견서. ⓒ제주의소리
의견서

11일부터 해외 출장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16일 개최되는 '제주4.3평화재단' 설립 준비추진위원회 회의에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준비위원님께 저의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4.3위원회 및 4.3위원회 심사소위원회에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문제와 희생자 명예회복 문제를 논의하면서 왜 이렇게 4.3의 진실과 진상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에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 년 동안 4.3기념관 건립 관련 자문회의에서 4.3의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계속 역설했습니다만 그것이 제대로 안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회의 일각에서 4.3의 의의를 훼손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작년에는 4.3위원회, 심사소위원회 등 여러 관계 회의에서 재단을 빨리 설립하여야만 평화공원과 평화기념관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계속 강조했습니다만 지금까지도 재단이 설립되지 않아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작년 12월 유족회에서 주최한 4.3재단 설립 공청회에 특별강연을 부탁받고 지금까지 있었던 4.3과거사 청산보다 4.3재단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4.3재단이 출범해 평화기념관과 평화공원의 운영과 유족 복지사업 등이 제대로 추진돼야 4.3영령이 편히 쉴 수 있고 4.3영령에 대한 추모가 깊어질 것이며 4.3진상과 진실이 온 세상에 제대로 알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4.3평화재단 초대 이사장은 지금까지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했고, 4.3의 의의와 정신을 평화공원과 평화기념관에 훌륭하게 살려낼 수 있는 현기영 선생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현 선생은 우리 문화계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고, 각계 인사들과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명망성과 지명도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중대한 일 일수록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4.3재단과 4.3관계 여러 단체들이 4.3의 진실과 의의를 살리는 데 한 뜻으로 단결돼 있다면 그것에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재단 이사장 선임 문제 등으로 분열돼 있다면 4.3재단과 4.3의 의의를 폄하해서 지원을 적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도를 걷는 것만이 4.3재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촛불시위 이후 정부의 태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1988년 이래 20년 동안 4.3의 진실을 알리고 4.3의 의의를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이 4.3의 대의(大義)에 따라 잘 될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깊은 숙고가 있기를 바랍니다.

2008. 7.10  의견인 서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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