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시간 연수기간 동안 일한 돈 못 받는 등 피해사례 우후죽순

이번주 주말이면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기간은 학생들이 취약 과목 집중학습을 통해 성적 향상을 노리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방학기간 학생들의 길이 양갈래로 나뉜다. 방학을 성적 향상의 기회로 이용하는 ‘독서실파’와 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파’가 방학을 앞둔 학생들 앞에 놓인 양갈래 길이다.

2003년 노동부가 실시한 표본조사에 의하면 전국 중고등학생 366만3512명중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수는 79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2003년도를 기준으로 한 수치이기 때문에 2008년도는 더 많은 수의 중고등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통계 수치는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보편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상당수 고깃집, pc방, 주유소, 편의점 등에서 서빙과 카운터를 맡고 있는 이들은 앳된 얼굴들이다.

▲ 제주시내에 위치한 모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취재중. 여름방학 학생들은 '독서실파'와 '아르바이트파'로 나뉜다. ⓒ사진 송현우

# "반에서 10%가 아르바이트"···"공부해야 할 학생이 무슨···" 편견 팽배

지난 11일 하교시간에 맞춰 찾았던 A고등학교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인문계 고등학교임에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일찍 하굣길에 오른 오모양(2학년)은 “레스토랑, 횟집, 고깃집 다양하게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이번 여름방학 때도 할 생각이에요. 저희 반이 30명정도 되는데 그중 3~4명은 아르바이트를 할거에요.”라고 전했다.

이렇듯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보편화돼 있음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생계고(苦)에 시달리는 극소수이거나 소비문화에 영향을 받은 비행청소년이라는 편견이 팽배하다.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학생은 당연히 공부만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로 고용되는 사업장에선 청소년들의 이러한 어려운 처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한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점에서 일을 했지만 수당을 못 받은 경험이 있다는 B고등학교 2학년 김모양의 하소연이다.
“부모님동의서가 필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 사장님한테 부모동의서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하니까, 동의서 없이도 일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어요. 35시간 동안 연수기간을 거쳤는데 연수기간이 끝나자 부모동의서가 없어서 더 다닐 수가 없다고 했고, 연수기간 동안에 일 한 것은 돈을 줄 수가 없다고 해 급료도 못 받았어요.  신고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법에 대한 정보도 없고 또 왠지 일이 복잡할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노형동 소재 00갈비집에서 열흘간 일한 경험이 있는 B고등학교 1학년 김모군은 “사정이 있어 열흘밖에 일을 못했지만 일하는 동안에는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나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일한 시간이 너무 짧아 그냥 연수한 거라고 생각하라면서, 돈을 안 주겠다는 거예요. 그 가게가 크고 유명한 곳이라서 그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라고 전했다.

▲ 주변 음식점에서 쉽게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 아르바이트 보호 장치 있는 줄도 몰라···첫 사회생활 배신·사기 실망감에 좌절

노동부에 따르면 청소년 고용사업장 중 73%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 초과근무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노동부에서는 청소년근로권을 확보하기 위해 2005년 청소년 고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및 법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지로 하는 ‘청소년근로보호대책’을 내놓았다. 이어 최근 2008년 6월 30일에는 ‘연소근로자보호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상당수 청소년들은 그런 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C고등학교 1학년인 고모군은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최저임금이 시급 3770원이라고 알려주자 깜짝 놀라며 “시급 2500원도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최저임금이 3770원이라니 억울하고 사기 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청소년 근로현장에서 피해 사례가 발생해도 청소년의 정보부족과 어른들의 관심부족으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이 배신과 사기에 의한 실망감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 청소년들이 여름방학 동안 일하러 나서게 될 음식점 거리 ⓒ제주의소리

# 청소년 아르바이트 현장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

청소년 아르바이트 현장은 청소년들의 무지와 법적 구제절차의 미비로 인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다. 당장 이번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 현장에 나설 아이들의 노동인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2004년 이후 청소년노동인권에 대해 고민해 온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가로 있는 배경래 씨는 “청소년들이 주로 고용되는 음식점에서 위생과 관련한 교육은 필수 사항이지만 노동자 권리 교육은 필수가 아니다. 어느 한쪽만 강조하는 교육이 아니라 청소년, 학교, 사업장 모두에 대한 총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로감독 나가도 형식적이고 사업주 평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고용 사업장은 취약 사업장이다. 이주노동자 사업장이 취약 사업장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체계적 접근 있어야 한다. 근로감독 자체도 형식적이고 편향적이다. 법위반이 적발되더라도 구두로 시정명령 이뤄지고 있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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