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가 17일 채택.발표한 <대도민호소문>전문을 소개합니다.

<제주 천혜의 고장 강정마을 살리기에 함께 해주십시오>

 제주도민께 삼가 고합니다.

 지난 2002년 이후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저항 속에 표류해 왔던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제, 해군기지 문제는 이 무더운 여름 날 모두가 더위와 생계에 지쳐있는 틈을 타 그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 이미 그 정당성이 훼손될대로 훼손된 여론조사라는 절차에 의해 결정됐던 제주도 당국의 해군기지 유치결정은 ‘결정’이 아닙니다. 이제 비로소 결정의 시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제주도지사도, 정부도 아닌 바로 우리 도민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지켜봤습니다. 해군이, 제주도 당국이 주장하는 해군기지 경제효과가 정말 있는 것인지, 제주도민이 해군기지 결정을 수용하면 정말 정부에서 그 댓가로 뭔가 제주경제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를 말입니다. 그러나 지난 1년 여, 정부에서는 고작 몇백억의 돈으로 도민의 마음을 사려고 했고, 해군은 아전인수와 편법으로 오로지 기지만들기에만 몰입해왔습니다.
 제주도 당국은 어떻습니까?  도대체 지금 도정은 제주도민의 도정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해군의 행보에 노골적으로 편드는가 하면, 갈라지고 찢어진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절박한 심정으로 항의하는 주민들과 심지어 종교인들까지 공권력 동원으로 무차별 강제진압을 하기도 하는 등 주민들의 분노와 원성만을 줄곧 자처해 왔습니다.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
 제주는 이미 수십년 난개발과 허울좋은 외자유치 정책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습니다. 도내 곳곳은 파헤쳐 드러난 벌건 속살이 타들어가고 있고, 비만 오면 침수로 밭이 잠기고 집이 잠기는 고통을 겪는, 그런 지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10년 새에 여의도의 10배에 이르는 숲 면적이 사라져 버렸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추진돼 온 골프장은 30개에 이르지만 민생고는 더욱 깊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제주도민 여러분 !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들 도민 스스로가 어떻게 하느냐에 제주의 미래와 희망이 걸려 있습니다. 여전히 제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색이 없을 만큼 천혜의 자원들을 남겨놓고 있고, 비로소 국제적으로도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자연유산의 지정은 바로 제주가 인류공동의 자산으로 영원히 보존되어야 함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결과입니다. 이 것은 바로 평화의 정신과 닿아 있습니다.
 2001년 제주도지사는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가기 위해 어떤 군사시설도 안된다고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적으로 천명한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오직 경제논리로 대규모 군사기지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무려 5개의 보호구역으로 둘러싸인 제주를 대표하는 천혜의 지역 중의 한 곳입니다. 여기에 10만평 가까운 바다를 매립하고 대규모 군사기지 설치를 용인하는 것은 제주의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잠깐의 경제 논리로 후세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줘서는 안됩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금, 단지 자신의 마을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제주를 지키는 일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무더운 한 여름에 주민들은 하루 종일 자신의 의사를 알리기 위해 도청과 도의회 앞에서 침묵으로 서 있는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 !
  60년 전 제주는 4.3의 비극으로 도내 곳곳, 아름다운 전통 마을들이 불길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수십년 전 제주개발 과정에서는 개발논리에 밀려 또한 ‘별이 내려 흐른다’는 이름의 성천포와 같은 마을을 잃어버려야 했습니다. 그 아픔, 그 상실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기지문제로 고통을 겪는 강정마을의 아픔이, 앞으로 또 어떤 문제로 어느 마을의 아픔이 될 지 모릅니다.

  도민 여러분 !
 아름다운 강정마을을 도민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저희 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겠습니다. 종교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08년 여름, 도민 모두가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아 군사기지의 거대한 그림자에 신음하는 강정마을을 살려냅시다. 제주의 아름다움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제주의 마을 공동체가 더 이상 상처로 고통받지 않도록, 또한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도민 여러분이 한 분, 한 분이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해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올 여름, 강정 마을에서 도민 여러분과 함께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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