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화제를 만나다 (1)] 김민숙 감독의 '기린과 아프리카' 최정열 감독의 '잔소리'

# 기린과 아프리카
감독 김민숙 / 2007 / 32min 16sec / HD / color

* 상영 섹션 : 사랑은 나의 힘 1
* 상영 일시 : 8월 23일(토) 오후 2시

# 시놉시스

기린을 좋아하는 여고생 예린은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는 여행반 특활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은밀한 만남이 반복될수록 둘 사이에 놓인 현실의 장벽은 높아만 간다.

   
# ‘여름날의 눈부신 햇살 같은 사랑’

아프리카로의 여행이 늘 꿈이고 소망인 예린에게 아프리카로 동행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바로 아프리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여행반 특활 선생님이다. 그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조금 독특한 예린을 이해해주고, 아무래도 예린을 아프리카로 데려다 줄 것만 같은 사람이다. 

어떠한 계기로 그들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면서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처럼 뜨겁고 언제 바스러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너무나 눈부셔서 따끔거리는 사랑이 이런걸까.

   
사랑의 달콤함만을 갈망하는 예린은 꿈과 현실을 혼동하듯 마냥 즐겁게 아프리카만을 향하지만 그와 달리 어느 순간부터 현실로 돌아가려는 선생님의 변화에 소녀는 터질 듯한 감정을 주체할 줄 모른다.  

대개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은 부적절하며 자극적인 소재로 그려지나 이 영화는 지극히 인물의 섬세한 감수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가간다. 사회적인 잣대로 그 사랑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기보다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을 보여주며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누구나 지나쳤을법한 여름날의 뜨거운 기억을 말이다. 

그렇게 예린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아프리카보다 뜨거웠던 여름날은 아스라이 지나간다.

# 잔(殘)소리 
감독 최정열 / 2008 / 9min 40sec / 35mm / color

* 상영 섹션 : 가족의 발견
* 상영 일시 : 8월 23일(토) 오후 5시

# 시놉시스

오늘도 엄마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 ‘엄마가 아들에게 남기는 소리의 울림’

늦잠 자는 아들을 깨우려는 엄마의 잔소리로 영화는 시작된다. 아들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고 빨래를 해주는 엄마는 계속해서 아들에게 얼른 일어나라고 요즘 대체 뭐하고 다니냐며 온통 잔소리를 해댄다. 어느 집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건만 아들은 방에 누워있는지 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엄마의 잔소리는 계속된다.

보통 우리는 엄마에게 숱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간다.

사실 엄마의 잔소리라는 것은 썩 기분 좋은 말들이 아니다. 모두 맞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기만 하고 반항하기 일쑤다.

그러나 그 잔소리가 엄마의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뒤돌아서 뒤늦게 알게 된다. 듣고 있는 순간은 피하고만 싶지만 정작 나에게 잔소리를 해줄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함을 듣고 있는 순간에는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 아들의 등장에서 그에게 남은 것은 이미 늦은 후회뿐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곁에 있던 누군가의 부재 후에 오는 상실감을 느끼는 순간에야 모든 것을 되돌리기엔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귓가에 맴도는 엄마의 ‘잔(殘)소리’는 그저 아들을 타이르는 말이 아니라 남아있는 아들에 대한 걱정과 애정, 온통 그것뿐이었다.

이 영화는 1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런닝타임이지만 가슴속에 묵중한 먹먹함을 안겨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나쳐버리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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