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선생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불온서적’으로 규정한 국방부의 조치에 문화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비난 목소리고 고조되는 가운데 제주작가회의도 성명을 내고 “구시대적 망령의 부활인 색깔 덧씌우기로 명예를 훼손당한 작가와 제주도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작가회의는 “군사독재 시대의 케케묵은 유물인 ‘불온서적’의 굴레가 참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 시대에 이미 많은 국민들이 읽은 문학작품에 다시 한 번 덧 씌워졌다”며 “국방부가 병사들에게 반입 혹은 독서를 금지하는 소위 ‘금서목록’에 현기영 선생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포함되었다는 소식은 분노를 넘어 우리를 망연자실케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작품이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라며 용공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제주작가회의는 “각자의 자전적 성장소설인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이미 이 작품을 읽은 수십만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듯이 빼어난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여 제주 4.3의 역사가 소설의 시대적 배경으로 그려져 있을 뿐 그 어디에도 ‘북한’이라는 단어가 없으며 소설 속 어디에도 이념적 내용이나 성향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며 국방부의 잘못된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작가회의는 ‘불온서적’ 규정 이유가 작품의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는 제주 4.3때문이라면 국방부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수많은 작가들이 쓴 문학작품들을 일일이 검열하여 ‘불온서적’ 목록에 추가하여야 할 것이라고 국방부의 저급한 현실인식을 질타했다.

작가회의는 특히 “국방부가 아무리 특수한 계급집단이라고는 하나 문화적 소양과 안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반지성적 시각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반증이며 이 정부 출범 이후 보여줬던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폄하, 또는 왜곡시키려는 일련의 움직임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이명박 정부의 反4.3 시각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방침과도 극명하게 배치되고 있다면서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시대적인 작태를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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