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화제를 만나다(2)] 강진아 감독의 '네쌍둥이 자살' 문정현 감독의 '할매꽃'

# 네쌍둥이 자살
감독 강진아 / 2008 / 21min / HD / color

* 상영 섹션 : 일상다반사
* 상영 일시 : 8월 25일(월) 오전 11시

# 시놉시스

너무나 다른 네 명의 여고생이 합창대회 준비를 위해 옥상에 모였다.

합창대회 준비는 좀처럼 진행이 쉽지 않다.

티격태격하는 여고생들 뒤로 똑같이 생긴 네 명의 남자가 달린다.

   
# '타인의 선입견을 향해 달리다'

어느 화창한 날, 네 명의 여고생이 옥상에서 합창준비를 하고 있다. 워낙 뚜렷한 개성들을 지닌지라 합창연습이 좀처럼 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건너편 옥상에서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간다.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남자가 자꾸 나타나며 똑같은 곳을 향해 달려간다. 유심히 보니 그 곳은 출구가 없는 옥상 끝.

여고생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화면은 이내 뉴스 중계 화면으로 변한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똑같은 외모와 똑같은 옷차림의 네쌍둥이가 정말로 자살을 했던 것.

영화는 뉴스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네쌍둥이가 왜 자살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조명한다.

   
네 명의 여고생들이 합창대회에 나가 입을 맞춰 노래를 부르는 화면이 비추고 뒤이어 네쌍둥이의 주변 인물들의 입을 빌어 그들은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외모 때문에 타인들이 그들의 개성을 이해하고 존중해주지 못한 것에 비관해 자살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른 네 명이었음에도 자신들을 잘 분간하지 못하는 타인들 때문에 성형수술까지 시도하려 했으나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되었고, 그로인해 그들은 오히려 하나의 이름으로 바꾸려하는 등 ‘넷’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하나’가 되고자 하였다.

네쌍둥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합’을 맞추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유언은 똑같은 외모 때문에 자신들의 개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개성이 뚜렷한 네 명의 여고생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녀들의 ‘합’을 보여주며, 네쌍둥이가 이루고자 한 ‘합’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녀들의 노래에 맞춰 네쌍둥이는 힘차게 달린다. 세상의 모든 선입견과 편견을 향해 보란 듯이 ‘하나’가 되어. 

영화는 타인의 선입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여고생들의 발랄한 대사와 경쾌한 음악으로 시종일관 웃음 짓게 하고, 뉴스 중계나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을 재밌게 도입하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신선하게 풀어낸다.  

# 할매꽃
감독 문정현 / 2008 / 89min / DV6mm / color

* 상영 섹션 : 폭력의 역사 2
* 상영 일시 : 8월 26일(화) 오전 11시

# 시놉시스

2001년 11월, 정신병으로 평생을 고생하시던 작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연히 그 분의 일기를 보게 된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우리 가족사를 알게 되었다. 전라남도 산골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계급, 이념간의 갈등, 남, 북 그리고 일본 땅으로 이산된 가족들... 역사책에서만 접했던 현대사의 비극이 내 가족 안에 있었다.

   
#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전쟁의 상흔'

현재를 살아가면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족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감독은 어머니의 권유로 외할머니의 효행에 대한 다큐를 만들고자 카메라를 들었고 할머니의 과거행적을 따라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심이 후한 외할머니는 모든 사람에게 베푸실 줄 알았으며, 힘들게 9남매를 키워 오신 분이셨다. 그런 외할머니의 과거를 되짚어 볼 때 쯤 정신병을 앓고 계셨던 작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우연히 그동안 모르고 있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래지 않은 그 과거사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였으며, 지속되는 앙금으로 남아있었다.

과거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좌익활동을 하셨다. 불과 몇 십년 전 ‘좌익’과 ‘우익’으로 구분되던 시절이 있었다. 외할머니가 살던 마을은 옛날부터 길 하나를 사이를 두고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뉘어 계급 갈등이 있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좌익’과 ‘우익’간의 대립이 있었다. 그렇게 작은 마을 안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곤 했다. 마치 한국전쟁의 축소판을 보듯 그 안에는 이념의 대립이 있었으며, 그에 따른 폭력이 존재했다. 서로를 적으로 만들고 폭력을 가하고 피를 내뿜게 했다.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국가의 이념’이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 희생당했다.

물론 예외는 없어 그 결과 외할머니 가족은 ‘빨갱이’라는 이름을 업고 연좌제라는 올가미에 묶여 평생 가슴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감독의 의도대로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려고 하지도, 이념적 갈등의 실체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 다만 전쟁이라는 국가적 폭력아래 희생된 수많은 개인들, 우리 가족의 거듭되는 상처와 아픔을 위로할 뿐이다. 전쟁의 상흔과 고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너무 가까운 곳에 맴돌고 있었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과거사가 곧 이 나라의 과거사인 것이다. /한송이·제주영화제 프로그래밍 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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