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사람들 200km 여름 순례길 이야기(5)
“힘냅써!” “꼭 막아냅써” 가는 곳 마다 도민들 격려 이어져

 

(8. 7) 제주도청 → 이호해수욕장 → 하귀하나로마트 → 구엄초등학교 → 애월체육관 → 곽지초등교 → 수원초등교 → 금릉공소/ (8. 8) 금릉공소 → 판포삼거리 → 한경공원 → 고산농협교차로 → 무릉중 → 일과2리 입구 → 사계 해안도로 입구 → 산방산 → 화순리사무소/ (8.9) 화순리사무소 → 하예동 입구 → 천제연 광장 → 성귓네 → 강정 → 법환공원 → 비석거리 → 효례교 → 위미2리 → 남원성당/ (8.10) 남원성당 → 태흥 교차로 → 토산관광지구 → 표선성당 → 풍천초등교 → 신산중학교 → 온평초등교 → 성산성당/ (8.11) 성산성당 → 종달리 해안도로 → 하도초등교 → 평대초등교 → 행원 교차로 → 구좌 종합운동장 → 동복리 입구 → 함덕초등교 → 조천성당/(8.12) 조천성당 → 삼양선사유적지 → 제주박물관 → 종합경기장 → 해태동산(마리나호텔 인근) ‘삼보일배’ → 제주도청

 

▲ '해군기지 건설 반대!' 100km 도보순례가 마지막을 남겨두고 있다. ⓒ고유기 시민기자

살아있는 해군기지 민심, 길에서 만나다.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내고 강정마을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리기 위한 제주도 전역 도보순례가 마지막을 남겨놓고 있다.
하루 평균 30km를 걸었고, 매일 1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70대 노인부터 11살의 아이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신부님, 수녀님은 물론 신학생들이 함께했고, 목사님이 함께했으며 김태환 지사의 요즘 모양새가 꼭 MB를 닮았다며, MB탄핵으로 모인 네티즌들이 함께 했다. 100여개의 마을을 지났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느 마을에서는 마을회관을 숙박장소로 선뜻 내주었고, 또 어느 마을에서는 점심장소로 복지관을 내주기도 하였다. 감귤농원 앞을 지나면 감귤을 몇박스씩 내주기도 하였고, 약국에서는 박카스를, 노점가게에서는 참외 상자를, 또 어느 마을 주민들은 손수 미숫가루에 얼음을 띄워 격려와 함께 건네기도 하였다.
그저 이 무더운 날, 거센 빗줄기 속의 행보가 안돼 보여서였을까?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애월, 한림, 한경, 화순을 지나 위미, 남원, 표선을 거치고 성산포에서 이 곳 조천에 이르면서 집담장 너머로 보내는 염려와 격려의 시선에서부터, 길가에 나와서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보여진 민심은 강정마을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님을 스스로 확인하는 듯 했다. 제주가 곧 강정이요, 강정마을의 아픔이 곧 제주의 아픔임을 공감하고 나누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 강정마을의 고통은 제주섬 모든 마을 주민들의 고통이 되었고, 향후 강정마을의 운명이야말로 제주의 운명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끈끈하게 이어질 것이다.

ⓒ고유기 시민기자

김태환 지사, 마지막 선택에 나서라

소식에 따르면, 순례단이 도청앞에 들어서는 순례 마지막 날인 오늘, 김태환 지사는 부산 출장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하기 위해서란다. 명예도민증 주려고 비행기 타고 일부러 부산에 간단다. 이건 명예도민증 갖다 바치는 꼴이다. 시간 내어 출장까지 갈 만큼 중요한 것이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강정주민들 도청앞으로 향하기로 한 날에 말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강정주민들 도청앞에 가면 시끄러워질테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지금 강정주민들, 도지사 만나서 여러말 하려는게 아니다. 도민을 선택할 것인지, 해군기지를 선택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분명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출장에서 돌아와, 나중에 면담계획 갖자라든가, 주민대표 몇몇 선정해서 도지사 집무실에서 보자라든가 따위의 특유의 형식논리로 이번 국면을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주민 앞에 나와서 분명히,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장을 밝힐 때인 것이다. 그리 오래시간 원하지도 필요치도 않다.
주민과 대화하겠다면서, 갈등문제 적극 나서겠다면서, 정작 주민들이 오는 날 명예도민증 전달하러 부산으로 가신다? 해도 너무 한다. 예상은 했었지만, 적어도 지금에 와서도 이러시면 안된다.
주민들, 기다리겠다고 한다. 설령 하루, 아니 며칠밤이 지나더라도 도청 앞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 기다림에 김태환 지사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100km의 대장정에서 마주했던 민심이 귀를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고유기 시민기자

이제, 시작이다.

▲ '비폭력 평화의 길'이 강정마을 사람들이 걸어온 길이다. ⓒ고유기 시민기자
강정 사람들은 길을 걸으며 ‘길’을 배웠다.

“본디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생기듯 희망도 마찬가지다”

노신(魯迅)의 이 유명한 경구가 아니더라도, 강정 사람들, 이미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길은 어디든 있음을 확인했다. 길위에서 희망을 보고 말았다. 그 희망은 바로 길을 걷는 자신이었고, 앞에 가는 사람이었고, 뒤에 오는 이웃이었음을. 함께하는 일이었음을.
그래서 그들은 길을 지우며 길을 걸었다. 길은 노정된 것이 아닌,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것이었기에. 해군은 할 일 다했다고, 그래서 밀어 부칠일만 남았겠지만, 그래서 이제 돌파구가 없다고 주민들 내심 잠을 못이루는 눈치였지만, 함께하는 길이라면 또 다른 크기로 다가오는 고난의 연속일지라도, 늘 길은 열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시작인 것이다.
이 정도 되면, 그 동안 쌓인 분노 한 번쯤은 풀어놓을만도 한데, 골깊은 상처 드러내 한풀이 한 번 할만하데, 침묵하고 기다린다고 한다.
질긴놈이 이긴다고, 침묵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무기라고, 비폭력 평화의 길이야말로 바로 가장 확실한 우리의 투쟁이라고.
그래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하려면, 아무래도 최소 20년은 걸릴 것 같다.

* 강정마을 소식은 www.cafe.daum.net/peacekj 에서 함께할 수 있습니다.

ⓒ고유기 시민기자

ⓒ고유기 시민기자

ⓒ고유기 시민기자

 

2008 생명평화축제 ‘강정에서 평화와 놀자~!’

● 일  시 : 2008년 8월 22(금) ~ 24(일)
● 장  소 : 강정마을 일대(강정해안(중덕), 마을길(코사마트 사거리), 의례회관 등)
● 주  최 : 강정마을회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군사기지범대위, 천주교평화특위
● 프로그램

평화바다 가는 길 꾸미기 : 22일(오전 10시~오후5시), 23일(오후 3시~6시)
   마을주민과 함께 만드는 평화바다 가는 길
   - 평화이정표 그리기
   - 평화 띠잇기
축제1 ‘평화와 놀자~’ : 22일 저녁 7시 ~ (장소 : 의례회관)
   다양한 공연과 영화 상영
   - 길놀이 : 마을민속보존회
   - 마당극 : 오영순의 1인 마당극 ‘삼신할망이야기’
   - 노래공연
   - 영화인 발언 : 임순례, 김부선 등 (10‘)
   - 영화상영 : 우리생애최고의 순간

축제2 ‘평화에 물들다’ : 23일 저녁 7시 ~ (장소 : 중덕)
   평화바다 선포 축하행사 및 심야영화상영
   - 길트기 +사물놀이 : 마을민속보존회 등
   - 평화바다 선포식 : 풍등 날리기
   - 마임공연 : 조성진
   - 노래공연
   - 영화상영 : 섬의 하루, 아홉살 인생 등

축제3 ‘맨발로 평화와 걷다’ : 24일 오전10 ~ 오후2시
   - 중덕 해안을 맨발로 걸으며 명상하기
   - 강정천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자연과 함께하기 등

축제5 ‘강정마을은 생명평화 마을’
   축제 폐막식
   - 주민들과의 대화
   - 영화상영
  
※ 특별행사
   - 해군기지 반대 영화인 선언 기자회견 (22일 오후 3시, 도청앞)
   - 상설 영화상영 : 22일~23일 오후2시 ~ 5시, 마을회관)
   - 강정생명평화마을 만들기 청소년 영화교실 (23일 ~ 24일 오전 2시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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