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화제를 만나다(6)] 이근우 감독의 소준문 감독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감독 이근우 / 2008 / 16min 30sec / HD / color

* 상영 섹션 : 한여름 밤의 스릴
* 상영 일시 : 8월 23일(토) 오후 8시

# 시놉시스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이 되어버린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대학동창인 옛 친구를 찾게 되는 남편. 심리치료사인 친구는 최면으로 아내의 기억을 한 꺼풀 한 꺼풀씩 들춰 올라간다.

   
# ‘최면에 빠진 헛된 소유욕과 망상’

아내가 점점 변해간다. 다정다감했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술과 약에 의지하여 잠에 들고 흉기로 남편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갑작스레 변해가는 아내를 치료해주기 위해 남자는 심리치료사인 자신의 친구를 아내와 함께 찾아간다. 심리치료사인 친구는 얼마 전 최면을 통한 금연치료로 남자가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어쩌면 아내도 이런 심리치료를 통해 이상한 행동들을 고칠 수 있을까싶어서 그를 찾았다.

친구는 남자에게 아내의 최면치료 시간동안 근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기다리라고 하고 아무도 없는 치료실에서 아내의 최면치료가 시작된다.

과연 아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내는 최면에 걸려 심리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지난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놀랍게도 문제는 밤마다 폭력을 일삼는 남편이라는 것이다. 두려움에 떠는 여자를 진정시키며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어느 시점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여자가 남편과 행복했던 그 때, 그런데 그 곳에 미처 알아채지 못한 누군가가 있었다.

요즘 최면을 통한 심리치료를 많이 한다고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이 방법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서 누군가의 ‘의식적인’ 지시에 의해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최면. 최면에 걸려 잠든 사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주인공이 이성을 되찾고 최면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 진실이 밝혀진다. 헛된 사랑의 소유욕이 부른 놀라운 사건의 전말을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면 좋을 것이다.

올드 랭 사인
감독 소준문 / 2007 / 26min / HD / color

* 상영 섹션 : 사랑은 나의 힘 2
* 상영 일시 : 8월 24일(일) 오전 11시

# 시놉시스  

젊은 시절, 동성 커플이었던 창식과 성태가 우연히 종묘공원에서 마주친다.

노인이 되어 버린 두 사람.

두 사람은 모텔로 장소를 옮겨 지나간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용서와 화해.

그들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곤 또다시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을 한다.

   
# ‘특별했던 옛 사랑을 다시 만나다’

조금은 낯설지도 모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노인’이 주인공인 ‘퀴어’(동성애를 다룬) 영화 <올드 랭 사인>이다. 노인의 동성애라니 어색하고 언뜻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나간 옛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히 공원에서 마주친 두 노인은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 듯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이내 자리를 옮긴 곳은 모텔이다. 보아하니 그들은 젊은 시절 서로를 사랑했었고 지금은 각자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 노인은 평범한 가정을 꾸려 안정된 생활을 하고, 한 노인은 근근이 공원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 시절 모습은 온데 간데 없는 서로의 현재 모습을 바라보며 지나쳐온 세월을 탓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고개만 떨굴 뿐이었다.

   
우리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나이가 들어 만난다면 이들과 다름없을 것이다. 똑같이 그 시절을 추억하며 그리워하고, 또다시 이별해야함을 아파할 것이다.

영화는 동성애라는 불편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좀처럼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젊은 날의 뜨거웠던 사랑이 수십년이 흐른 지금 세월에 희석되어 오히려 ‘형님’ ‘동생’하고 부르는 그들의 모습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그렇게 그 때의 감정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결국에는 다시 담담하게 제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나이가 많다고 혹은 적다고해서 사랑이 없겠는가. 모두 각자가 지니고 있는 사랑이 있는 것이고 그 중에 남과는 다른 사랑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한 편의 애틋한 사랑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제주영화제 프로그래밍팀장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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