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자원봉사센터장 이상호 ⓒ제주의소리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요즈음 소록도 나눔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나병이라고도 부르는 한센병은 제3종 법정 전염병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균은 사람의 몸속에 있다가 몸 밖으로 나오면 3초 이내에 죽어버리는 아주 약한 균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전혀 무서운 병이 아니며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는 문둥병이라 하여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격리 되어 살았던 것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1916년 5월 국립소록도 병원이 설립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환우 수는 600여명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천주교 제주 교구와 소록도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80년 6월 9일 신자 12명이 성 다미안회를 창단하면서 부터이다. 처음에는 도내의 나환자들을 보살피다가 소록도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올해 23년째 방문을 해오고 있다. 회원들이 소록도를 방문하여 하는 일은 환우들의 말벗 되어 주기, 주거환경 개선, 청소, 이발과 미용, 방 도배, 시계수리, 병원청소, 장판 깔기 등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대상으로 많은 회원들이 솔선 하여 참여하고 있다.

나도 지난해부터 참여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 첫 방문 때는 얼떨떨하게 4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곳 주민들의 모습들을 보면 손.발이 절단되어 있거나 얼굴이 보통 사람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마음이 열리지 않아 대화를 해도 시늉만하다가 돌아오지 않았나 싶다. 

올해는 소록도를 다시 방문하기 위하여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한 알의 밀알이 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였다. 사전 준비를 해서인지 금년에는 그들과 친밀한 대화는 물론 포옹까지 할 수 있었다.

그곳 환우들은 제주의 자원봉사자들을 몇 달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다미안회에서 23년이란 긴 세월동안 한해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인 정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도배반으로 배정받아 환우가정을 방문하여 도배를 하였다. 그들이 직접 만들어주는 식사, 음료 등을 감사히 먹기도 하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을 쌓고 돌아왔다.

우리가 바쁜 일상 중에서도 약간의 시간을 낸다면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살아가는 환우들에게 따뜻한 인간의 정과 희망을 느끼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록도에서 살고 있는 그분들을 위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들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활동이 이어져 풍성한 삶을 일구었으면 한다. / 제주시자원봉사센터장  이상호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외부 원고는 본사의 보도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