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화제를 만나다(8)] 연상호 감독의 공미연 감독의

사랑은 단백질
감독 연상호 / 2008 / 23min 33sec / Digi-beta / color

* 상영 섹션 : 일상다반사
* 상영 일시 : 8월 25일(월) 오전 11시

# 시놉시스
어느 무료한 여름밤. 세 명의 자취생은 닭을 시켜먹기로 한다.

돈을 구걸하는 돼지 저금통의 배를 따서 닭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배달을 온 건 돼지 사장과 닭사장이다.

닭사장은 자신의 아들인 닭돌이를 튀겨 배달해 왔다고 하는데...

   
# ‘사랑마저 먹고 섭취하는 단백질’
<사랑은 단백질>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째서 사랑이 단백질이라는 것일까. 제목만 들어본다면 사랑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처럼 필수요소라는 말일까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예상은 조금 빗나간다. 사람과 의인화된 동물이 주인공인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재미 속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어느 날 세 명의 자취생은 치킨을 시켜먹기 위해 돼지 저금통을 따려한다. 이 돼지 저금통은 살아 움직이며 돈을 구걸하지만 자신의 배 속의 돈을 가져가려는 사람 앞에서 할복(?)을 시도한다. 그렇게 얻은 돈으로 학생들은 치킨을 주문한다.

치킨을 배달해온 것은 다름 아닌 족발집 돼지 사장, 그리고 몰래 그를 따라온 닭 사장이다. 사연인즉슨 그들이 가져온 튀겨온 닭은 닭 사장의 아들 닭돌이다. 눈물을 머금고 자식을 튀기면서까지 팔아야하는 닭 사장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그러면서도 배달 온 닭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은 마음이 아프지만 어쩐지 당연하게 여겨지는 풍경이다.

   
사람의 주 식재료가 되는 것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당연하듯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먹는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사람은 사람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이렇게 먹고 먹히는 관계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슬프게도 이런 현실을 망각하고 죄의식은커녕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사랑은 단백질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신적인 사랑을 물질적인 단백질이 대신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될 것이다. 정신적인 사랑조차 물질적인 것에 지배당해 배를 채우기 급급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계급 간 갈등이 판을 치는 이 사회에 냉소를 던지는 작품이다.  

전장에서 나는
감독 공미연 / 2007 / 88min / DV6mm / color

* 상영 섹션 : 폭력의 역사 1
* 상영 일시 : 8월 25일(월) 오후 2시

# 시놉시스  
누구나 '전쟁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전쟁은 언제나 진행 중이며 우리는 전장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확실한 전장이라고 여기는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라크를 다녀온 파병군인들은 각자의 생활을 이야기 한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이어지지만 개개의 구체적인 경험이 만나고 중첩되는 지점이 드러난다.

   
# ‘언제나 전장 속에 있는 우리는’
최근 러시아와 그루지아의 전쟁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아직도 빈번히 일어나는 전쟁의 소식을 접할 때면 여전히 우리는 전장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 전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하나 있다. 그러나 보통의 전쟁 다큐멘터리처럼 전쟁의 참담한 현장을 보여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팔레스타인전에 참전한 미군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거나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우리나라 예비역들의 인터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들의 이야기만 전할 뿐이다. 이런 모습들은 오히려 현실에 가까운 모습이라 전쟁이라는 것이 우리 일상에 접해 있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현실이었다.

특히 이라크전에 파병되었던 ‘자이툰 부대’, 그 들은 평범한 우리나라 군인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들 들어보면 우리가 왜 늘 전장 속에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의 폭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전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위험성을 언제나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군대에 반드시 가야한다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군대와 전쟁이라는 서로 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소재를 통해 암묵적으로 전쟁을 긍정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고발하고 일상 속의 전쟁을 통해 더 가깝게 그 위험성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답을 건네주기보다 도리어 자신에게 질문하게 한다. 우리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 전장 속에서 존재하는지 말이다.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전쟁의 폭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전장에서 싸워야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2007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부문에 상영되고 2007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제주영화제 프로그래밍팀장 한송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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