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화제를 만나다(9)] 박정범 감독의 문제용 감독의

125 전승철
감독 박정범 / 2008 / 20min 51sec / HD / color

* 상영 섹션 : 비열한 거리 2
* 상영 일시 : 8월 25일(월) 오후 5시

# 시놉시스  
하나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탈북자 승철에겐 모든 것이 낯설다. 휑한 임대 아파트에서 멍한 일상을 보내는 승철. 승철을 담당한 형사는 공장에 승철을 소개하지만, 탈북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길가에 버려진 옷장을 발견한 승철은 미련스럽게 옷장을 짊어지고 아파트로 돌아온다. 허름한 옷장만이 덩그러니 놓인 차가운 집 안, 찾아온 형사가 술에 취해 잠들자, 남겨진 승철은 추위를 피해 좁은 옷장 안으로 들어간다.

   
#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성찰’
아마 알고 있는 사람보다 모르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 흔히 ‘탈북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받으면 뒷자리가 125번으로 시작한다. 이 번호는 마치 그들에게는 낙인과도 같다. 탈북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해보려 하지만 이 사회는 그리 쉽게 그들에게 기회를 내주지 않는다.

탈북자 승철은 하나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세상이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그를 도와주려는 담당 형사 덕에 일자리를 소개받지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25로 시작하는 탈북자라는 사실을 안 고용주는 그를 거절한다. 낙담한 채 집으로 돌아가던 승철은 길에 버려진 옷장 하나를 발견하고는 집까지 들고 간다. 탈북자들에게 제공되는 임대아파트는 기본적인 숙식만 가능하게 되어있어 휑한 방안에 그는 옷장을 겨우 눕혀놓는다. 그는 영화 마지막에서 추위를 피해 옷장 안에 들어가 잠이 든다. 마치 관속에 눕듯이 말이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집안에 있으면서도 그는 그렇게 춥기만 하다.

   
분명 그는 북한에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비롯한 대부분의 탈북자들에게 돌아오는 건 지독한 외로움과 여전한 빈곤뿐이다. 물론 노력해서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구조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곱지 않은 시선부터 거둬야 하겠다. 그들이 더 이상 어둠과 추위 속에서 떨지 않도록 말이다.

진실한 병한씨
감독 문제용 / 2008 / 22min / 35mm / color

* 상영 섹션 : 코믹열전
* 상영 일시 : 8월 24일(일) 오후 5시

# 시놉시스  
인텔리였으나 친구도 없고 취직도 되지 않자 홀로 집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병한은 여자친구 마저 떠나겠다고 하자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겠다고 한다.

여자친구는 그의 말이 허풍이라고 생각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인 병한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함으로써 자신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 진심으로 세상에 전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 ‘진실한 사랑을 찾아서’
한 남자가 자살을 결심했다. 세상의 끝을 보고 싶어졌다. 그러면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 세상 되는 일 하나 없고 사랑하는 그녀마저 다른 남자에게 떠났는데 더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병한은 떠난 여자친구에게 자살을 선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말조차 믿어주지 않는 여자친구에게 보란 듯이 그는 정말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세상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 세상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가 보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온다. 정말 되는 일 없는 주인공이다. 자꾸만 실패하자 떠난 여자친구도 그를 허풍쟁이 취급하며 그가 죽으려는지 마는지 관심도 갖지 않는다. 이러한 병한의 자살 시도와 의도치 않은 실패는 영화 내내 웃음을 던져준다. 주인공 남자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의도하지 않는 상황이 적절하게 코믹한 요소를 빚어낸다.

   
병한은 진실하게 그녀를 사랑했고 한결같았는데 왜 그녀가 변한 것일까. 병한은 자신을 떠난 그녀가 야속하기만 하고 원망스럽다. 나는 분명 진실된 사랑을 했는데 그녀는 몰라주기만 하는 것 같다. 자꾸만 실패하는 자살 시도와 그와 더불어 날로 협박의 강도를 높이는 병한에게 떠난 여자친구가 진실을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돌아보라고 말이다. 영화는 내내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일방적인 사랑의 변화를 깨닫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연인을 비롯한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게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아닐까. /제주영화제 프로그래밍팀장 한송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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