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서의 달을 생각하며

▲ 서귀포시 동홍동 백재기 ⓒ제주의소리
9월은 국가에서 지정한 독서의 달이다. 독서문화진흥법 제12조, 독서문화진흥법 시행령 제 11조에 의해 매년 9월은 독서의 달로 지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독서와 책을 주제로 한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가 실시되고 있다. 독서의 달이 해마다 돌아오는 연례행사 중의 하나이지만 장황한 홍보와 행사에 비해 독서인구 비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권수가 줄어듬을 볼 때 매우 낙망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이런 사실은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작성된 신문기사나 각종 보도자료 뿐만 아니라 독서 관련 통계를 통해서도(통계청자료, 독서2007년) 더욱 정확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독서인구율은 2004년 62.2%에서 2007년 58.9%로 감소하고 있고 더우기 제주도의 독서인구율은 57.4%(2007년)에 불과하며 독서인구 1인당 전국평균독서권수가 17.8권에 비해 제주도는 16.6권으로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그리고 가장 우려해야 할 점은 15세인구 1인당 전국평균독서권수가 10.5권인데 반해 제주도의 15세 인구의 독서권수는 9.5권이다.

이것은 전반적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제주도는 독서인구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고 제주청소년(15세)들의 독서량도 역시 전국평균을 밑돌고 있음이다. 미래 우리사회의 주도적 집단이 될 청소년들의 독서량이 매년 줄어들고, 그중에서도 제주도 청소년들의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참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청소년들의 독서활동을 방해하는 두 가지 큰 요인은 과도한 입시위주의 교육정책과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사용 환경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독서 환경과 심리적인 독서요인이 독서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도서의 종류에 따른 분류를 보면 잡지, 직업서적, 생활취미서적에 대한 독서 비율은 전국평균을 웃돌고 있는 반면, 교양서적의 독서비율은 제주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즉, 독서가 잡지나 수험서 및 취미생활서적 위주로 이루어져 교양서적을 읽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문화, 예술분야에 대한 접근성이 낙후하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회자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상황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이 많다는 점은 어찌할 수 없다고 하지만, 독서인구율도 적고 그 내용에 있어서 교양서적보다는 잡지나 직업관련 도서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재고해봐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도서관에 종사하는 도서관인이 보는 관점에서 봤을때, 제주도의 독서 관련 통계가부정적인 모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서관 연감(한국도서관협회,2007년)에 수록된'공공도서관 1관당 봉사대상 인구 통계'를 보면 전국평균 8만7천명에 이르는 것에 비해 제주도는 2만6천명(2006년 통계)으로, 공공도서관 한 곳 당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인구수가 적다는 것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민 1인당 장서수를 비교해 볼 때 전국 평균 1.01책이고, 서울 0.64책, 부산 0.79책인데 비해 제주도는 2.43책으로 많다. 물론 다량의 장서확보가 독서인구 증가율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좋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위한 고민은 끝없이 해야 할 과제인 듯 싶다. 그 주체가 누가 되던간에 다각적인 사회계몽 운동 방향으로, 지속적인 캠페인과 노력이 있어야 할 때이다. 책 읽는 분위기를 사회전반에 퍼뜨리고, 좋은 책을 권유하고, 그나마 '9월은 '독서의 달'이라고 지정이 되니 한 권의 책이라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사람들 마음속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해볼 일이다. 지금 사회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책 읽는 사회만들기', '북스타트 운동' 그리고 제주도에서 발돋움을 하는 '책 읽는 주부모임', '서귀포시민의 책 함께 읽기 운동'과 같은 노력들도 그런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TV가 없는 생활은 어떤가를 생각하며 거실의 TV를 치운지 한 달째이다. 처음 며칠은 의욕이 없어지고 허전하고, 내 생활에서 뭔가 빠진 느낌이 맴돌았다. 그러나 지금은 퇴근 길에 오늘 읽을 책 한 권을 대출한다. 그리고 다짐해 본다. 일 년에 내가 읽는 책 수가 몇 권이 늘어나는지 내 인생의 통계에도 변화를 주고 싶다. / 서귀포시 동홍동 백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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