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과 평화대공원사업과의 연계

전 지구적 이상기후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면서 극심한 가뭄과 홍수, 또는 폭설로 인해 고귀한 인명희생과 재산손실의 피해로 고통 받는 이재민들의 생생한 영상이 텔레비전의 일상적 뉴스소재로 정착화 되고 있다. 그리고 사상최대의 기록을 경신하는 초강력 태풍과 허리케인의 내습이 전 지구적 환경재앙의 전조로 인식되면서 세계흥행에 성공한 투머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와 더불어 전 미국 부통령인 엘 고어(Gore)가 출연한 환경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2006)은 2007년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하였다. 신비한 오즈(Oz)의 나라로의 여행을 가능케 한 회오리바람의 낭만적 이미지는 소멸되고 텔레비전의 뉴스영상뿐만 아니라 영화 스크린에서도 인간을 파멸시키는 무시무시한 자연재해의 이미지로 대체된 지 오래이다.
 
환경재난을 초래할 근본요인으로 지적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한반도에서도 열대성 질병인 말라리아의 토착화가 진행되고 있고 치사율이 20%에 육박하는 뎅기열의 발병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정수준 과장되고 오도된 측면도 존재하지만 지구 기온의 상승으로 극점을 포함한 세계도처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멸종의 위기에 직면한 북극곰의 사례처럼 생태계의 교란이 불거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북극의 얼음이 해빙되면서 한편으로는 생태적 위험이 가중되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수세기 간 탐험가들이 개척하고자 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항로의 개설이 현실화되게 되었다.
 
동북아시아의 부산항에서 출항한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후 21,000km 이격된 유럽의 물류중심항구인 로테르담에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4일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이동거리는 12,700km이고 소요시간도 14일로 단축될 수 있다. 이동소요시간이 한 달에 육박하는 현행 항로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싱가포르와 홍콩이 중개무역항구로서의 이점을 누리고 있지만 북극항로가 개설된다면 부산항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허브항만으로서의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즉, 초대형 선박의 동시접안이 가능한 부두시설과 환적화물의 신속한 하역처리가 가능한 대규모 야적시설에 대한 투자가 선행된다면 중개무역항으로서의 필요조건이 충족될 수 있다.
 
새로운 항구의 조성에는 막대한 예산과 완공시점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기존시설의 기능을 최대화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다. 군용목적으로 할당되어 국군부두로 알려진 부산항 제8부두의 6개 선석 중 2개 선석은 2006년 부산항만공사로 이관되었고, 국군과 미군이 공동 관할하는 4개 선석도 환적 물동량이 급증한 상황에서는 필요시 일반선박의 접안과 하역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포화상태 직전의 부산항의 처리능력의 개선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향후 중개무역항구로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군물자사령부가 관할하는 12,000평의 미군전용선석과 66,000평의 미8군 보급창의 이전은 시기의 문제일 뿐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 제8부두의 2개 선석을 선뜻 양도한 국군과 해경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미군과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퇴거를 통보하는 건 불가능하며 새로운 이전대상지를 물색해 줄 수밖에 없다. 서울 용산에 주둔 중인 미8군 주둔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미군물자사령부의 이전대상지로 논의 중인 항구로 평택항이 거론되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평택항은 군용물자를 선적한 중소형 함선의 입출항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서해의 특성 및 인접한 중국영해를 경계로 군사적 긴장감이 초래될 개연성으로 인해 항공모함의 기항이 가능한 입지로는 부적절하다. 이러한 전후사정을 감안하면 한국정부와의 협상으로 미군물자사령부를 부산항에서 평택항으로 이전시킨다고 해도 항공모함의 기항이 가능한 새로운 항구를 별도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서해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항공모함 기항지로서의 입지조건이 적절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북한을 자극할 개연성이 높은 동해에서의 항공모함 기동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리아스식 해안의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양식장이 도처에 설치되어 있고 소규모어선의 입출항이 빈번한 남해에서도 항공모함의 기항지로 적합한 항구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제주는 항공모함 기항지로서 최적의 입지가 형성된 지역이다. 양식장 등의 인위적 장애물이 없는 제주의 남부해상은 미태평양함대사령부 소속 항공모함의 입항에 최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고, 총 3척이 건조될 이지스함(aegis)의 작전반경범위를 감안해 보면 기존 해군기지를 제외하고 최소한 1척 이상의 이지스함이 기항 가능한 모항(母港)으로 제주 이외의 대안입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법률에 의거해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조성하는 계획은 입법취지와도 부합되지 않고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되는 추세와도 역행되는 것이다. 군사기지와 관광이미지와의 상생의 근거로 제시된 하와이나 괌,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운영되는 해군기지의 조성은 관광목적지로 부상되기 이전시점인 2차 세계대전 전후였기에 가능한 반면, 일정수준 평화로운 관광휴양 이미지 형성에 성공한 제주에 해군기지를 조성하는 건 별개의 개념으로 다뤄져야 한다. 국가전략상 해군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직접영향범위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이 만족할 수준의 충분한 보상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미지 상충의 피해에 직면한 제주 전체사회에 대한 보상도 요구되어야 한다. 해군기지의 가장자리에 크루즈 선박 기항을 허용하는 민군복합항 방안으로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편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주사회에 기여하는 비중도 미미할 뿐이다.
 
현존하는 세계최대 크루즈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15만 톤 규모의 선석 조성계획은 항공모함 입항이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낭만적인 이미지를 기대하는 중상류 계층의 관광객이 탑승한 초호화 크루즈선박을 해군기지의 구석에 취항시킬 선사(船社)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8만 톤급 접안이 가능한 크루즈 전용부두가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제주외항에 건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 가능한 선박유형은 항공모함으로 제한된다. 2003년 660만 명의 크루즈관광객을 유치한 멕시코 정부에서 일반관광객보다 저조한 관광지출비용을 근거로 크루즈관광객에게 별도의 세금을 부가하려는 시도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크루즈선박 취항으로 파생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해군기지의 반대급부로 제시된 15만 톤급 크루즈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민군복합항으로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제주 전체사회의 발전을 위한 촉매제로 활용될 수 없다.
 
해군기지 조성의 보상방향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편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제주도 전체 관점에서는 시급한 당면과제의 해결이 연계되어야 한다. 사람과 상품, 자본의 원활한 이동이 전제되어야 하는 국제자유도시로의 발전을 추진 중인 제주로서는 수용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제주국제공항을 보완할 신공항 건설이 초기에 착공되어야 하지만 예산확보의 빌미로 논의단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제주사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신공항 건설을 문서화한 후 출발대합실 내 50평 남짓의 제주상품 판매점 시설의 운영권한을 해군기지가 입지한 지역사회 주민자치위원회에 할당하고 협의 후 신규인력 채용과정에서 일정한 가산점 부여도 검토될 수 있다.
 
평화의 섬 이미지와의 상충이 불가피한 해군기지 조성의 부작용 저감(低減)을 위해서는 입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의 천혜환경은 보전이 전제되므로 환경훼손을 초래하고 주변수역의 생태계 교란이 불가피한 새로운 항구 건설 방식보다는 생태적 적응이 완료된 기존항구를 개보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평화대공원 예정부지로 고시된 지역에는 강제노역으로 조성된 일본군 진지와 방공호, 알뜨르 비행장, 육군 제1훈련소 등이 산재되어 있지만 실제 전투가 벌어진 교전장소(battlefield)가 아닌 관계로 뚜렷한 구심점이 부각되지 않았고, 육군과 공군관련 전적지는 존재하지만 해군의 시설물은 누락되어 있다. 따라서 해군기지의 입지여건을 평화대공원사업의 구심점과 연계한다면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될 수 있으며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제주평화센터 건물을 민간에 박물관 용도로 매각한 후 평화대공원부지로 이전한다면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국책사업 입지선정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극심한 갈등이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인 방사능폐기물처리장(방폐장)의 최종입지는 주민투표에 의해 결정되었다. 혐오시설 유치의 조건으로 제시한 보상이 충분하다고 인식된다면 기존 행정기관 주도의 하향방식으로부터 내발적 발전이 가능한 상향식으로의 변모가능성이 확인된 점을 감안하면 해군기지 입지예정지를 여론조사로 결정한 방식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민주적인 주민투표로 최종입지를 재선정해야만 갈등해소가 가능해질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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