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확정 놓고 찬-반진영 “환영”vs“꼼수”…오히려 갈등증폭
절차적 정당성 상실 ‘밀어붙이기’ 사업 곤란…도, ‘結者解之’필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에는 거의 1조원의 예산이 투입돼 오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지난 4년간 논란을 거듭해온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본격적인 추진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제주 도민사회를 극심한 갈등과 반목으로 몰고 갔던 제주해군기지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포장됐지만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옷을 갈아입었다고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라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고, 사업예정지인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유치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하고 향후 추진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승수 총리가 11일 제주해군기지 건설방안을 확정하면서 “사업 추진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주민간의 불신·반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극 협조할 것”을 주문한 것도 이러한 지역실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박영부 자치행정국장이 11일 확정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 설립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세계적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옷갈아 입은 제주해군기지 어떻게 건설되나?

정부가 11일 발표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예비타당성 조사 및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당초 제주해군기지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오는 2014년까지 8895억원의 예산을 들여 48만㎡ 규모로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수정되면서 터미널 시설과 관광함상공원, 진입도로 개설 등에 534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또 내년 10월까지 항만시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마치고, 2014년 12월까지 항만 및 육상 시설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부지매입 및 보상을 끝내고, 늦어도 오는 11월까지 항만시설 입찰을 공고한 후 업체를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해군기지는 함정 20여척과 15만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도록 건설된다.

이날 공개된 용역보고서에서는 크루즈터미널(함상공원)을 ▷크루즈존 ▷향토체험존 ▷해양관광존 ▷생태관광존 등 4개 거점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크루즈존은 크루즈터미널을 비롯해 1층 수속장(CIQ), 2층 명품관, 3층 Food Court 및 전시실, 주차장과 셔틀버스 승차장이 시설된다. 향토체험존은 특산물 판매장, 토속식당, 함상공원, 야시장, 어린이공원, 전망대, 펜션거리, 보행자 도로 등이 만들어진다.

해양관광존은 Seafood 거리, 원담·용천수 체험장이, 생태관광존에는 생태공원과 가로공원 등이 조성된다.

또 민·군공동시설에는 교육문화센터, 의료센터, 다목적 수영장, 야외공연장, 체육관이 들어선다. 크루즈터미널과 주차장, 야외공원이 포함된 관광함상공원은 총 4만2000㎡ 규모로 계획됐다.

진입도로는 450m를 새로 개설하고 기존도로 이용구간 500m는 너비 13m 규모의 왕복 2차선으로 선형 개선된다.

# 해군,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지역경제 파급효과 1조원 육박”...장밋빛 청사진만 제시

▲ ⓒ제주의소리
해군은 제주 강정지역에 들어서게 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로 1조원 가까운 건설사업비가 투자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9500여억원 규모의 건설사업비 투자 △소속장병 주민세 등 각종 지방세 연 10억 △지역소비 예상액 510억 △기지 운용 비품 및 자재구입 연간 30억 등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조경·시설관리 등 용역사업 및 편의시설(민영위탁) 10여개소 운용 등 일자리 창출 △지역 생산 농수축산물 연간 20억 구입 △해양공원 운영 및 해안도로 연계 주요 관광코스 개발에 따른 관광자원화 △지역 투자용 부지 내 교육·문화·노인복지센터 건립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도 했다.

관광·인문사회 문화적 효과로는 △군장병 면회를 위한 가족방문 관광객 7만명 예상 △외국 군함 친선 외교방문 6000여명 60억 소비효과 △민·군 문화축제 행사 지원(해군 군악대 및 의장대) △인구유입에 따른 초등학생 증가, 교육 질적 향상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로 파생되는 장점을 홍보하면서 군사도시에서 발생할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균형감각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강정마을 “주민동의 절차무시…죽을 각오로 싸울 것”…극단적 대결구조 ‘난망’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방안’을 확정하고,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자”며 정부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방안을 높이 평가한 것과는 달리 시민사회 진영과 강정마을에서의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진영은 군사기지 건설과 세계평화의 섬은 양립할 수 없다며 제주도정과 ‘가치’에서부터 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포장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됐지만 오히려 15만톤급 크루즈선박 계류시설은 항공모함 정박용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정마을회와 강정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는 해군기지 유치결정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민군복합형 기항지’를 수용한다 치더라도 해군기지와 민군복합형 기항지는 개념부터가 엄연히 다른 만큼 최적지를 새롭게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제주도정이 해군의 나팔수 역할만 하면서 제주주민들의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있다면서 제주도정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달한 상황이어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갈등과 반목을 접고 화해와 통합으로 가자”는 김태환 제주지사의 설득이 이들 반대진영에 먹혀들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정당성을 상실한 절차적 당위성 문제를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김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최적지를 재검토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에 “정부가 (강정지역에 추진 중인 제주해군기지가 오랜 논란 끝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선을 그은 상태라 꺼내기 쉽지 않은 카드가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지난 2005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부지선정 사례가 실타래처럼 꼬인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시 정부는 19년간 끌어 온 국책사업인 방폐장 부지선정을 막대한 인센티브를 내걸어 유치신청을 받은 뒤 주민투표를 실시해 가장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경주로 확정한 바 있다.

“갈등과 반목을 접고 화해와 통합을 얘기하자”고 한 제주도정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옷을 갈아입은 제주해군기지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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