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종길 전 국회의원, 강정 강연회서 해군기지 추진 '맹비난'
“주민은 목숨걸고 지키고, 해군은 군사기지 추진, 아이러니”

▲ 제종길 전 민주당 국회의원(도시와 자연 연구소장, 해양학 박사) ⓒ제주의소리
“제주해군기지 건설방안 확정 발표에 따른 환경조사가 부실하고, 이 같은 ‘부실 투성이’ 조사로 국책사업 운운하는 국가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16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제종길 전 국회의원(도시와 자연연구소장, 해양학 박사)은 정부와 제주도정의 제주해군기지 건설방안 확정과 관련 전문성 없는 환경조사에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제종길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유네스코가 강정 앞바다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과정에 앞장서서 지역주민, 어촌계 해녀, 공무원, 해양.환경전문가 등과 20여 차례 이상 토론을 주도했고, 실제로 수중조사도 실시한 경험이 있는 환경전문가다.

제종길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린 강정마을과 인근의 법환.대포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 강연회’에서 “해군기지가 대한민국을 위해 중요하다면 해군이 만든 보고서에는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고, 보고서 내용을 지역주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말로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의 부실과 해군의 무성의를 꼬집었다.

이어 제 전 의원은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관련 보고서에는 이같은 전문성이나 주민들을 배려한 성의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 전 의원은 과거 강정마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서귀포 강정 앞바다와 범섬.문섬 등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보호지역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역주민들은 이제 이 소중한 바다를 목숨 걸고 지키려 하는데 거꾸로 해군이 아름다운 강정 바다를 군사기지로 만들려 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제주바다는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바다와는 가치나 수중환경 면에서 전혀 다른 바다라고 할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강정 바다의 가치는 지역주민들이나 제주도민들이 느끼는 가치보다 학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훨씬 크다”면서 ‘해양생태계 보고’로 일컬어지는 서귀포 강정 앞바다의 가치를 역설했다.

제 전 의원은 “학자들은 제주바다를 한반도 주변바다와 차이를 둘 만큼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해군의 사전환경성 검토보고서에선 이같은 내용과 전문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를 놓고 볼 때 해군기지 예비타당성 조사도 부실하게 이뤄졌을 확신을 갖게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해군이나 제주도가 생태적 중요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난 후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의 해군기지 건설방안 확정을 보면, 강정바다에 없던 구조물이 들어서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물의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는 처음엔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변화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이 일대에 대한 상세한 수중환경조사, 즉 바다계층이나 어떤 생물들이 서식하는지, 주변 환경에 미치게 될 생태적 영향 등이 면밀히 조사되어야 마땅하다”면서 거듭 환경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다이버를 한 사람이라면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10종 이상의 생물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주변 환경에 대한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제 전 의원은 해군기지 건설 보상과 관련해서도 “피해보상은 길게는 7~8년 치를 한꺼번에 보상받는 것”이라며 “그러나 보상을 받는 것보다 바다에서 조금씩 수입을 얻어내고, 후손들도 그 소득을 얻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다고 본다”면서 해군기지 건설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제 전 의원은 “개발 당사자가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지지 않는다”는 말로 해군의 ‘어물쩡’한 태도를 비판했고, “사전환경성 검토 초안을 봤는데, 그걸 보고 기가 막혔다”고 해군을 맹비난했다.

이어 “조사지점이 불명확하고, 소라 몇 마리, 문어 몇 마리 등 바닷일 하시는 분들이 잡아온 것을 가지고 바다 속에 뭐가 산다고 판단한 수준같다”며 “그러나 강정 일대의 수중에는 그것에 천배에 달하는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존재한다. 충실한 현장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고 바다에 전혀 기본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보고서를 썼다”고 지적, 총체적 부실조사를 거듭 꼬집었다.

한편, 이날 제종길 전 의원의 ‘환경 강연회’는 주민 초청으로 마련됐고, 강정마을 주민과 인근의 법환.대포 어촌계 주민들도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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