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상 케이블카는 '비양도다움'을 깨는 사업

저는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서승원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 그림같이 아름다운 섬 비양도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 아름다운 섬에 해상 케이블카와 영화 세트장, 그리고 6층 규모의 관광호텔 건립이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에 순수한 관광객의 시선에서, 우려 섞인 마음으로 비양도를 관광해 본 후 이 글을 씁니다.

▲ 지난 겨울 협재해수욕장에서 비양도를 바라본 사진. ⓒ제주의소리

▲ 포토샵으로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된 후의 상황을 그려 보았다. 동양화의 여백과 같은 깊은 공간이 깨지며 그저 그런 어느 섬 유원지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다. ⓒ제주의소리

지난 겨울 협재 해수욕장에서 비양도를 바라본 사진입니다. 비양도가 지닌 아담하고 호젓하며 아련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양도 만의 아름다움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이 장면에 포토샵으로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된 후의 상황을 그려 보았습니다. 단번에 비양도와 제주본섬 사이에 바다가 이루어 놓은, 흡사 동양화의 여백과 같은 깊은 공간이 깨어지며 품격 높은 비양도의 아름다움이 그저 그런 어느 섬 유원지로 전락해 버린 느낌입니다. 그리고 입체적으로 상상해 보면 비양도를 바라보는 모든 장소에서 이 케이블카의 케이블 끝은 보는 이의 시야에서 항상 이 같은 불쾌한 이미지로 비양도의 협재 쪽 해안을 건드리고 있게 됩니다.

케이블카는 타는 사람의 필연적인 어떤 이유에서의 편의나 시각적 유희를 위해 설치되는 게 아닐까요?. 참고로 몇몇 케이블카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설악산, 대둔산 등등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가파른 각도로 긴장감 있게 상승하며 호방하게 펼쳐지는 지상의 풍경과 깍아지른 듯한 기암 괴석 등등 관람객에게 장쾌하며 시원한 고공의 눈맛을 제공합니다.

▲ 가파른 각도로 긴장감 있게 상승하며 고공의 눈맛을 제공하는 케이블카. 이와 비교해 비양도 케이블카는 수평 운행으로 굳이 제주도가 아닌 여느 바다에서도 볼 수 있는 경관만을 제공할 것이다. ⓒ제주의소리

그런데 비양도 케이블카는 수평으로 평평히 2km를 운행한다고 합니다. 좌,우로는 굳이 제주도가 아닌 여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망망한 수평선과, 정면으로는 케이블카의 창문틀로 액자처럼 답답하게 갇힌 비양도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비양도의 모습은 협재 쪽 해안에서는 굳이 비양도행 배삯의 10배에 달하는 고액의 케이블카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로는 고개를 180도로 힘들게 젖혀야 역시 케이블카의 창문에 갇힌 답답한 모습으로 한라산과 한라산을 향해 알현하듯 솟아오른 오름 들의 웅장한 모습들을 겨우 볼 수 있을 겁니다.

업체 측에서는 비양도 케이블카를 “관광 케이블카”라고 했습니다. 차라리 이렇다면 비양도 케이블카는 관광 케이블카라기 보다는 단순히 비양도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운송 케이블카” 이상은 아닌 듯싶습니다.

▲ 경기도 과천 서울 대공원 '스카이 리프트'는 관광용이 아닌 단순한 '운송수단'으로 전락했다. ⓒ제주의소리

아니, 그럼!? 이 아름다운 풍경을 완전히 훼손해 가며 단순히 운송 케이블카를 설치 한다구요??. 우리나라에 운송용 케이블카와 성격이 비숫한 관람객(관광객)운반 장치가 있기는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살았던 경기도 과천의 서울 대공원에 ‘스카이 리프트’라는.. 지금은 이용객이 상당히 적지만 물론 이 스카이 리프트도 1984년 서울 대공원 설립당시에는 대공원의 명물이긴 명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리프트는 대공원이나 동물원, 식물원으로 관람객을 운송하는 단지 수단일 뿐이지 리프트를 위해 동, 식물원이 존재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말을 듣는 분들께서는 “그렇다면 비양도 내에 그에 걸맞은 시설을 설치하면 되지.”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문제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비양도 관광호텔과 영화세트장 등)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비양도라는 섬의 아름다움을 볼 때 비양도를 찿는 관광객은 바로 비양도의 ‘비양도 다움’을 보기 위해 찾는 것이지 비양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비양도를 찾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 합니다. 상업적인 관광의 목적은 한번 찾은 관광객이 다음에 다시 두 번, 세 번 찾도록 만드는 일인데 이런 해상 케이블카의 설치는 비양도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완전히 훼손할테고. 그렇게 되면 관광객은 비양도의 본래의 아름다움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케이블카 뿐인데. 이런 이동용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두 번, 세 번 비양도를 찾는 관광객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비양도로 운행되는 배편은 하루 두 편입니다. 차라리 배편을 늘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비용도 왕복 삼천원 밖에 되지 않으며 작은 똑딱선을 타고 바다 밑 바닥이 훤히 보이는 한림과 비양도 사이의 기절할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쪽빛 제주바당 위로 떠가는 그 재미의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케이블카의 예상 요금은 배삯의 열배라고 들었습니다. 편도 배삯요금 천 오백원의 열배라고 가정해 계산해 보아도 1만 5천원으로, 왕복 요금이라 해도 “상당한” 고가입니다. 그런 고가의 이동 비용을 선뜻 지불하고 비양도에 도착한 관광객은 틀림없이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재미를 비양도라는 아주 아담하고 소탈한 섬에서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비양도는 이런 대규모 위락 시설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입니다. <제주의소리>

<서승원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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