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예인단 법률 대리를 맡은 제주출신 문건영 변호사

연예인 'X파일' 사건과 관련, 개인정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연예인단 법률대리를 맡은 문건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가 연예인 신상정보 수집·유포 행위의 쟁점을 짚어보는 기고문을 제주의 소리에 보내왔다. 문 변호사는 1992년 제주여고를 졸업, 고대 법대를 나온 후 1999년 제41회 사법고시에 패스하여 현재 법무법인 한결에 근무하고 있다. 문대탄씨가 부친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려 있다)[편집자 주]

▲ 문건영 변호사.ⓒ제주의소리
광고기획사가 광고효과 극대화를 위해 사실과 다른 연예인 신상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다만, 이것이 누군가에 의해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이미 정보인권에 대한 불감증에 단단히 걸린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몸값’이 매겨지는 당신 또한 하나의 상품이다(당신이 연봉을 받는 회사원이라면 그런 사실은 더욱 쉽게 드러난다). 누군가 당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당신에 관한 온갖 나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당신의 몸값 계산에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등골이 서늘하지 않은가.

그런 정보는 당신이 취직을 하거나 이직을 하려고 할 때 새로운 고용주에게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텐데, 누군가가 당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고용주에게 판다면? 당신은 그래도 그것이 단지 고용주의 업무의 타당성과 정확성을 위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차근차근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X파일' 구축은 문제없다, 흘러나온 게 문제?

첫째, 당사자에게 동의를 받거나 알리지 않고 개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이다. 수집된 정보에 아무런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당신의 모든 일과와 행태는 전자적 형태로 기록된다.

경찰에 있는 지문을 포함한 모든 신원관련 정보, 건강보험공단의 질병 정보, 버스나 전철에서 버스카드에 찍히는 이동관련 정보, 식당이나 카페에서 신용카드 사용에 의해 찍히는 정보,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되는 정보, 각종 방범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에 찍히는 정보 등이 모두 한 곳에 모여질 경우 당신의 사생활은 고스란히 요약되며, 여과 없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한 정보가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개인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되고, 정보 보유자에게는 권력이 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수집은 그 자체만으로도 타인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며, 개인정보는 해당 개인에 대한 사전고지 및 그로부터의 동의 및 승낙을 전제로 하여 수집되어야 한다.

OECD는 이미 1980년 9월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 유통에 관한 지침’을 이사회권고 형식으로 채택했다. 이 지침 중 회원국에게 권고하는 최소한의 규정으로 발표된 국내 적용에서의 개인정보보호 8개 원칙은 개인정보보호 관련법과 제도 및 지침모델이 되어 각국 공공·민간부문 개인정보 규제 원칙으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이 지침에서 권고하는 개인정보보호 원칙 중 첫 번째가 ‘개인정보 수집은 합법적으로 공정한 절차에 의하고, 가능한 한 정보주체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얻은 후에 해야 한다’는 수집제한의 원칙이다. 그리고 ‘개인은 자기에 관한 정보의 소재를 확인할 권리를 가지며,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에 관한 정보를 합리적인 기간내에 합리적인 비용과 방법에 의해 알기 쉬운 형태로 통지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개인참가의 원칙도 포함된다.

업무용 정보수집은 명예훼손 고의가 없다?

둘째,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 명예훼손을 한다고 해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예인 X파일’은 단순한 ‘동의 받지 않은 정보수집’차원이 아니라, 그 파일 자체에 중대한 명예훼손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문제되었다.

명예훼손적인 내용의 파일을 만들고, 그것을 업무에 사용하기 위해 회사 내부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한 것 자체부터가 명예훼손이 된다. 회사 외부로까지 유출되어야 명예훼손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제일기획내 각 팀에서 이 파일을 업무에 사용하였다면, 파일 내용을 인지한 사람의 수는 그 연예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기에 충분한 다수이다.

업무에 사용하려고 했으므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는 말은, 어떤 악의적 정보이든 업무에 유용하기만 하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요컨대 굳이 대법원이 채용하고 있는 ‘전파성 이론’을 들지 않더라도, 이번 사건이 명예훼손에 해당함은 명백한데, 거기에다 전파성 이론에 의하면 그 점은 더욱 명백해진다.

혹자는 대법원이 판례상으로 정립한 전파성 이론의 요지는 ‘말을 전할 가능성이 있는 친근한 자에게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한 사람에게 이야기해도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는 이론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설명이다. 거꾸로 대법원은 피해자와 친근한 자에게 사실을 적시해 ‘비밀이 잘 보장되어 외부에 전파될 염려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것이 전파성 이론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내부에서 파일을 사용한 사람들이 모두 피해자인 연예인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므로, 전파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파일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 성격이 연예인에 관한 것이고 온갖 풍문들을 적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전파가능성이 어떤 자료보다도 큰 정보다. 당신도 이번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비난을 하면서도 벌써 친구로부터 이메일로 ‘연예인 X파일’을 받아 보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가.

연예인은‘공인’이므로 X파일 공개돼도 된다?

셋째, 이번 사건은 연예인들이 ‘공인’인 것과는 무관하다.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공인 이론’이란 표현·예술의 자유와 공인의 명예 또는 프라이버시가 충돌하는 경우에 대한 문제이다. 언론이 공적인 인물이나 공적인 관심사에 대해 보도할 때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와의 관계에서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얼마나 허용될지가 문제되는데, 여기에서 ‘공인 이론’이라 불리는 공인에 대해서는 폭넓은 보도와 표현을 인정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진다.

공인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등 예술의 자유가 문제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의 특수한 영역인 예술 표현의 자유 쪽에 더 높은 수준의 보호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문제되고 있는 ‘연예인 X파일’은 표현이나 예술의 자유와 무관하게 사기업이 극히 상업적 목적으로 작성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공인’이므로 공개되어도 무관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 생각해도 한참을 잘못 생각한 것이다.

현대사회, 막강한 IT는 당신을 마치 유리벽에 가두어진 사람처럼 만든다. 당신의 정보는 너무도 쉽게 채집·가공되며, 그 가공과정에 사소한 악의라도 가미되면 눈덩이처럼 불어 큰 피해를 낳게 된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 사건에서의 피해자이다. 이 사건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피해자라고 해서 이 사건이 결코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보다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된다. 이 사건의 소소한 법률상 논란거리를 떠나서 사법 당국으로 하여금 진지하게 다뤄지도록 촉구해야 할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이며 과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