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한 소방관의 이야기

 아주 사소하고 하물며 귀찮은 일일지도 모르는 일에 본인 일인냥 도움을 주는 소방관이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 지난 7월 23일 8시가 늦은 저녁 표선면사무소 별관 주민자치센터 지붕 밑에 제비둥지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되고 어미의 손길이 필요한 아주 자그마한 새끼 제비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고 벌벌떨며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 우연히 이곳에 볼일이 있어 지나던 면사무소 한 여직원이 새끼 제비를 가엾이 여겨 어찌할 바를 몰라 새끼 제비를 살리기 위하여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던 중, 주마둥처럼 순간 예전 TV에서 한 주민이 다리를 다친 두루미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한 소방관이 해결해 준 기억이 떠올라서, 서귀포소방서 표선 119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 여직원은,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해야하는 소방서에 새끼 제비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하여 전화를 한다는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었다. 한 소방관이 친절히 “감사합니다. 서귀포소방서 표선 119센터 ○○○” 라고 전화를 받았다. 여직원은 소방관에게 새끼 제비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져 저희가 새끼 제비를 둥지에 올려주려 해도 둥지가 높아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어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는데 도와줄 수 있습니까? 라고 하였다.
 소방관은 흔쾌히 “거기가 면사무소라고 했죠? 잠시만 현장에 있어 주세요! 금방 출동하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 어미새의 품을 애타게 기다리며 떨고 있는 새끼 제비 한 마리가 있는 현장에 온 두 명이 소방관은 새끼 제비를 보는 순간 조금은 놀라운 표정이었다. 그 중 한 소방관이 여직원에게 “주변이 어둡고 제비가 너무 작아 발견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용케 발견 하셨네요? 라고 하였다. 소방관 얘기처럼 새끼 제비는 성인 새끼 손가락만하여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 한 소방관이 후레쉬를 둥지에 비쳐보더니 동료 소방관과 함께 가지고 온 사다리를 이용하여 새끼 제비를, 애타게 자식을 찾고 있을 어미새가 있는 둥지로 다소곳이 놓아 주었다.

 그 광경을 지켜보는데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 아홉달만에 저체중으로 태어난 내 아기가 불연 듯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 둥지를 잃어버린 새끼 제비를 엄마와 함께 있을 사랑의 보금자리로 옮겨주고 일을 마무리 한 후, 여직원과 동료직원은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며, 성함을 말씀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소방관들은 “이름이 뭐가 필요해요! 괜찮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라며 급구 이름 밝히기를 거절하며 돌아갔다.

 우리사회에 정의롭고 선의로운 소방관들이 있다는 것을 TV로만 봐왔지, 실제로도 그런 분들이 있을까? 하고 의심하고 있던 나의 뒤통수를 제대로 강타하는 일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다.

 제3자가 보기에는 또 하나의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중요한 시간에 제비 한 마리 때문에 소방관이 출동했다고 의아해 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생각하며 도움을 주는 위와 같은 소방관들이 있어 우리사회가 개인주의적이고 황폐해 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고영길
 자기자신을 희생하며 불과의 싸움을 하며 항상 사고현장에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우리 소방관들이 있어 우리가 조금이나마 편히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 혹시 알까? 제비의 여신이 흥부전의 박씨를 물어다 주듯 행운을 그 분들에게 가져다 줄지도...

 대한민국 소방관 파이팅! 아자아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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