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 전략 세미나] 압둘 라작 IBFIM 고문
“2천만 중국 무슬림 겨냥...동북아 이슬람금융센터 성장 가능성 커”

▲ 역외금융센터 전략의 일환으로 이슬람금융을 제주에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세미니가 28일 (사)제주금융포럼과 제주대 국제금융연구센터 공동 주관으로 제주시 라마다프자자호텔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세계금융위기 이후 이슬람금융이 세계금융시장에서 새로운 별로 떠오르고 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신호탄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금융시장이 휘청거렸을 때 이슬람금융은 오히려 15~35% 성장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파생상품을 앞세워 세계금융시장을 장악했던 미국 금융이 전 세계경제를 공황에 가까울 정도로 위기로 몰아넣은 와중에도 이슬람금융은 탄탄대로다.

9.11테러와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이탈한 이슬람금융자산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이유다. 자산규모만도 1조3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홍콩, 중국이 속속 이슬람채권을 발행하는 등 무슬림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법과 제도를 뜯어 고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슬람채권인 수쿠크의 수익을 이자소득으로 인정키로 하는 등 이슬람금융을 조심스레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다.

국제역외금융센터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가 역외금융 타깃으로 이슬람금융을 유치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먼저 이슬람금융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설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 주제발표자 압둘 자라 말레이시아 이슬람금융교육연수원 고문 ⓒ제주의소리
28일 (사)제주금융포럼(회장 김학렬)과 제주대학교 국제금융연구센터(소장 박상수) 공동주관으로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추진전략 국제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말레이시아 이슬람금융연구원 고문인 로슬란 압둘 라작 박사가 역외금융업을 하려는 제주에 조언한 내용이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세계 이슬람금융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금융위기 이후 투기성이 강한 서구 중심의 헤지펀드가 아닌 ‘좋은 자본, 좋은 금융’인 이슬람금융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이제는 이슬람금융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이슬람금융 전문가를 양성할 이슬람금융연수원(IBFIM)과 국제금융리더십센터(ICLIF), 이슬람금융국제교육센터(INCEIF)를 설립해 전문인력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라작 박사가 제주에 이슬람금융을 주목하라고 하는 이유는 인접한 동북아에서 아직 이슬람금융이 본격화되지 않았으며, 중국에 상당히 많은 무슬림들이 있기 때문.

라작 박사는 “중국에 사는 무슬림은 2000만명으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무슬림이 많은 국가”라면서 “이들 숫자가 중국 전체 인구와 비교할 때 1.5% 밖에 안되지만 이들이 가진 부는 실로 엄청나다. 이들의 부가 제주로 온다고 생각하면 제주는 대단히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작 박사는 “이슬람금융 자산은 아직 전 세계금융자산의 1%에 불과하지만 매년 20% 이상 성장하는 성장잠재력이 엄청나다”며 “일본, 인도, 태국 등도 모두 이슬람금융을 하고 있다”며 역외금융을 하려는 제주가 먼저 이슬람금융을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무슬림이 있어야만 이슬람금융을 할 수 있다거나, 이슬람금융이 무슬림의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사고”라면서 “말레이시아도 95%가 비무실림으로 정부당국의 규제완화와 세제혜택, 그리고 이슬람금융을 담당한 전문인력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와 파생상품 중심의 리스크가 높은 역외금융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우려 목소리가 있는데 반해 이슬람금융은 ‘좋은 자본, 착한금융’인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 빨간색으로 칠해진 곳이 이슬람금융을 취급하는 국가 ⓒ제주의소리
샤리아(이슬람율법)에 근거한 이슬람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이자가 없다.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시스템이다. 파생상품 등 불확실성 상품 투자를 금지한다. 특히 도박이나 투기성자본, 제로섬게임 상품에 투자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 문제가 될 소지가 높은 마약 등의 산업에도 투자할 수 없다. 바티칸 교황이 위기에 처한 서방금융에 “이슬람금융을 확인해 보라”고 할 정도도 착한자본이다.

라작 바사는 “이슬람금융이 각광받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전 세계적으로 대략 9000명 가량 태부족한 상황이며,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조차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주에 이슬람금융 교육센터를 설립하면 이는 말레이시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기관으로 많은 교육생들이 몰리게 되고, 이슬람금융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일본에도 없는 교육센터를 만들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같이 오게 되고, 제주가 이슬람금융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도시로 인정되면서 동북아 이슬람금융센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교육센터 설립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했다. 또 제주에 교육센터가 생긴다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와 교육프로그램, 강사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2부 종합토론에서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이슬람금융이 우리나라 법규와 충돌하는 문제가 있지만 별도 법체계를 갖고 운영한다면 상당히 유리한 점이 있다”며서 “특히 이슬람금융교육센터는 법체계 없이도 시행이 가능한 만큼 제주도 도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 왼쪽부터 사회자인 윤석헌 한림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김동욱 제주대 교수, 김이태 기획재정부 국부운용과장 ⓒ제주의소리
김동욱 제주대 교수는 “국내법으론 이슬람금융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제주특별법에 포함시키면 다른 자치단체와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이슬람금융을 끌어들일 수 있으며, 배당소득을 이자로 인정하고 이자소득에 대해 면세하는 등 등 구체적 내용이 제시된다면 충분한 역외금융센터 유치 명분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슬람문화가 우리나라 정서로 볼 때 문화적 충돌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며,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이태 기획재정부 국부운용과장은 “정부차원에서도 세계금융위기 이후 이슬람금융이 갖고 있는 장점,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 치우친 외화 차입선 다변화, 금리가 싸고 차입기간이 장기간이라는 점, 그리고 이슬람 경제권과 관계를 늘린다는 점에서 이슬람금윰을 일부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슬람금융이 우리나라 법체계와 많이 달라 통째로 들여오진 못하지만 일부 상품에 대해 배상소득을 이자소득으로 간주해 면세혜택을 주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윤석헌 한림대 교수는 “말레이시아는 법체계에서 한국보다 자유롭지 않고 금융수요에 있어 엄청나게 큰 나라도 아니지만 리치마켓을 잘하고 있다. 제주도도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리치마켓을 한다면 아시아의 글로벌 시장이 될 수도 있다”며 “제주에 이슬람금융 교육센터를 설립한다고 해도 말레이시아 교육센터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쟁국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요소가 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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