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아름다운마라톤대회 참가한 박원순 이사

▲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선수들이 일제히 출발하는 장면이다. 27일 제주 구좌생활체육공원운동장에서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 장태욱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서남아시아 수해재민 지원프로젝트인 '나마스떼, 겐지스(Namaste, Ganges 안녕, 겐지스)'를 후원하기 위해 열리는 국내 유일의 기부마라톤대회로,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 탐라대학교, 아름다운가게 등이 공동 주관한다. 

박원순 이사는 희망제작소 이외에도 아름다운가게와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그 때문에 작년 초대 대회가 열릴 때도 손수 행사장을 찾아 선수들과 함께 5km 코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 율동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박원순 이사가 대회 전에 율동으로 몸을 풀고 있다. ⓒ 장태욱
 

최근 정원 및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터라 박 이사를 바라보는 대회 참가 선수들과 지역 언론의 관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의 언행은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릴 만큼 밝고 발랄했다. 거기에서 8~90년대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으로 다져진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한국방송공사(KBS) 제주지역 방송사가 인터뷰에 청해왔다.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전국 최초, 유일의 기부마라톤대회입니다. 이 마라톤 참가자들의 참가비 절반을 서남아시아 주민들이 수해를 복구하는데 기금으로 사용합니다. 정말 공기 좋고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되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필자가 박원순 이사를 취재한 것은 작년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이사님, 작년에 비해 체중이 좀 줄으셨나요"라고 묻자, "아뇨, 나이 들어서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인데, 전 전혀 그렇지 않아요"라며, 신변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과시했다.

▲ 기금 전달식 선수대표들이 아름다운가게 박원순 이사에게 행사에서 마련된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 장태욱

대회에 앞서서 운동장에서 함께 준비율동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전문 강사들의 율동을 따라하는 동안 박 이사는 눈에 돋보일 정도의 가볍고 경쾌한 몸놀림을 선보였다. 주면에 있던 참가자들이 신기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개회식이 시작되자, 내빈이 소개되고 그들로부터 격려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 대회를 통해 마련된 기부금이 박 이사에게 전달되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선수들이 낸 참가비 중 절반을 기부금으로 적립했다. 참가자들을 대표해서 용재식, 강희숙 선수가 모금액 20,066,195원을 박 이사에게 전달했다.

대회 팜플렛에는 "1천원이면 어린이 5명에게 저녁식사를, 5천원이면 농부 1명을 위한 곡식과 야채 종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1만원이면 어린이 1명에게 더 나은 미래를 시작할 교육자료 세트를, 5만원이면 생활위생 개선과 콜레라 예방을 위한 화장실 1곳이나 신선한 물이 나오는 물 펌프 1개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2천여 만 원의 기부금이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얼마나 긴요하게 쓰일 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박 이사는 "여러분 모두가 기부천사입니다"라는 인사와 더불어 "오늘 즐겁고 아름답게 완주하십시오"라며 참가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레이스가 힘차게 시작되었다.

▲ 출발 버튼 박원순 이사가 <제주의소리> 고홍철 대표와 나란히 출발 버튼을 누루고 있다. ⓒ 장태욱

필자는 박 이사와 함께 5킬로 코스를 걸으며 최근 그의 신변에 닥친 문제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 '아름다운재단'나 '아름다운가게'는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박이사님께 소송을 제기해서 '아름다운재단'이나 '아름다운가게'의 활동을 압박하려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보여주고자 했던 '중도', '친서민' 이미지에 크게 손상을 입힐 텐데요.

"정부가 그래서 최근에 '미소금융중앙재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잖아요. 앞으로 2조원의 기금을 육성해서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는 건데요. 이런 나눔 운동은 정부보다는 민간에서 시민들의 후원을 얻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적당한 일이에요. 정부가 민간 활동의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도용한 후 관주도로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대화 도중 전교조 교사로 보이는 참가자가 등에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 합법'이라고 쓴 문구를 달고 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박 이사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짜냈다.

"내년부터는 참가자 전원에게 등에 자신의 소망을 적은 문구를 달고 뛰라고 하면 좋겠네요. 나눔이란 게 물질을 나누는 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서로 소망을 나눌 수 있다면 대회가 더욱 뜻있지 않을까요?"

▲ 참가자들과 대화 코스를 걷는 동안 박원순 이사는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했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 장태욱

코스를 다 돌고 오는 동안 박 이사는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화도중 "아름답네요, 제주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참가한 분들도 모두 아름답고"라며 그의 입에서 감탄이 연발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조건으로 세계 4대 오지마라톤 대회를 석권하기도 했던 송경태 전주시의원과의 대화 끝에는 대회 관계자들에게 내년 대회에 장애인들을 더 잘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손수 내놓기도 했다.

"장애인과 기업 간에 매칭 형식으로 지원하면 좋겠네요. 예를 들어 장애인 한 명이 1Km를 달릴 때마다 기업에서 정해진 액수를 후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거예요. 또, 장애인이나 노인들 중 제주도를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수익금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실험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걷기 마라톤 5Km 코스는 보통 걷기 코스라고 부른다. 박원순 이사는 걷는 내내 "정말 아름답다"는 감탄을 연발했다. ⓒ 장태욱

▲ 시상식 행사의 마지막이 시상식이다. 박원순 이사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했다. ⓒ 장태욱

대회가 올해로 두 번째이기 때문에 체계가 잡혀가는 와중에도 부족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박 이사는 '아름다운가게' 실무자들에게 대회의 취지를 잘 살리자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기부마라톤이라서 참가자들은 작년 수익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 할 겁니다. 우리가 그걸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내년에는 행사장 한 쪽에 서남아시아 지원현장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제안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킨 그의 숨은 저력을 조금이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코스를 완주하고 모두 운동장에 돌아오고 나서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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